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인들에게 <바타비아>호 사건은 <타이타닉>호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소재다. 1629년 암스테르담을 출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당시 바타비아로 불림)로 항해하던 <바타비아>호는 선위 측정의 오류로 오늘날의 오스트레일리아 서해안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비극은 좌초 이후였다. ‘후트만의 아브롤요스’라고 불린 산호초에서 320여명의 생존자 가운데 120여명이 배안에서 잔인하게 학살됐다. 이 학살을 주도한 이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부상인으로 승선했던 코르넬리스 에로니무스였다. 그는 갖가지 이유로 배에 승선한 사람들을 살육했다. 한 달 반 동안 진행된 피의 향연은 선장과 대상인 펠사아르트가 구조선을 타고 돌아온 뒤에야 막을 내렸다.
저자인 마이크 대시는 네덜란드 문서고를 샅샅이 뒤지고 심리학을 원용해 학살을 자행한 에로니무스가 기독교적 이단론에 심취해 있음을 밝혀냈다.
2001년 출간될 당시 언론으로부터 유례없는 찬사가 쏟아졌다는 사실은 <바타비아>호 사건 자체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아울러 저자인 마이크 대시가 이를 복원해내는 데 탁월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AP는 “역사 이야기 일뿐 아니라, 매혹적인 바다 이야기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로 탐구적이고 자극적임 작품”이라고 평했다. 역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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