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선사 OOCL의 국내 지사인 ‘OOCL 코리아’가 신임 선장을 맞이했다. 그 동안 OOCL 코리아 영업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온 김현정씨가 7월1일자로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탄탄한 실무 능력과 국내 지사에서의 오랜 경험, 또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김현정 대표이사는 OOCL 코리아의 새 활력을 불어 넣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본사와 지사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며 각오를 드러냈다.
“직원 각자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겨 줄 것”
외국적 선사의 국내 지사는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이 경영하거나 국내 사정을 잘 아는 한국인이 대표직을 맡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이번 김현정 대표이사의 취임으로 OOCL 코리아는 ‘한국인 대표이사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외국 선사에서 국내 지사에 외국인 사장을 파견하는 이유는 본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김현정 사장은 취임 전 홍콩 OOCL 본사에서 6개월 간의 교육을 받았다. 이를 통해 본사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홍콩 본사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지 직원들과의 교류는 물론, 본사의 시각에서 지사를 바라봄으로써 경영 감각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OOCL은 향후 한국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OOCL 코리아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에 위치한 ‘OKC(OOCL Korea center)’ 부서는 OOCL 코리아 직원들의 선하증권(B/L) 입력 등 반복되는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다. 중국 직원들이 OOCL 코리아의 입력 업무를 도맡아 처리함으로써 한국 지사 직원들은 화주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OOCL 본사에서 김현정 사장을 비롯한 OOCL 코리아 직원들의 업무적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OOCL은 부서간 순환근무를 통해 직원들이 적성에 가장 맞는 업무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유연성은 원활한 부서간 협조와 직원들의 잠재적 능력을 끌어내고 있다. “업무와 영업은 서로 상충된 업무처럼 보이지만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절대 각자의 업무를 끝마칠 수 없는 직종이죠. 직원들이 여러 부서의 일을 경험함으로써 서로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관리자 입장에서 직원들을 다뤄야 할 김 대표는 직원들의 잠재적 능력을 키우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이 가장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도와 주는 게 저의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입니다.”
화주의 변화를 따라가는 선사가 돼야
올 하반기 정기선 시장은 P3 네트워크의 출범 좌절과 함께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를 맞이하면서 정기선 시장에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얼라이언스를 통한 비용 절감은 선사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OOCL 역시 국적선사 현대상선, NYK라인, MOL, 하파그로이드, APL과 함께 ‘G6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아시아-북유럽, 아시아-지중해, 아시아-북미 동안 노선에서 협력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히 정기선사들은 대형선 투입으로 선복량을 늘리고 있다. OOCL도 지난 5월, 1만3000TEU급 의 아시아-유럽항로 투입으로 1만3000TEU급 선박 10척을 모두 발주했다. “대형선 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원가절감 효과에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산업의 발전으로 우리나라 화주들의 성향도 많이 변했다. 예전 같으면 낮은 운임을 우선시했던 화주들이 지금은 운임이 조금 높더라도 안전하고 믿을만한 선사에 서비스를 맡기곤 한다. “수송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특수 화물이나 고부가가치 화물 수송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화주들 역시 운임이 조금 높더라도 안심하고 수송을 맡길 수 있는 선사를 선호합니다.” 김현정 사장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국내 화주들에게 OOCL 코리아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OOCL은 뛰어난 IT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사다. 1000여명의 직원들이 IT 부서에 배치돼 있으며 시스템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OOCL 지사에서 ‘아이리스(IRIS)’라는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해 화주가 B/L 넘버만 입력한다면 내가 보낸 화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화주들이 손쉽게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으며 직원들 또한 화주 응대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효율적 업무를 하고 있다. “당장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선사라면 IT분야에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화주들 역시 IT에 익숙하기 때문에 화주들의 서비스 만족을 위해서는 선사가 가진 전산 시스템은 최첨단이어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 방문은 항상 열려 있어
김현정 대표이사는 OOCL 코리아 영업부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왔다. 평소 외향적인 성격으로 대학시절부터 넓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무역이나 물류 분야에 진출하기를 희망해 왔다.
해운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다. 그 중에서도 남성의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영업부에서 여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OOCL은 선사 중에서도 여자 영업사원이 많은 편이다. 이는 김 대표가 보여준 선례 덕분이다. 여자 영업사원도 남자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는 걸 김현정 대표가 몸소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과 친화력으로 화주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갔습니다. 또 어떤 문제가 생길 시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화주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걸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김대표는 자신의 취임을 계기로 해운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사원들이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여성들 스스로도 수동적인 업무처리보단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야한다”는 충고를 건내기도 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표 이사 자리에 오른 김현정 대표는 자신의 자리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한국 지사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한 저를 대표 이사로 세운 걸 보면 OOCL 본사에서도 좀 더 한국 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사와 지사를 유연하게 잇고 더 나아가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됨으로써 화주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습니다.”
김현정 대표는 향후 OOCL 코리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으로 OOCL 코리아가 국내 해운 물류 시장에서 점차 발을 넓혀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직원들이 OOCL 본사의 여러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탄력 근무제를 통해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 시킬 것이다. 또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로써 직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대표이사 방문을 늘 열어두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찾아와서 고충을 터놓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의 대표이사가 될 것입니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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