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라인이 드디어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바다에 띄웠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15일과 17일 부산 신항 PNC터미널과 광양항 3-1단계 대한통운 부두에서 취항행사를 잇달아 열었다. 이 선박은 우리나라 부산항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북유럽을 잇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머스크라인에 의해 촉발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경쟁은 이제 정기선 시장에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선박 대형화가 선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지 오래다. 선사들은 선박을 대형화해 단위당 비용을 획기적으로 삭감하고 이를 운임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머스크측은 9천TEU급 컨테이너선 2척보다 1만8천TEU급 초대형선 한 척을 운항하는 게 승무원 인건비나 연료비 등 비용 면에서 훨씬 저렴하다고 밝혔다. 중국 차이나쉬핑과 쿠웨이트 UASC도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놓고 있다.
2015년에는 컨테이너선 평균 선형이 1만2000TEU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해운업계에선 2만2000TEU까지 선박 대형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기업들이 이미 이 선형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초대형선 취항이 일반화되면서 항만인프라 업그레이드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초대형선을 수용하지 못하면 세계 허브항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부산항의 얕은 수심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수심 문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현 이후 해운항만업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됐다. 지난 2006년 세계 최초 1만TEU 이상 컨테이너선인 <엠마머스크>호가 부산항을 기항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수심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의 준설 작업으로 부산 신항 수심은 초대형선 수용이 가능한 16m가 됐다. 머스크라인도 수심이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부산항 기항을 결정했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모든 선사들이 부산항을 유럽항로의 출발항으로 활용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짐을 가득 실은 초대형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려면 수심이 17m는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초대형 선박이 수심 문제로 만조를 기다렸다가 부산항을 들르는 경우가 계속 발생한다면 항만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신항의 뱃길을 가로막고 있는 토도(兎島) 문제도 고민거리다. 토도가 신항의 전면을 가로막고 있어 초대형 선박이 운항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선사들이 신항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수심은 부산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짓고 있는 인천신항도 지역업계를 중심으로 수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인천신항의 항로 수심은 14m에 불과하다. 수심 14m로는 8000TEU급 이상 선박은 수용이 불가능하다.
최근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등은 동남아항로에서 5000TEU급 선박을 취항하고 있다. 차이나쉬핑, CMA CGM, UASC 등은 극동-중동 항로에 1만4000TEU급 선박을 취항했다. 현재의 인천신항 수심으로는 앞으로 아시아 역내 항로 유치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수심 2m를 파는 데 드는 4000억원의 비용 때문에 인천신항의 준설을 망설이고 있다.
올해 홍콩항이 중국 선전항에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 3위 자리를 내줬다. 한 때 세계 3위 항만이었던 대만 가오슝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급변하는 세계 해운물류 시장의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동북아 허브항 도약이란 원대한 꿈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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