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0 15:26

유럽항로 성수기 ‘약발’ 끝났나

선사들 9월 인상 무산, 재도입 불투명

성수기 들어 강세를 띠던 유럽 수출항로 운임이 다시 약세 기조로 돌아섰다. 선사들이 연속 3번째로 준비했던 운임인상 계획도 물거품 됐다.

9일 드류리의 세계컨테이너운임지수(WCI)에 따르면 9월5일자 중국 상하이발 네덜란드 로테르담행 컨테이너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2498달러로, 일주일 전(8월29일)에 견줘 18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1249달러인 셈이다.

드류리는 WCI를 토대로 컨테이너선사들의 9월1일 운임인상안이 시장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WCI는 드류리가 한 달 간의 유효 계약을 토대로 FEU 기준의 해상운임을 산정해 매주 발표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다.

WCI 상하이-로테르담 해상운임은 연중 최저치였던 6월27일 990달러에서 선사들의 7월 운임인상(GRI) 성공과 함께 일주일 후 2622달러로 훌쩍 뛰었다. 하지만 다시 월말로 가면서 시나브로 하락해 7월25일 243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선사들은 떨어지는 운임에 대응해 8월에도 GRI에 나섰으며 그 결과 8월8일 발표된 상하이-로테르담간 WCI는 2881달러를 기록,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운임은 한 달을 못 버티는 모습을 띠었다. 유럽항로 운임은 하락일로를 걸으며 8월29일 2480달러까지 떨어졌다.

드류리 세계컨테이너지수(WCI) 추이

선사들은 9월에도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445~500달러의 GRI를 도입한다고 공표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화주들이 선사의 ‘트리플크라운’ 달성 만큼은 수용하지 않았다.

WCI 리차드 히스 임원은 “선사들이 2분기 영업실적에서 보여준 다양한 이익 편차를 통해 알 수 있듯 많은 선사들이 재무 개선을 위해 성수기 마지막까지 운임인상에  힘을 쏟았어야 했다”며 “시장(스폿) 운임은 4분기에 있을 선화주간 아시아-유럽항로 계약운임 협상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사들은 이달 초 운임인상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미 9월 중순 GRI 재도입을 예고해놓고 있으나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8월까지 소석률 90%를 훌쩍 넘다가 8월 말로 접어들면서 차츰 안좋아지고 있다”며 “9월 예정돼 있던 운임인상계획은 모두 실패했으며 재도입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마틴 딕슨 드류리 운임조사팀장은 “9월 말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이 수요 약세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9월 중순 GRI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올해 선사들의 운임인상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드류리는 매주 운임인상은 인상된 운임수준을 유지하는 것보다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과 같은 운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계약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지수 연동 메커니즘 도입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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