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에선 운임회복에 대한 열기가 뜨겁지만 선사들의 의지가 성과로 이어지진 않는 분위기다.
선사들은 지난달 15일 한중 수출입항로에서 기본운임인상(GRI)에 나섰다. 우리나라와 북중국 항만(상하이 닝보 샤먼 칭다오 웨이하이 톈진 다롄 롄윈강 옌타이 단둥)을 오가는 해상화물에 대해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5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 당 100달러를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사들은 이와는 별도로 유가할증료(BAF)와 터미널조작료(THC), 서류발급비(DF) 등의 부대운임도 예외 없이 징수하거나 별도로 받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체적인 운임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포석이었다.
수출항로는 한국선사들이, 수입항로는 중국선사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임회복은 진행됐다. 선사들은 이 항로 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YSLC)를 중심으로 매주 회의를 열며 운임회복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선사들의 노력은 크게 결실을 거두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운임인상을 통해 수출항로 운임을 100달러(TEU 기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운임은 제자리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선사 한 관계자는 “선사들이 자주 만나 운임회복 의지를 확인하고 있지만 결과가 좋진 못하다”며 “수입항로 운임은 그나마 소폭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항로 운임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중항로 물동량은 수출에선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수입항로는 하락세를 띠었다. YSLC 발표에 따르면 한중항로의 1분기 수출물동량은 30만8800TEU 수입물동량은 31만7200TEU로 집계됐다.
수출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7%나 급증하며 한중항로 최초로 분기 실적에서 30만TEU를 넘어섰다. 하지만 수입물동량은 1년 전의 33만3000TEU에서 4.8%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선 14.8%나 뒷걸음질 쳤다.
수출항로의 경우 만성적인 선복과잉의 여파로 물동량 상승세가 운임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선사 관계자는 “수출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워낙 선복과잉이 심하기에 운임이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며 “(무역 불균형으로) 한국에 빈 컨테이너가 많이 쌓여 있는데, 선사들이 수출항로에서 빈 컨테이너를 싣고 나가면서 싼 운임으로 화물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수출화물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지만 주력화물인 석유화학제품이나 가전 잡화는 부진한 반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회성 볼륨카고(용적화물)가 늘어난 것이어서 운임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으로 싼 한중항로 운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중항로 운임은 국제 해상항로 운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수송량이 많다고 해도 운항 채산성이 뒷받침 안되면 선사들이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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