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8 15:00

기획/ 항공사 판매대리점, ‘내우외환’의 시련기

화물 유치 경쟁부터 지사화 움직임까지 ‘골머리’
본사와의 관계 따라 수익구조도 천차만별

●●●항공화물시장이 비수기를 견뎌낸 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항공화물업계는 4분기부터 시장이 점차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10월 우리나라 항공화물수송량은 22만102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9월 수송량이 20만3634t으로 전년 동기 3.8%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성장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의 긍정적 전망은 전통적 성수기인 4분기마다 반복되는 자의적 예측일 뿐이다. 전반적 항공화물수송량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한 항공화물수송량은 2010년 267만t에서 2011년 262만t, 2012년 259만t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0.6% 감소한 258만t을 기록했다.

10월 항공화물의 경우 유가 하락과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3.8% 증가한 28만7천t을 기록했으며, 인천공항 환적화물은 9만4천t으로 전년대비 3.1% 감소했다.

국토부는 오는 4분기 항공 물동량 또한 중량의 디스플레이패널과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출 감소로 인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업계도 화물량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시황이 그 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총판매대리점(GSA) 관계자는 “지난 3분기는 물량 감소와 전반적 운임 하락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다”며 “10월 들어 잠깐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항공화물시장은 몇 년 전부터 전반적 침체였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여객과 화물,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여러 외국적항공사의 국내 영업을 대리하고 있는 GSA들은 항공업계의 시황을 제일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다.

GSA가 운임하락 주범? “수요-공급 맞지 않은 탓”

비수기인 3분기가 지난 후 항공화물 시장은 어느 정도 물량 회복을 이뤘다는 평가가 있지만 아직 운임은 저조하다.

물량 부족 또한 낮은 운임의 원인이지만 항공 시장에서는 항공사들이 너도나도 운임을 내리는 게 문제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몇몇 항공사 관계자들은 GSA를 운임하락의 온상지로 지적하기도 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스스로 화주 대상 서비스를 베풀기 힘든 GSA 업체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운임을 낮춤으로서 전반적으로 운임이 낮아졌다. 국적항공사들이라도 운임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면 따라가기라도 할 테지만 국적사 또한 운임 인상에는 소홀하다”며 현재 업계 상황을 언급했다.

GSA 관계자들은 이러한 지적에 반론을 제기했다. 한 GSA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운임을 낮추면 손해라는 걸  업체들도 잘 알고 있다. 항공 운임으로 수익을 많이 남겨야 대리점 또한 살아남을 수 있다. 운임 하락에 고민하는 건 GSA도 마찬가지”라고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또 다른 GSA 관계자는 “영업적 측면에서 GSA건 지사건 국적 항공사이건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운임하락은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은 탓이지 GSA와는 관계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항공사가 ‘갑’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수많은 항공사가 진출한 현재는 항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운임에 화물을 실어 나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진출한 중동계 캐리어들 또한 항공 화물 시장의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동 항공사 카타르항공은 인천발 화물기를 지난 10월30일부터 주2회 화물 노선을 주3회로 1회 증편했다. 증편된 노선에는 보잉 777-200기종이 투입됐다. 카타르항공 측은 이번 증편으로 수송량이 주당 100t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항공사의 영업이나 운임을 신경쓰기보단 각자 조용히 영업을 하는 움직임”이라고 현재 항공 화물업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외국적 항공사의 국내 영업을 도맡아 하는 GSA 업체들은 몇 년 들어 낮아질 대로 낮아진 항공운임 외에도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최근 시장에 불고 있는 외국적 항공사들의 지사(branch)체제 전환 등 여러 가지 영업적 요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수익 위해 여객부문 지사화 움직임 커

