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활 2년 만에 예산을 과거 고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해수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4조6000억원이다. 올해와 비교해 5% 늘어난 규모다. 예산의 게걸음 행보로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괄목할 만한 증가율이다. 이로써 해수부는 과거 최대 규모의 예산 수준을 회복하게 됐다.
한 해 예산은 그 정부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예산을 어떻게 편성하느냐에 따라 그 정부가 어디에 지향점을 맞추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해수부의 예산 증액은 해양수산계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양안전 예산에 특히 신경 쓴 모습이다. 관련 예산이 무려 30%나 늘어난 146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번 예산 편성에서 또한 주목할 점은 부산 신항의 토도 제거 예산이 일부이지만 포함됐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토도 제거 공사 설계 비용 30억원을 편성했다. 토도(兎島)는 부산 신항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무인도로, 토끼섬으로도 많이 불린다. 이 섬은 부산 신항이 건설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선박 통항의 안전성에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를 받아 왔다. 토도는 면적 2만4500㎡(7400평) 규모로 부산 신항 내 북부두와 남부두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박이 토도와 충돌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짓고 지난 2006년 신항 조기 개장을 진행했다. 당시 원양항로 주력 선박이 8000TEU 안팎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부산 신항은 입항 선박의 최대 크기를 6000TEU로 해 기반시설이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8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선박 몸집이 최대 2만TEU에 육박하는 등 과거에 비해 3배 가까이 커지면서 토도는 잠재적인 해난 사고 요인으로 부각됐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MSC가 결성한 2M은 유럽항로 운항선박을 평균 1만3000TEU급으로 운항 중이다. 특히 머스크라인은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항에 취항시키고 있다.
최근엔 2만TEU짜리 선박 발주설까지 나오는 등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북아 환적허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부산항으로선 토도의 안전성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토도 제거의 걸림돌은 공사비다. 부산항만공사가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토도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2500억원에서 많게는 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초대형 선박의 통항에 필요한 수심 17m를 확보하기 위해 수면 아래 잠긴 부채꼴 모양의 섬 아랫부분을 모두 들어내야 하기에 토도 제거는 난공사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에 설계에 들어가면 빠르면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나 공사가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기간은 대략 3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은 돼야 토도가 사라지고 신항이 초대형 선박의 안전운항을 담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을 때 얘기다.
국가재정법상 안전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예타를 면제토록 하고 있다. 해수부는 내년 예산에 토도 제거 공사 설계비용이 포함됐기에 예타가 면제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재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예타 면제 부적합 판정이 내려질 경우 토도 제거는 기한을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 세월 >호 사고 이후로 안전은 이제 해양수산업계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토도 제거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해운항만업계의 시대적 과제가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재부는 토도 제거사업의 예타 면제를 조속히 공식 발표해 해운항만산업의 안전 확보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