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한일항로는 수입화물 약세가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일본 아베정권의 엔화 약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일항로 수입물동량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부산-일본간 로컬(직교역) 해상 물동량은 수출은 1.4%, 수입은 1.1%의 성장세를 각각 나타냈다. 다만 수출환적과 수입환적은 각각 11%와 9%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서 발표하는 물동량 실적과 다소 차이를 띨 수 있지만 한일항로의 지난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올해 들어서는 1월만 놓고 볼 때 수입화물은 약세를 띤 반면 수출화물은 견실한 성적을 보여줬다. 수입화물 약세는 제조공장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대부분 이전한 상황에서 엔화 약세의 단 열매를 취할 일본발 화물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엔저라고는 하지만 수입화물은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엔저 효과를 보는 건 그나마 일본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 관련 화물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화물 부진으로 선적상한선(실링)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원사들은 1~2월 실링을 99%로 정했다. 비수기치고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링은 91%에 불과했다.
선사 관계자는 “수출 물동량이 나쁘지 않아 현재까지는 실링을 근소하게나마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설 명절로 국내 공장이 대부분 가동을 중단하는 2월 이후 (수출화물) 실적이 크게 떨어질 경우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선사들은 2월 화물 상황을 지켜본 뒤 실링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링이 너무 높을 경우 집화 경쟁으로 이어져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날(구정)을 쉬지 않는 일본 특성상 2월 이후 수입화물이 올라와 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실링을 낮춰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선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현재 수출이 그나마 양호해서 실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설 연휴 이후 한국발 물량이 줄어들 경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링 조정 검토를 주문했다.
한일항로 운임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일본 주요 항 기준 한일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 200달러 안팎, 수입 100달러 안팎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입항로 운임이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실링의 뒷받침으로 어렵게 방어를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 도입돼 선사들의 수익 개선에 도움을 줬던 통화할증료(CAF)가 상반기 동안 한시적으로 폐지돼 전체적인 운임 수준은 다소 하락한 모양새다.
KNFC는 지난해 하반기의 엔화 상승세를 근거로 1월부터 6월까지 컨테이너당 30달러의 CAF 징수를 유보했다. 현재 한일항로에 적용되고 있는 부대운임은 유류할증료(BAF) 125달러, 터미널조작료(THC) 11만5000원, 현지 서류발급비(DF) 4000엔 등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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