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16:20

기자수첩/ 중소조선업계, 봄은 언제오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피부로 느껴지는 경기는 더 얼어붙었다. 조선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다.

2007년까지 호황이었던 조선산업은 2008년 이후 건조능력이 선박발주를 초과하는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 유럽발 경제위기가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정책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경쟁국 중국이 해양플랜트 특성화 대학을 지정, 고급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하고 기술역량 제고를 위해 조선소 단위 개별 R&D 센터를 별도 운영하고 있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메이저 조선사들은 글로벌 조선불황에 고군분투하며 탈출구를 하나둘 찾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 조선사들과 달리 중소조선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말 그대로 숨 쉴 구멍하나 없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 단독지원에서 시중은행까지 선박제작금융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줬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중소조선사에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선업종에 대한 정부차원의 긴급 수혈을 호소하고 나섰다. 중소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해 돈을 갚아야 할 시기를 연장해주고 선박을 만들 자금을 별도로 대출해달라는 건의였다.

지원 총액을 정해놓고 돈을 지원하는 현 방식에서 대출금을 갚으면 한도가 다시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식 대출로 전환할 것도 촉구했다. 중소조선사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물에 콩 나듯’ 수주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금융기관에서 선박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 때 발급해주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건조 MOU(양해각서)를 여러 건 체결했지만 금융기관에서 RG를 끊어주지 않아 고사 위기에 놓여져 있는 중소조선소의 얘기도 들린다.

금융기관도 조선업계 부실로 큰 피해를 봐 RG 발행을 주저하는 것은 알지만 살 수 있는 기업조차 발급을 해주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중국에서 배를 건조할 때 비용의 80%를 금융 지원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금 지급보증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조선사들은 수익이 없는 계약 건이라고 해도 수주만 된다고 하면 당장 도크를 채우는 게 급선무다. 중소조선사들은 수주 가뭄 속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RG 발급을 거부하는 은행을 지속적으로 설득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힘없이 쓰러져가고 있는 중소조선사들을 위해 시중은행은 선박제작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울러 불황으로 신용이 악화된 중소조선사들에 대해 수주실적과 발주처의 신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조선업은 우리나라 8대 산업 중 하나다. 8대 산업 중 하나가 무너지면 국가경제기반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현재 메이저 조선사들은 우리나라 조선업의 절반 이상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 조선사에 대한 지원도 지원이지만 중장기 국제경쟁력 보유를 위해서라도 중소조선사의 선별적 회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중소조선사의 설계용역업체 동반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선박설계능력 유지 없이 중소 조선사의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된다는 말이 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한다. 금융당국이나 관련 기관은 중소조선사들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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