대부분의 GSA는 외국 항공사의 업무를 대신할 때 여객 쪽보다는 화물 부문을 도맡아 한다. 여객 부문의 경우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요청이나 고객 대상 서비스를 지사에서 직접 다룰 필요성이 더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수익에서 여객 부문과 화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8:2에서 크게는 9:1이다. 이러한 수익구조 탓에 외국적항공사들 입장에선 수익을 거둬들이기 위해 여객 부문을 지사에서 직접 맡는 걸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 항공사가 현지 시장에 진출할 때 여객과 화물 모두 GSA체제로 시작하다 여객 부문은 지사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카타르 항공의 경우 여객 부문은 2010년 지사 체제로 전환했고 화물 부문은 GSA에서 맡고 있다. 한 GSA 관계자는 “외국적 항공사들은 처음에 GSA에게 업무를 맡긴 후 몇 년 동안 현지 시장에 대해 파악했다가 어느 정도 현지 시장에 익숙해지면 지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적 항공사를 더 많이 유치하면 유치할수록 좋은 건 GSA 입장에선 당연지사다. 이 때문에 대리점 업무에서 비중이 컸던 외국적항공사가 특정 국가에서 철수하거나 GSA를 바꿀 경우 해당 GSA는 존폐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외국적 항공사가 특정 GSA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경영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흔치 않다. 외국적 항공사들의 합병 과정에서 항공사 자체가 합병되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내 시장에서의 영업을 철수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흔치는 않지만 국내 항공사가 외국적 항공사의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경우 GSA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자신들의 계열사에게 판매를 대신하도록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본사와 GSA와의 관계는 해당 외국적 항공사의 정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취항하는 노선이 많은 거대 외국적 항공사일수록 GSA에 대한 지배력은 크다.

본사의 직원이 GSA로 파견 돼 본사와 GSA와의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경우에서 시작해 총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GSA에게 주력하는 노선에 해당 GSA가 맡고 있는 다른 외국적 항공사가 취항하는 걸 금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외국적 항공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대한 접촉부터 채용과정까지 본사가 직접 관여해 GSA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곳도 많았다. 이는 영업을 대신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대외적활동까지 본사 관리 하에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소규모 외국적 항공사의 경우는 현지에서의 영업은 아예 GSA에게 전적으로 맡겨 버리는 경우가 다수였다.

최근 들어 항공업계에서는 외국적항공사들이 GSA에서 지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왔다. 몇 년 전 여객 부문을 지사 체제로 전환한 중동계 항공사 또한 화물 부문마저 전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항노선의 개설을 통해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길 원하는 외국적 항공사들의 경우 지사 설립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A가 지사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GSA 관계자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GSA 관계자들은 지사 체제와 GSA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지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특정 항공사가 계약을 철회하는 걸 염려하지 않고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원에 대한 복지나 처우가 본사 직원과 동일하다는 것 또한 GSA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로서는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본사 측에서 인원감축을 원하는 지시가 내려올지도 모르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GSA 경영자 입장에선 한 사업의 경영자에서 외국 본사에 속한 지사장이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높다.
GSA로 남을 경우 항공판매대리점 사업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업에 손댈 수 있다는 것도 GSA로 남길 원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오프라인 운임 변별력 갈수록 사라져

GSA 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항공사의 운임 변별력이 떨어진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GSA 실적 부분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형 외국적 항공사들은 대부분 온라인항공사이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운임 차이가 없다는 건 GSA 업체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9월 기준으로 북미노선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항공사 운임이 t당 500원에서 1000원 가량의 적은 차이가 나며 유럽노선에서는 오프라인항공사가 더 비싼 기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항공시장이 회복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항공사 간 운임 차이는 전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평가받는 유럽 노선의 경우는 모자란 수요 탓에 온라인 항공사들 스스로 운임을 내리면서 여전히 온라인 항공사와 오프라인 항공사 간 운임 변별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 졌다.

GSA가 수익을 거둬들이는 방식은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GSA가 가져가는 커미션(comission) 방식과 본사에서 정해진 가격에 일부 마진을 붙여서 판매 한 후 그 마진을 거둬 들이는 마크업(markup)의 두 가지다. 온라인 항공사와 대형 외국적 항공사들은 커미션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크업 방식을 고수하는 외국적 항공사들도 많이 남아 있다.

마크업 방식은 최근 GSA의 수익 구조를 악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모자란 수요로 운임을 낮춰도 영업하기 힘든 시점에 무조건 본사가 정해 준 가격으로 판매를 해야 하는 마크업 방식은 GSA업체들의 실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 GSA 관계자는 “현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본사가 정해 준 가격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마크업 방식으로 판매를 하면 요즘같이 물량이 달리는 시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영업을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운임 하락을 통한 경쟁은 결국 항공사들에게는 자충수이다. 항공사들은 낮은 운임으로 물량을 유치하기 보다는 서비스 질을 향상 시키는 게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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