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감만부두 |
●●●부산항의 덤핑 하역료가 지난달 22일 열린 부산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부산항을 환적허브로 키워 나가려는 부산항만공사(BPA)에게 낮은 컨테이너 하역료는 풀어야 할 묵은 숙제다.
부산항만공사의 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의 20피트 컨테이너(TEU) 1개의 평균 하역료는 4만원에서 5만5천원 사이로 해외 주요 항만과 비교해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만 가오슝항의 평균 컨테이너 하역료는 7만3700원, 상하이항은 7만5천원, 홍콩항 14만원, 로테르담항이 15만원선을 이루고 있다. 해외 주요 항만의 하역료와 비교해 부산항의 하역료는 확실히 낮은 수준이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하역료가 하염없이 내려간 까닭은 터미널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운영사들이 물량유치를 위해 치열한 하역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사와 맺은 계약요율과 신고한 요율의 차이가 ±20% 이상인 운영사에 제재를 가하는 신고제를 통해 하역료 하락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지난해 11월 말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들의 하역료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10여 곳의 하역업체 중 기준에 못 미치는업체가 9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요율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운영사들이 하역료를 낮게 받고 있었다.
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컨’ 하역료 문제 심각
BPA 임기택 사장은 국정감사에서 부산항 하역료 인하의 해결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터미널 운영사들의 대형화를 꼽았다.
물량유치 과당경쟁은 하역료의 지속적인 하락을 부추기고 결국 운영사의 경영수지 악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운영사들이 통합으로 하나가 된다면 과당경쟁에서 벗어나 하역료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 초 북항의 7개 터미널 운영사와 BPA는 하역시장 안정화를 위해 북항 통폐합안을 내놨었다. 정부도 업계의 뜻을 반기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두 운영사들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통합논의는 중단됐으며 북항 하역료 문제는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듯 했다.
그러던 중 그동안 여러 번 거론됐던 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의 통합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9월25일 부산항 감만부두-신감만부두 운영사인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 동부익스프레스는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통합회사를 설립키로 하고 통합 합의서에 서명했다.
감만-신감만부두 통합이 완료되면 통합회사는 총 6선석으로 5만톤급 5선석, 5천톤급 1선석, 부두길이 1876m 규모를 운영하는 메가운영사로 거듭나게 된다.
국토부 주성호 차관은 “현재와 같이 부두운영주체가 과다하고, 운영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감만-신감만부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항만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만당국 입장에서도 개별 회사입장에서도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통합을 추진하는 운영사들이 원양선사, 연근해선사의 동일부두 기항이 가능해져 환적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부두운영을 통해 부두생산성을 높이는 등 선사의 요구와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했다.
통합을 추진 중인 A 운영사 관계자는 “통합으로 과당경쟁에서 물러나 더 이상의 하역요금 인하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2개 부두만이라도 통합하게 되면 하역료를 올릴 수 있는 여지와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부두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한 운영사 관계자는 “통합으로 인해 얻는 가장 큰 효과는 하역료 안정화가 아니라 비용감축으로 인한 운영사들의 수익성 제고에 있다”며 “선석 통합으로 사용하지 않는 잉여 크레인을 감축하고 항만인력을 구조조정해 고정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북항 감만-신감만부두 통합 속도 더뎌
부산항만공사는 원활한 통합회사의 설립을 위해 회사 설립에 따른 각종 비용지원, 항로 증심 준설, 장비 개량을 지원키로 했다.
통합이 추진돼 장비개선이 이뤄지면 장비가 보강되는 선석은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동량이 대거 신항으로 이전하면서 북항의 터미널 공급은 더욱 커져 임대료 부담은 하역료 하락 다음으로 운영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미 몇몇 운영사들이 물량감소로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BPA에 선석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점을 미뤄봤을 때 부두 통합은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두 통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감만-신감만 부두의 통합은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통합을 추진 중인 운영사들은 부두 통합에 사인만 했을 뿐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감만-신감만부두 운영사들은 9월 통합 참여의사를 밝히고 10월 중순부터 각 운영사에서 인력을 뽑아 10여명으로 구성된 통합추진 전담팀(TFT)을 만들었다.
TFT는 기존 터미널 운영사에서 보유한 장비 및 시설, 부두임차권 등 터미널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통합회사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해야하지만 현재 손을 놓은 상황이다.
선석과 물동량을 기준으로한 지분율 조정을 두고 운영사간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현재의 추진 상황으로는 내년 초 통합회사 설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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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만-신감만부두 운영사들은 답답하더라도 통합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북항의 남은 부두운영사인 자성대부두(한국허치슨) 신선대부두(대한통운부산터미널) 우암부두는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전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처지다.
올해들어 부산 신항 물동량은 북항을 역전한 데 이어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9월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143만5214TEU를 처리했다. 이 중 신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는 85만7888TEU로 전체 실적의 59.8%를 차지했다.
3분기 일반부두를 제외한 북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168만4179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만6113TEU와 비교해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항에서 처리된 물동량은 237만5929TEU로 전년대비 20.9%나 증가했다. 북항의 줄어든 물량이 그대로 신항에 늘어난 셈이다.
