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Tax Haven)란 ‘법인의 실제발생소득 전부 또는 상당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아니하거나 법인의 부담세액이 당해 실제 발생소득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을 말한다’ (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조세피난처를 활용할 경우 절세나 탈세가 가능하지만 정부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세수감소가 발생한다.
지난 달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가 시작되면서 조세피난처를 통한 자본유출 의혹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명단에 오른 기업이나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세금을 탈루하고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게다가 강용석 전 의원은 한 종편방송에서 “큰 비용을 보험료로 지출하는 해운선사는 조세피난처에 보험회사를 설립하고 보험료를 그 회사로 보내는 형태로 비자금을 마련한다”고 언급했다. 해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해운회사는 역외 탈세의 온상이란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큰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해운기업의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은 탈세와는 무관하다는 반박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30대 그룹 중 7개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그룹은 16개, 종속 법인은 281개로 이중 열 중 여덟 이상은 선박금융 및 해상운송과 관련된 특수목적 법인(SPC)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업은 세금 회피나 자금 조성 등의 목적보다는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SPC를 설립한다고 지적했다. 선사들은 선박건조·용선시 선박금융을 이용하고, 대부분의 해외 금융사들은 담보권 강화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SPC 설립을 계약조항에 넣는다.
이렇게 해서 선박 1척당 SPC 1개를 설립하게 되고 이에따라 선사들은 보유 선대 수에 따라 여럿의 SPC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별로도 전체의 86%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분류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세금 표준을 구현하는 ‘화이트 리스트’ 국가인 파나마에 SPC를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3대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상적인 사업목적을 위해 관련 외국환은행에 신고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인들을 설립했다”며 “연간 사업실적을 외국환은행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해외법인을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언해왔다. 미국 유럽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재정상태도 위기상황인데, 증세 없이 세수를 확보하기란 매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세수가 빠져나가는 곳이 어딘가 찾다가 조세피난처를 타깃으로 잡았다.
사회정의 차원에서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조사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 외국계 해운회사 측은 대부분의 선사들이 정당하게 영업을 하겠지만 이번 명단공개가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나 사람을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 비즈니스인 해운산업은 그 특수성이 대중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편의치적국에 SPC를 등록시키면 세계 해운 선사들은 동등한 조건 하에 경쟁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가지 잇점이 있어 업계의 관행으로 정착됐다.
정부는 이런 해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탈세를 위한 자금 도피인지 경영상 필요한 SPC 설립인지 철저하게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선사 뿐만 아니라 해운업 전체가 매도당할 수 있다. 해운회사나 단체들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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