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차관이 1년 5개월만에 바뀌었다. 김영석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이 손재학 차관의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윤진숙 장관 경질 당시 차관 교체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기에 다소 늦은 감도 있는 인사로 볼 수 있다.
김 차관은 오랜 공직 생활 동안 해운항만 분야에서 일해온 전문 행정가다. 해양정책국장과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을 지내는 등 해운항만과 해양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박근혜정부 출번 이후 1년여간 해양수산비서관으로 일해왔던 터라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도 기대된다. 김 차관은 취임 일성으로 <세월>호 이후 크게 위축된 해수부의 위상을 바로 잡고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청와대는 1급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획조정실장 해양정책실장 중앙해양심판원장 등 본부 및 산하기관 1급 고위 간부들의 교체가 예상된다. 김영석 차관 취임으로 공석이 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 후임으로 윤학배 중앙해양심판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 및 1급 간부 인사를 통해 그동안 잇따른 사건사고로 어수선했던 분위기의 해수부 조직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밀려 있던 각종 해운항만 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궤를 같이 해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주영 장관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4달 가까이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진도 군청 내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식사도 간편식 배달로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유가족들과 아픔을 같이 하고 시신 수습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이 장관의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무위원으로서 우리나라 해양 정책을 책임져야할 장관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수개월을 현장에서 지내는 건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해양산업은 각종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항만 분야에서도 해운보증기구나 선박은행 도입, 톤세제 연장, 항만하역료 현실화, 부산 북항 재개발 등 빠른 정책 추진을 기다리고 있는 현안들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해운보증기구 설립 등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에 비해 정부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수습도 이 장관이 하루 빨리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행정력을 집중할 때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여야 의견 차이로 표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나 재발방지책 수립, <세월>호 사고 이후 문제가 된 해양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적인 병폐를 바로 잡는 일도 팽목항 현장에선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이 장관의 복귀에 힘을 싣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주영 장관은 할 일 많은 장관”이라며 “이 장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월>호는 절대 망각돼선 안 되고 주도면밀한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국회 차원에서 이 장관을 도와 적극 협조하겠다. 빠른 시간 내에 해수부 장관직으로 복귀해주길 바란다”고 이 장관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해운계도 이 장관의 업무복귀를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다. 힘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에 기대를 걸었던 해운계는 취임하자마자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장관의 소신 있는 행정력을 전혀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영 장관이 진도 팽목항을 지키겠다고 한 만큼 본인이 약속을 깨고 업무 복귀를 선언하긴 어려울 것이다. 국민과 해양수산계, 정치권이 장관의 업무복귀를 위해 적극 힘써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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