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6 09:45

여울목/ 해경, ‘폴리스’에서 ‘코스트가드’로 거듭나는 계기돼야

●●●여야의 정부조직법 합의로 해양경찰청은 출범 6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해경은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소속으로 창설됐으며 1996년 8월 해수부 출범과 함께 산하 외청으로 독립한 뒤 2005년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되는 등 외형 확장을 꾀해 왔다. 하지만 조직 비대화를 배경으로 해경은 해양경비 및 안전 등의 본래 기능은 도외시한 채 경찰 업무에 집중했다. 최근엔 해양 관련 업단체 범죄를 수사한다는 명목 하에 육상에서 일어난 사건에도 활발하게 관여하는 등 수사정보 기능 강화에 더욱 골몰했다. 이 같은 잘못된 방향성이 <세월>호 사고의 무능 대처로 이어졌으며 대통령 담화와 함께 결국 해체의 길을 밟게 됐다.

여야는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수용해 해경의 수사·정보 인력 750여명을 육상경찰로 넘기고 해양경비·안전·오염방제 기능을 신설되는 국민안전처로 이관키로 했다. 국민안전처는 안전행정부의 재난안전 총괄·조정, 소방방재청의 소방·방재, 해양경찰청의 해양경비·안전 및 오염방제 기능 등을 통합하는 장관급 기관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해경의 업무를 넘겨받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당초 정부 계획과 달리 국민안전처 장관 지휘를 받으면서도 인사와 예산은 독자성을 유지하게 된다. 야당의 의견이 상당 폭 반영된 것이다. 해상 사건의 유기적인 대처를 위해 초동 수사권도 계속 가져간다.

기본적인 조직 구성도 수사정보 인력이 빠지고 직제가 달라진다는 점을 제외하고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경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본부를 중심으로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4개 지방해양경찰청과 17개 해양경찰서,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부산 정비창을 두고 있다.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엔 차관급인 치안총감 계급의 해양경찰청장 직제는 없어진다. 대신 외청이 아닌 본부임에도 수장인 본부장이 1급이 아닌 차관급으로 임명돼 조직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받게 됐다. 이밖에 지방해양경찰청장은 지방해양안전본부장으로, 해양경찰서장은 해양안전서장으로 각각 개편될 전망이다.

이로써 해경은 기능과 조직은 상당부분 유지하면서도 DNA를 마리타임폴리스(Maritime Police)가 아닌 코스트가드(Coast Guard)로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해경은 지난 2005년 이승재 청장 시절 영문명칭을 현재의 코스트가드로 변경했다. 미국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와 일본의 해상보안청(Japan Coast Guard) 등과 같이 해양 안전과 국경 수비 등의 스탠스를 강조하는 한편 경찰청과 차이를 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영문 명칭 변경 이후에도 해경의 업무는 ‘폴리스’를 지향했다. 육경을 모태로 출발했기에 해경은 육경의 조직과 문화를 대부분 답습했으며 연장선상에서 경찰성 강화에 공을 들였다. ‘코스트가드’ 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코스트가드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세계 해양경찰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였다. 해양 구난구조 업무의 전문성 약화는 결국 <세월>호 사고에서 그대로 민낯이 드러났고 해경은 질타와 공격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경에겐 구난구조에 취약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직개편 이후 해양 안전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전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해상이란 특수한 환경에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기에 그만큼 숙련도와 전문성은 남달라야 한다. 해양행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도 필수요건이다. 얼마 전 해경은 민간과 제휴해 유조선 선체 파공 봉쇄 장비와 침몰 선박 잔존유 회수 장비를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해양오염 방제 업무의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알린 한 사례다. 진정한 코스트가드로 거듭나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음을 해경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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