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20일 P&I 보험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이 해운시장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선주상호보험(KP&I, 대표 이윤재)은 지난 22일 오후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해양수산계 선박회사 임직원, 해상보험 전문가등 1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P&I 갱신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영국계 보험중개사인 마시의 마커스 베이커 회장은 ‘2013년 P&I 갱신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내년 국제 P&I클럽(IG클럽)들의 보험요율이 두 자릿수로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커 회장에 따르면 13개 IG클럽 회원사 중 7개사가 인상률을 확정 발표했다. 이들의 인상률은 5~12.5%로 다양하다. 브리태니어와 런던스팀십이 각각 10.49%와 12.5% 인상을 발표했으며 스탠다드와 스팀십(SSM), UKP&I는 각각 7.5% 인상을 확정지었다. 가르(Gard)와 쉽오너스는 가장 낮은 5%를 인상할 계획이다.
<리너>·<콩코르디아> 사고 보험금 10억弗
베이커 회장은 최근 발생한 MSC의 컨테이너선 <리너>(Rena)와 여객선 <코스타콩코르디아>호의 침몰 사고로 국제 P&I클럽들이 10억달러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출한 게 요율 인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0월 뉴질랜드 타우랑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3300TEU급 컨테이너선 <리너>호의 좌초 사고로 지출된 보험금은 3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올해 1월 이탈리아 서해안에서 침몰한 11만4천t(총톤수)급 호화크루즈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6억5천만달러의 보험금이 산정됐다. 선체 제거 4억달러, 인양 2500만달러, 승객 1억2700만달러, 선원 2400만달러, 유류오염방제 2800만달러 등이다. <리너>호는 스웨덴클럽, <콩코르디아>호는 스탠다드와 SSM에 각각 가입해 있다.
대형사고들로 국제클럽들의 이재율은 지난해 90%대에서 올해 100%를 넘어섰다. 재보험요율은 5% 이상 인상이 확정됐다. 클럽별 이재율은 스탠다드 114%, SSM 112%, 브리태니어 110%, 노스 105% 등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투자수익이 감소한 것도 보험요율 인상 폭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국제클럽들은 외부투자를 통해 6~7.8%의 수익을 내왔으나 올해에는 평균 수익률이 2.7%로 뚝 떨어졌다.
베이커 회장은 국제클럽들의 재정상태가 악화돼 있어 당분간 보험료 인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 12월 이사회서 요율인상 결정
이어 박범식 한국선주상호보험(KP&I) 전무도 두 건의 대형사고와 함께 중대형 클레임들이 다수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보험요율의 대폭적인 인상 필요성을 확인했다. 박 전무는 “선주배상책임이 계속 커지고 있고 배도 커지면서 P&I를 압박하고 있다”며 “KP&I는 12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국내선주의 어려운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세미나에서 KP&I의 경쟁력에 대해 소개했다. KP&I는 올해 2월20일 진행된 보험 갱신에서 가입선박이 899척 1183만t(총톤수)으로 확대됐다. 척수 기준으로 2000년 설립 당시와 비교해 37배 늘어났다.
갱신 이후 현재까지 86척이 새롭게 가입했고 81척이 해지했으며 노후선 처분 증가로 연간보험료는 100만달러가 순감소했다. 박 전무는 보험료는 감소했지만 노후선 처분으로 선대가 젊어졌다는 점은 사고예방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또 “지난해 3월 KP&I가 비과세 법인으로 인정돼 순이익이 모두 비상위험준비금(Free Reserve)으로 축적된다”며 “연말까지 연간 보험료 수준인 300억원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되는데,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다른 방법으로 선주사들에게 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익이 생기면 선사에게 환원하는 게 바로 P&I의 뮤추얼(상호)이란 설명.
박 전무는 “KP&I가 그동안 국내선사에게 대체클럽으로서의 지위를 제공해온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대형선사들이 KP&I에 가입해 줄 것을 호소했다.
박 전무는 최근 KP&I가 보상한도액을 최대 10억달러로 높인 것을 강조했다. IG클럽에 가입해 있지 않은 곳 중 KP&I와 브리티시마린만이 이 같은 한도액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박투자 곤두박질
세미나에선 산업은행 현용석 선박금융팀장이 최근 선박금융의 흐름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 팀장에 따르면 선박투자는 해운 호황이던 2007년 정점을 찍었다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2007년 전 세계 신조선박 투자액은 2713억달러였다가 2008년 1812억달러로 줄어들었으며 2009년엔 376억달러까지 하락했다. 2010년엔 951억달러로 다시 상승했다.
