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이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기자가 지난 4월 16일 취재를 가던 길이었다. 오전 10시경 라디오에서 수학여행단을 태운 한 여객선이 조난됐다는 뉴스를 접했고 승객 대부분이 생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과는 점점 참담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0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역대 최대의 여객선 침몰 사건이 되고 말았다.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이 사고가 ‘인재’라는 사실이다. 인재는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이고 혹시나 일어난다 해도 수습만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선장 및 선원의 책임감 상실, 선박개조, 화물 과적, 화물 결박 작업 미비 등 다양한 원인이 모아져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형사고 뒤에는 항상 그 분야의 전문가가 결여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일도 “사건을 수습하는 관할 기관, 해경 등이 좀 더 전문화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희생을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조심스럽게 해봤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부조직을 살펴보면 17부 3처 18청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운 및 물류의 주요 담당 부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다. 물론 산업통산자원부, 안전행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도 물류와 연관이 있다.
각 부는 여러 과로 세분화 돼 있으며 각 과에선 정책 수립 및 시행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경우 물류와 관련된 과는 물류정책과, 물류시설과, 물류산업과 등이 있다.
그런데 기자가 취재를 다니다 보면 국토교통부나 해양수산부 등의 물류관련 부처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을 볼 수 있다. 취재를 위해 인터뷰를 했던 각과 담당자들이 몇 년 지나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보직을 바꾸고 인사이동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위해 꼭 한번 고려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도 해운/물류 등 매우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런 전문적인 분야의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 만에 하나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 사건을 순차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선 관련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하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해운/물류 분야는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몇 년 정도 일을 맡는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오랜 경험을 쌓아야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본인도 6년이 넘게 물류담당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물류가 어렵게 느껴지고 더 많은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해운이나 물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2~3년 사이에 보직을 바꿔 자리를 옮기는 것을 가끔 보면 “저렇게 해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번 <세월>호 사건이 공무원들의 잦은 보직이동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이번사건을 계기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관학연이 머리를 맞대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존의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또 다시 새로운 시스템과 규정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잦은 보직이동은 꼭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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