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6 11:45

세미나지상중계/“극심한 해운불황 속 기업의 행로는”

코리아쉬핑가제트·무역협회 공동 주최 ‘해운물류·무역업계 발전방향 세미나’
해사클레임 문제, 해운시장 동향 조명

●●●최근 침체일로인 해운물류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시장상황은 언제쯤 좋아질 것인가’일 것이다. 해운시황의 정확한 전망을 통해 앞날을 대비하는 사업계획을 효과적으로 수립하는 게 기업들의 바람이다. 파산선언을 하는 해운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해사 채권 확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해운물류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들 두가지 주제를 짚어보는 세미나를 주최해 업계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운물류·무역업계 발전방향’ 세미나는 관련 업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본지 발행인인 김명호 대표이사 회장은 인사말에서 “세계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해운물류, 무역업계로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안문제를 아우르는 멘토 역할도 고대하고 있다”며 “코리아쉬핑가제트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글로벌 경기침체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해운물류·무역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세미나 개최 배경을 밝혔다.

김치중 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수출 감소 등 경기 침체로 해운 시장에서 클레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물류비용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며 글로벌 해운 시장 동향과 글로벌 물류과정에 수반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코리아쉬핑가제트 김명호 대표이사 회장(左), 한국무역협회 김치중 무역진흥본부장(右)

해사클레임에 대한 채권 확보 및 법적 대처방안

첫 강연자로 나선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는 ‘해사 클레임에 대한 채권확보 및 법적 대처방안’을 주제로 발표해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정 변호사는 “시장이 어렵다보니 해사클레임이 늘고 있다”고 말을 꺼낸 뒤 “해사클레임의 채권확보 방법으로 협상 및 화해, 가압류, Lien(선취특권) 또는 담보권 행사, 소송, 중재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선의 방법은 협상과 화해”라며 “초창기에는 협상에 대한 오해가 많았지만 해사 클레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많은 선례들이 생기면서 요즘은 실무자들이 적절하게 화해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협상이나 화해가 안되면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해서 가압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재산의 환가가 가능하면 모든 재산에 대한 가압류가 가능하다. 채무자에 대한 재산조사는 보통 신용정보 회사에 의뢰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우리나라 신용정보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업체와 거래했을 경우 신용정보회사에 의뢰해도 원칙적으로 재산조사를 할 수 없는 등 걸림돌이 많아 미리 신경 쓰지 않으면 정작 클레임이 생긴 경우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설명. 

리엔 또는 담보권엔 ▲운송물유치권 및 운송물경매권 ▲선박우선특권 ▲선박저당권 등이 있다. 운송물유치권 및 운송물경매권은 선사가 화주를 대상으로 채권을 확보하는 절차인 반면 선박우선특권이나 선박저당권은 선사가 채무자일 때 행해지는 채권 확보 방법이다.

정 변호사는 운송유치권의 한 예로 “삼미와 기아가 부도났을 때 외상으로 수송을 했던 선사들 중 운송유치권을 잘 활용해서 채권을 확보했던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사 채권의 경우 선박우선특권을 통해 채권을 확보할 수 있으면 복잡하게 가압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중재와 소송에 대해 설명했다. 중재와 소송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국내에선 중재는 곧바로 집행을 할 수 없고 중재법에 따라 집행판결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소송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곧바로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송도 외국 법정에서 진행됐을 경우 중재판결과 똑같은 판결을 다시 받아야 한다. 즉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 법에 의해 재판을 할 것인지가 소송과 중재에선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설명. 정 변호사는 “실제로 재판할 때 자기가 잘 아는 나라 자기 고향 나라에서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해사사건의 손해배상액은 도착지가격(ASMV)에 따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착지가격은 운임과 보험료가 포함된 CIF(운임보험료 포함가격)를 일컫는다.

정 변호사는 또 해사클레임은 제소기간이 짧기 때문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민사 10년 상사 5년인 반면 해사채권의 경우 선박충돌채권은 충돌시부터 2년이며 정기용선계약상 채권은 선박반환시부터 2년, 선사의 화주에 대한 채권은 운송인이 수화주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부터 1년밖에 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화우 정해덕 파트너 변호사(左),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우호 해운물류연구본부장(右)

글로벌 해운시장 동향 및 전망

정 변호사에 이어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글로벌 해운시장 동향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은 상반기에 상하이-유럽 1158달러(20피트 컨테이너), 상하이-미주 2730달러(40피트 컨테이너)로 2010년 수준을 보였다. 다만 컨테이너선 계선량이 올해 초 150만TEU에서 점차 감소하면서 운임하락이 표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대형선 증가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1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올해 170척이 운항하고 있으며 2015년엔 28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6년 2척으로 전체 선대 대비 0.2%에 불과하던 1만TEU 이상 선박은 2015년엔 19%까지 점유율을 넓혀갈 것으로 점쳐진다.

컨테이너선 해체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말 컨테이너선은 27만TEU가 해체되고 내년에도 약 18만TEU가량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선박 해체는 3000TEU급 이하  중소형선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엔 파나막스선형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김 본부장은 운항선형 대형화로 선박 캐스케이딩(전환배치)도 따져봐야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8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들이 유럽 및 북미항로로 대거 몰리면서 8000TEU급 미만 선박들은 남북항로나 기타 동서항로로 캐스케이딩 됐으며, 그 결과 남북항로에서 3000TEU 이하 선형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건화물선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에 신조선 인도량이 집중되며 시황 악화를 부채질했다. 신조 벌크선 인도량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200만t(재화중량톤), 2400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3분기에 1000만t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신조선은 2010년부터 분기 평균 1800만t이 순수하게 늘어나 예년의 3배 수준을 기록했다.

시황 악화로 건화물선 해체량도 사상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9월 말 현재 건화물선 해체량은 2500만t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으며, 내년에도 해체량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1~8월 중국조선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인도량은 3800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12.4% 감소했으며 신규수주량은 1500만t으로 48%, 수주잔량은 1.2억t으로 30% 급감해 공급측면에서 호재가 될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수요 측면에서 “IMF가 10월에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자구책 마련과 미국 재정절벽 방지책 합의를 전제로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올해 3.3%(7월 3.5%), 내년 3.6%(3.9%)로 수정했다”고 비관적인 소식을 전했다. 이어 “중국도 8.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가 최근 7.5~8%로 하향조정됐다. 과거의 9% 이상 고성장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로존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클락슨 자료를 인용해 내년 건화물선 물동량은 철광석과 석탄의 주도로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의 인프라 투자를 포함하는 내수성장으로 철광석과 석탄 수입 물동량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철광석의 중국 비중은 67%에 이른다.

김 본부장은 또 해운 시장의 주요 변수로 녹색해운을 들었다. 녹색해운이 가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부터 IMO의 기술적 조치(EEDI)와 운영적 조치(SEEMP/EEOI)가 적용되기에 녹색해운은 해운시장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분명히 추가공급부담은 완화됐다”면서도 “하지만 기존에 많은 선박들이 있다는걸 기억해야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보다는 완만한 회복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고효율 중심으로 선대 구조를 바꾸는데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선사들의 해외 용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해운시장 매출액이 43조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13조원이 용선료로 추산되며, 약 10조가 해외로 빠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전력이 일본선사를 통해 수송함으로써 나가는 외화는 10년간 2조6천억원인데 1년에 용선료 지출이 해외로 10조원이나 나간 것이다”고 말해 용선료의 국내 회수방안 강구 필요성을 제기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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