선박금융은 유럽계 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마린머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선박금융 대출자산 규모 1위는 도이체쉬프스방크로, 27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DnB노르가 257억달러, HSH노르드방크가 251억달러 순이었다. 해운불황으로 유럽계 은행들의 선박금융 투자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선박금융 주신기관 순위에서도 유럽계 은행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선박금융주선순위 톱10에서 유럽계 은행은 7곳이나 포진했다. DnB노르(노르웨이 1위 78억달러) 노르데아(스웨덴 2위 50억달러) ING(네덜란드 4위 41억달러) ABN암로(네덜란드 5위 27억달러) 도이체방크(독일 8위 24억달러) SEB(스웨덴 9위 21억달러) BNP파리바(프랑스 10위 19억달러) 등이다. 그밖에 미쓰비시UFJ(3위 41억달러) 스미토모미쓰이(7위 25억달러) 등 일본계 은행 2곳, 씨티은행(6위 27억달러) 등 미국계 은행 1곳이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조선산업과 해운업의 비중에 비해 선박금융 성적은 매우 저조하다. “선박금융은 공장대출처럼 거대한 규모임에도 10~15년의 장기대출로 은행들이 부담을 느낀다”는 현 팀장은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1위 선박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선박금융 대출자산은 34억달러로 28위에 머물렀다. 또 세계 20대 신디케이트리그에서도 국내 은행은 한 곳도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5억달러를 주선해 20위권 수준인 것으로 파악될 뿐이다.
현 팀장은 “현재 선박금융은 유럽은행이 주도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 일본과 중국 은행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조선소 중 6곳을 올려놓고 있지만 선박금융은 세계 시장의 4.2%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내 선박금융 해외기관이 주도
연간 국내 선박금융시장 규모는 50억~480억달러 수준으로 DVB나 ABN암로, ING 등 해외금융기관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의 정책금융기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의 시중은행과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리스금융회사 등도 선박금융에 참여하고 있다.
현 팀장은 선박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급감한 뒤 2010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다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선박금융 규모는 2007년 940억달러 2008년 800억달러에서 2009년 280억달러로 3분의 1토막났다가 2010년 370억달러로 상승했다. 특히 유럽계 은행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선박금융 규모를 줄였다. 세계 선박금융 10대 은행 중 유럽은행의 비중은 2007년 56.1%에서 지난해 39.5%로 크게 약화됐다. 전통적으로 선박금융에 강했던 BNP파리바 등 프랑스 은행은 소극적으로 전환했다. 독일계 은행들은 도이체방크는 오히려 늘리는 반면 코머츠방크는 중단하고 HSH노르드방크는 유지하는 등 은행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중국계 은행의 선박금융 투자 규모는 자국조선소에 발주한 외국선사를 지원하는 이른바 자국의 조선업 지원정책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19%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 팀장은 말했다.
또 펀딩코스트와 주선수수료나 융자약정수수료 등의 상승하고 있으며 LTV(담보인정비율) 강화, 만기 축소 등 금융조건이 강화되고 있고 신조선박금융에 대한 선호도가 저하되는 것 또한 최근 세계 선박금융시장의 조류다.
현 팀장은 국내에선 조선소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신조를 대상으로 하는 선박금융 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저축은행이나 선박펀드, 무역보험공사 등과 같은 새로운 선박금융 참여자들이 등장했다고 국내 선박금융시장의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선박금융을 본따서 시작한 싱가포르가 지금은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며 “해운업체가 노력하는 만큼 금융기관도 경쟁력을 회복하고 최대한 해운업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제발표를 맺었다.
영국 법무법인 홀만 펜윅 앤드 윌만의 조지 에딩스 파트너변호사는 ‘영국 법원의 해상판례’를 주제로 강연했다. 에딩스 변호사는 지난 2008년 12월 호주 멜버른 필립베이항에서 발생한 < APL시드니 >호의 파이프라인 절단사고를 비롯해 선주가 선박을 회수해서 문제가 된 < KOS >호 사건, 용선주가 선박을 조기 반선해 클레임이 제기된 <아쿠아페이스>(Aquafaith)호 사건 등을 다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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