원양항로 신항 이전…신항 운영사들 ‘쾌재’
9월 아시아-유럽항로의 그랜드얼라이언스(GA) 물량을 신항에 내준 신선대부두는 3분기에 57만8457TEU를 처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의 물량이 감소했다. GA의 빈자리는 4분기에 더욱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선대 부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통운은 대부분의 원양항로가 신항으로 기항하면서 북항에서 신규 물량 유치가 어려워지자 9월부터 선석을 감축하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성대부두도 신항으로 물량을 대거 보내면서 3분기에 -23.4%라는 가장 큰 물동량 감소폭을 보였다. 감만부두는 38만8805TEU를 처리해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함부르크수드와 CCNI가 공동운항하는 남미서안노선이 신항 PNC부두로 이전한 여파가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북항의 운영사들이 10% 이상의 물량 감소를 보인 반면, 신항의 운영사들은 PNC부두를 제외하고 40%에 가까운 물량증가를 기록했다.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은 9월부터 GA를 유치하면서 실적이 크게 뛰어 올랐다. 3분기에 28만7153TEU를 처리해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4285TEU와 비교해 40%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부산신항만(HPNT)도 53만2845TEU를 처리해 전년대비 39.1%나 늘었다. HPNT는 3월 GA와 뉴월드얼라이언스(TNWA)가 합쳐 만든 G6의 아시아-북유럽 노선을 유치하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
한진해운신항만(HJNC)도 전년동기대비 18.7% 증가한 62만4972TEU를 처리했다.
신항의 빠른 물동량 증가 속도는 내년까지 이어져 신항의 물동량 처리 비중은 7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북항 하역사들의 배고픔이 내년에는 극에 달하며 혹독한 시기를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항의 운영사 관계자는 “신항으로의 물량 이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물동량을 유치할 방법이 없다”며 신항의 수급이 초과될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웅크리고 견뎌야하지 않겠나”라며 한숨 섞인 말을 전했다. 이제는 체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북항 운영사들이다.
벌크 하역료 시장 ‘더 암울’
낮은 하역료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건 비단 컨테이너 하역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벌크 부두운영사들은 ‘벌크 하역시장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벌크화물 하역시장은 인가요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황악화로 정해진 요율보다 크게 낮은 하역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역사들의 경영수지가 급속도로 나빠졌음은 물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벌크 화물 실하역료는 제자리 수준이다. 항만고시요율은 매년 평균 3%대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지만 부두운영사 실제 선사들과 계약한 하역료는 5년 전 수준 그대로다.
여기에 고시요율이 오르는 만큼 항만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구조는 벌크 부두 운영사들을 사면초가의 신세로 내몰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정하는 항만하역요금표에는 계약당사자 모두 요율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한 벌크 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벌크 운임은 5년 전과 같은데, 항운노조 운임은 고시요율대로 계속 올라가 15%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익을 보지 못하는 수준을 떠나 화물을 처리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벌크 하역업체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부두선택권을 보유한 주요 화주에 대한 물량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요 화주를 유치하지 못하면 부두운영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돼 높은 인하율을 주고서라도 유치를 하고 있다. 화주에 따라 하역료 인하율은 25~35%에 이르며, 최대 45%까지 인하해 주는 경우도 많아 하역업체들의 경영수지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인천항의 벌크화물 하역료 덤핑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로, 인천항은 벌크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항은 공급이 많은 데다 실화주와 하역사를 연계하는 브로커(포워더)로 시장이 혼탁해져있는 상태다. 평택항으로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수요도 줄어들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한국항만물류협회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중앙대학교에 ‘벌크화물 하역시장구조 안정화 방안’ 용역을 발주하고 시장안정화에 나섰다.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협회는 지난 10월19일에는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중간보고회에서는 국내 항만시설의 수급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신규사업자수의 과다진입, 공급대비 물동량의 상대적인 미증 등이 벌크하역업체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벌크 하역료 안정화 위한 대책은?
용역보고서는 또 하역시장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신규진입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기준을 강화해 항만 야드(CY)를 확보하고 장비를 갖춘 업체들이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와 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공급이 대폭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진입 규제는 글로벌 규제 완화의 추이와는 상반되지만 벌크부두운영사가 위기국면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하역료 인가요율 준수 조치 강화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요율 준수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준수여부에 대한 조사규정을 도입하고 화주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화주에게 인가요금 준수를 요구하지 못하는 현행 규정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미준수시 벌칙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거래금액의 0.02% 범위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해관계자 의견청취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하역질서는 시설의 수급균형 여부와 직결되므로 과잉공급이 되지 않도록 개발을 추진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두운영사의 주장을 이해관계자의 주장으로 오인할 것이 아니라 기존 부두운영사의 의견을 수렴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업자 이용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항만운영관리협의회’를 설치하고 ‘협의회’는 부두건설에 앞서 추정 물동량 및 부두건설의 타당성 재검토를 요구했다.
항만물류협회는 “현재 항만운송사업법에 인가요율을 위반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며 “벌크 안정화 방안 중간보고회에서 제안한 인가요율 준수조치나 항만운영관리협의회 설립 등에 대해서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법적 근거가 미약한 항만운송사업법을 대체하기 위해 ‘항만운영 및 관리에 대한 법률’에 대한 용역을 맡겼다. 항만물류협회는 ‘벌크 안정화 방안’ 용역 결과를 제도화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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