2014-11-13 10:21

논단/ 포장당 책임제한과 선하증권상 지상약관, 준거법약관 및 헤이그규칙상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

최근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106058 판결)을 중심으로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 변호사/법학박사
<11.3자에 이어>
3. 대법원 2014년 6월12일 선고 2012다106058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준거법약관과 지상약관의 내용과 적용법규, 지상약관의 내용과 해석, 헤이그규칙과 우리 상법상의 책임제한액이 다른 경우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앞에서 본 서울지방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즉, 선하증권 이면약관의 지상약관에 따라 헤이그규칙이 정한 바에 의하는 경우, 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이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을 영국화 100파운드 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위 제한액이 우리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결과가 된다면 운송인의 책임경감금지를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으나 책임제한약정자체로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므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은 상법 제797조 제1항, 제2항, 제795조 제1항에 따라 포장당 666.67계산단위의 범위로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헤이그규칙상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인 100파운드의 의미에 대해는 위 서울지방법원 판결과 결론을 달리했다.

III. 헤이그규칙상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

1. 문제의 제기

지상약관에 따라 헤이그규칙이 적용되는 경우 그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인 100파운드가 금본위제도하에서의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인지, 현재의 영국 화폐단위인 100파운드를 의미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호는 ‘화물의 성질 및 가액이 선적전에 송하인에 의해 통고돼 선하증권에 기재되지 않는 한, 운송인이나 선박은 어떠한 경우에도 화물의 또는 이에 관련된 멸실이나 훼손에 관해는 멸실 또는 훼손된 화물의 매 포장이나 단위 당 100파운드 또는 다른 통화로 이와 동등한 금액을 초과하는 액수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in any event be or become liable for any loss or damage to or in connection with goods in an amount exceeding £100 per package or unit, or the equivalent of that sum in other currency unless the nature and value of such goods have been declared by the shipper before shipment and inserted in the bill of lading)’고 규정하고 있으며, 헤이그규칙 제9조는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로 한다(The monetary units mentioned in this convention are to be taken to be gold value)’고 규정(소위 금화조항)하는 한편, 그 아래에서 ‘통화단위로서 영국화 파운드를 사용하지 않는 체약국은 이 협약에서 영국화 파운드로 표시된 금액을 자국 통화제도 하에서 개략적인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다(Those contracting states in which the pound sterling is not a monetary unit reserve to themselves the right of translating the sums indicated in this convention in terms of pound sterling into terms of their own monetary system in round figures)’고 규정하고 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년 1월16일 선고 2001가합25714 판결

가. 헤이그규칙상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호에서는 ‘화물의 성질 및 가액이 선적전에 송하인에 의해 통고돼 선하증권에 기재되지 않는 한, 운송인이나 선박은 어떠한 경우에도 화물의 또는 이에 관련된 멸실이나 훼손에 관해는 멸실 또는 훼손된 화물의 매 포장이나 단위 당 100파운드 또는 다른 통화로 이와 동등한 금액을 초과하는 액수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in any event be or become liable for any loss or damage to or in connection with goods in an amount exceeding £100 per package or unit, or the equivalent of that sum in other currency unless the nature and value of such goods have been declared by the shipper before shipment and inserted in the bill of lading)’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100파운드라 함은 헤이그규칙 체결 이후 화폐가치의 변동 등 위 규칙 상 책임제한액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의 변화에 비추어 비현실적으로 저액에 머무르고 있다는 반성적 고려에 이를 상당한 수준으로 증액하고자 하는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났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1968.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매 포장당 666.67SDR(계산단위) 또는 킬로그램 당 2SDR 중 높은 금액로 한 점, 1978. 국제연합 해상화물운송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Carriage of Goods by Sea, 1978, 이른바 함부르크 규칙)에서 포장당 835SDR 또는 킬로그램 당 2.5SDR 중 높은 금액으로 한 점, 영국의 1950. 금약관협정(Gold Clause Agreement)의 경우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200파운드로 했다가, 1977. 금약관협정에서 다시 영국화 400파운드로 인상한 점 등],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한편 헤이그규칙 제9조에서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로 한다(The monetary units mentioned in this convention are to be taken to be gold value)’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아래에서 ‘통화단위로서 영국화 파운드를 사용하지 않는 체약국은 이 협약에서 영국화 파운드로 표시된 금액을 자국 통화제도 하에서 개략적인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한다(Those contracting states in which the pound sterling is not a monetary unit reserve to themselves the right of translating the sums indicated in this convention in terms of pound sterling into terms of their own monetary system in round figures)’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헤이그규칙 체결 당시 화폐단위로 기능했던 금본위제도 하에서 통화단위가 금화라는 당연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나. 판결의 의의

위 판결은 지상약관으로서 헤이그규칙이 적용되는 경우 포장당 책임제한액의 통화단위인 100파운드가 금본위제도하에서의 금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영국 화폐단위인 영국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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