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물류분야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하는 건 기본 틀이 잡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외부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은 취약했다. 경제변화와 외부 쇼크 등을 감지해서 대응하고 경보발령을 해야하는 역할도 KMI가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귀 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취임한 지 3개월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고 KMI의 향후 연구방향을 제시했다.
“2~3년 전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를 뛰어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거품이 많이 껴 있었는데 누구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많은 국적선사들이 호황기에 투자해서 손실을 많이 봤다. 당시 KMI가 강력한 경고를 했다면 선사들이 피해를 비켜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해운 투자 시점 등에 경보 메시지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인덱스 위주 연구는 변화 감지 못해
김 원장은 “인덱스(지수) 위주로 시황을 파악하다보면 (경제의) 큰 변화를 잡아내지 못한다”며 앞으로 외부 경제상황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해운시황 연구를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동안 중국이 해운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북극해를 비롯해 미국의 셰일가스(비재래형 천연가스) 개발 등으로 세계 해운물류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화학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 철강 화학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질 걸로 보인다. 이 같은 요인이 우리 해운산업에도 물동량 감소 등의 모습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에너지 자원의 패턴 변화가 물동량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해운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연구할 것을 (연구담당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KMI는 오는 26일 열리는 ‘세계 해운전망대회’에서 지역별 경제동향을 반영한 시황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전망대회에선 정기선 분야로 ‘북미지역 경제동향과 북미항로 전망’ ‘EU 경제동향과 유럽항로 전망’ ‘아시아 경제동향과 근해항로 전망’ 등이, 벌크선 분야로 ‘제철산업 동향과 초대형 벌크시장 전망’ ‘석탄 에너지 산업 동향과 중대형 벌크시장 전망’ ‘곡물, 철재 거래동향과 핸디마켓 전망’ 등이 발표된다. 또 ‘세계 원유거래 동향과 유조선 시장 전망’과 ‘석유화학제품 수요와 제품선 시장 전망’ 등의 유조선 시황 전망도 준비돼 있다.
김 원장은 세계 경제패러다임의 변화를 해양물류산업의 연구분석에 반영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9일 열렸던 KMI 해양정책포럼에서 홍승용 덕성여대 총장이 강연한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극해 문제 뿐 아니라 러시아 연해주, 동북3성 개발 등으로 환황해권패러다임에서 환동해권, 연해주, 북극해 중심의 항만물류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 조사를 강화하고 이를 항만 패턴 변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파나마운하가 5만t급 이상 선박이 드나들 수 있도록 확장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것이 몰고올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겠다.”
김 원장은 또 그동안 KMI 내에서 인력 유출이 많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연구인력 보강 계획을 시사했다. “연구원 내부적으로 전문가 수준이 될 만하면 빠져나가는 인력 유출이 심했다. 대학 물류학과로 많이 빠져 나가더라. KMI의 급여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업무가 과중한 게 (KMI를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였다. 대학으로 가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연구에 치중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존 중견 연구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신규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열심히 일하는 연구 인력이 충분한 대가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평가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
김 원장은 역대 경영진들과 충돌을 빚어온 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칙과 상식의 경영’이 해법이란 생각이다. “노조 문제는 상대와 어떻게 협력하고 협상해나갈 건가의 문제다. 최근 노조 활동 자체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노조는 원칙에 입각해 연구소가 운영되길 바라는 생각에서 출범했다. 편파적인 경영으로 피해를 입는 직원이 생겨났고 이들이 뭉쳐 노조를 만들었다. 앞으로 ‘투명하게 활동하면 그에 대한 성과를 가져갈 수 있겠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경영해 나가도록 하겠다. 그게 가장 큰 원칙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운산업) 문제를 해결하고 ODA(공적개발원조) 등 국제문제에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운산업에선 단기적으로 해운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처방을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시아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해 대처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대외 경제산업의 변화에 대응해 FTA가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를 연구하고 동북아협력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연구할 것이다.”
내년 컨선시장 개선 전망
김 원장 인터뷰에 이어 배석한 김우호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시황 브리핑을 통해 “내년 컨테이너선 시장의 수급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내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넘어서는 등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물동량은 1억7000만TEU로 전년대비 6.1% 증가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2014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선진국 중심으로 금년 2.9%에서 3.6%로 3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IMF(국제통화기금) 보고서를 반영한 수치다. 다만, 중국 등 신흥국 성장은 다소 둔화되거나 성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어 불안요인이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선복량은 1835만TEU로 전년대비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선박 해체량은 43만TEU로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선복 증가량 둔화를 이끌 것으로 관측됐다. 김 본부장은 “세계경제 성장 전망으로 전년 대비 소폭이나마 수급의 안정이 기대되지만 공급량이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는 데는 시장참여자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수급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계선, 감속운항 및 서비스 개편 등 선사들의 전략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수급 개선 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머스크라인, MSC, CMA CGM 등 유럽의 초대형선사들의 얼라이언스인 P3네트워크 출범과 이들의 자회사인 MCC, CNC 등 아시아 역내전문선사의 시장 확대 등은 경쟁 가열을 부채질해 시장환경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당분간은 시장 확대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등 체질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변화에 따라 얼라이언스 체제 내에서의 역할 강화와 전략적 협력 등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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