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과 한진해운이 산업은행 부행장을 지낸 정경채 씨를 사외이사로 동시에 영입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규상 정 씨의 사외이사 겸직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진해운과 STX가 경쟁관계에 있는 데다 산은이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은 오는 22일 경남 진해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정경채 전 산업은행 부행장을 비롯한 4명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상호 사장과 김태정 부사장, 조정철 경영기획실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올라 있다.
경북 경주 출신의 정 전 부행장은 서울대를 나와 산업은행에서 국제금융실장, 부행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0년 6월 퇴임한 그는 코오롱그룹 경영고문도 맡고 있다. STX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정 전 부행장은 조선ㆍ해운이 주력인 STX그룹 계열사와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게 된다.
앞서 한진해운은 지난 15일 여의도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정 부행장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 부행장의 사외이사 겸직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현행 상법에서는 사외이사 겸직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도 상장회사의 사외이사직을 맡은 사람이 다른 1개 회사의 사외이사직을 추가로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개인이 상장회사 2곳의 사외이사직을 겸직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진해운과 STX그룹 모두 해운업이 주력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기업의 주요 경영현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하는 자리이다”며 “국내 최대의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경쟁관계인 STX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전 부행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보면 양쪽의 영업기밀을 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칫 어느 한쪽의 영업기밀이 다른 한쪽으로 흘러 들어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 사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출신을 영입하기 위해 겸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실적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과 STX는 모두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라며 “주채권은행의 지원이 절실하다 보니 부작용은 외면한 채 동일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의 우려에 대해 한진해운과 STX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사외이사1명의 중도퇴임막� 후임을 물색하던 중 정 전 부행장을 영입하게 됐다”며 “STX조선해양과는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STX 관계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이 몸담았던 산업은행측은 입장표명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만 두신지 오래되신 분이라 은행에서 어떤 의견을 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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