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요 조선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전반적으로 저하됐다. 2009년~2010년 수주한 저선가 물량의 본격 건조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으로 수익성 하락보다는 수주부진 장기화에 따른 운전자본 확대가 더 큰 현안이다.
한국기업평가의 김봉균 수석연구원은 최근 「2012년 조선산업 현안 점검」 보고서에서 2012년 하반기에도 조선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내 조선시장이 침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2008년 리먼 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조선시장을 순식간에 급랭시켰다. 2009년 신규수주는 최고치였던 2007년 대비 약 1/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선가는 30%, 많게는 40%까지 급감했다.
2010년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시장을 위축시켰다.
두 번의 연속된 위기를 겪고 도약을 기대하며 시작한 2012년, 신규수주는 여전히 부진하고 선박가격 하락폭은 확대 추세다.
그나마 고유가 시황으로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해양부문(Offshore)을 제외하고 보면 상선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다. 이대로라면 최악으로 평가받는 2009년보다도 신규수주가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주산업인 조선산업에서 극심한 신규수주 부진은 조선업체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과 운전자본 부담, 이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세는 비단 중소 조선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조선업체에도 마찬가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조선업황은 한마디로 침체 장기화라 표현할 수 있다. 특히 1분기에는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신규수주가 일정수준 진행됐으나, 2분기 들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2012년 상반기 글로벌 신규수주는 1,440만GT로 전년 동기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된 반면, 기수주 물량의 건조는 계속됨에 따라, 수주잔고는 6월말 현재 전년대비 27.5% 감소된 1,956만GT로 추산되고 있다. 수주잔고의 경우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기준으로는 7년만에 1억CGT가 붕괴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반적인 조선 시장의 신규발주 부진에도 불구 고유가에 대응한 일부 선종에 한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주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일반상선 신조발주가 2007년 정점에 비해 90% 가까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유가 시황 전개에 따라 석유 및 가스 시추시생산관련 해양부문 특수선 발주는 꾸준히 이어져왔으며, 이들 선종이 일반상선 대비 월등히 높은 척당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신조발주 금액측면에서는 해양부문이 전체 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해양부문이 전체 신조발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금액비중은 2005년 12.1%(138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0년 24.5%(266억달러), 2011년 41.0%(420억달러)로 크게 확대됐으며, 2012년 상반기에는 51.8%(157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주요 조선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전반적으로 저하됐다. 2009년은 전년대비 신규수주가 급감하고 30~40% 내외의 선가 하락이 겹친한 해였다.
특히 선가는 2010년에도 큰 폭 반등하지는 못했다. 당시 저선가에 수주한 물량을 본격 건조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기에 조선업 전체로 볼 때 영업수익성의 저하는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저선가 물량의 투입이 시작된 2011년 조선사들의 상고하저 손익패턴은 2012년 들어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현상은 이들 물량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201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해양플랜트와 LNG 등 고부가 선종의 인도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업체는 수익성 저하 폭을 일정 수준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업체의 현금흐름은 전통적으로 건조활동에 따른 이익부문과 수주활동에 의한 선수금 요인이 주요 원천을 이루고 있는데, 2012년에는 두 가지 모두 좋지 않아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주부진에 따른 선수금 감소가 운전자본부담을 점차 가중시키고 있는데, 여기에는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선박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인한 선박대금 결제방식의 헤비테일(Heavy Tail)화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근 들어 그 영향이 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선박대금 결제방식은 크게 스탠다드(Standard)형, 톱헤비(Top Heavy)형, 헤비테일(Heavy Tail)형, 마일스톤(Mileston)형으로 나뉘는데, 스탠다드(Standard)형은 계약에서 선박건조 과정 중 총 5번에 걸쳐 평균적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톱헤비형과 헤비테일형은 건조대금의 50% 이상이 착공전에 지급되느냐, 아니면 인도시에 지급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최고 시황을 구가했던 2007년~2008년 상반기에는 때론 계약시 40%가 입금되는 톱헤비 방식의 수주계약이 체결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헤비테일 방식이 대부분이다.
신규수주 부진과 결제방식의 헤비테일 심화는 조선사들로 하여금 기수주한 선박건조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부족자금의 외부조달은 결국 순차입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선사들은 각자 운전자본 선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대외신인도가 우수한 대형조선사들은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한편,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의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2012년들어 현재까지 1.2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데다 보유중이던 현대자동차 보통주식 320여만주(지분율 1.45%)를 7,048억원에 블록딜해 총 1.9조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최근까지 총 1.2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도 각각 5,000억원과 4,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하반기에도 업황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해상 물동량 수요 약세 및 선복량 과잉 부담 등으로 전방산업인 해운시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선박금융시장 경색상황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들어 머스크 등 글로벌 메이저선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아시아~유럽노선 운임인상 노력이 시장에 정착됨에 따라 관련 운임지수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으나, 그 동안 컨테이너선시황 약세의 주요인 중 하나였던 선복량 과잉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의 경우에서 보듯이 시황회복 여부에 따라 암묵적 협력관계가 약화될 수 있어 높은 운임지수의 지속성 여부에도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선복량에 대응하기 위한 물동량 확보 및 폐선 동향 그리고 높아진 연료비 부담에 대응한 운항효율성 확보여부 등이 컨테이너선 업황을 좌우할 전망이다.
벌크선종 중 건화물선 운임지수의 경우 초호황기였던 2008년 상반기 10,000p를 상회했으나, 글로벌위기 여파로 2009년 당시 급락한 데 이어 2012년 들어서도 추가 하락해 현재 700p선을 하회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동 기간중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했던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경기부진이 미친 물동량 측면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2009년부터 본격화돼 2010~2012년중 계속되고 있는 두 자릿수대의 선복량 증가율 부담으로 인한 우려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그 동안 건화물선 약세의 주요인중 하나로 지목됐던 수주잔고량이 본격 감소세로 접어든 것은 인정되지만, 높은 벙커C유 가격 수준 등이 원가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운항효율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먼 사태 직후의 마비 상태에서 다소 해빙 기미를 보이는가 했던 선박금융시장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색 국면에 빠르게 재진입한 상태다. 특히 그 동안 전세계 선박금융시장의 전통적 강자임을 자처해온 유럽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축은 선주사들의 금융조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선보다는 해양부문의 상대적인 선전이 예상된다. 이는 2010년 40~45만달러 수준을 보이던 심해 시추설비 용선료가 최근 55~65만달러 수준으로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등 안정된 수급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심해 유전개발 수요증가 및 중남미, 동아프리카 등 신규 개발지역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해양설비에 대한 발주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해양플랜트는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 용선계약 체결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고, 고유가 시황에 힘입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오일메이저의 경우 높은 신인도를 바탕으로 선박금융시장 경색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최근 유럽재정위기가 재부각되는 등 글로벌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보다 확대되고 있는 점은 올 2분기에 나타난 현상처럼 선박금융시장 급랭과 함께 유가 급락을 야기할 수 있어 해양플랜트에 대한 발주를 지연시킬 수 있는 부담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
해양설비가 조선시장에서 초대형·고부가 선종에 해당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발주물량은 실제 건조역량을 보유한 소위 Big3로 대별되는 기존 초대형조선사를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고유가 시황으로 해양플랜트 수요가 증가한 2011년 이후 수주실적에서 이러한 Big3(현대중공업 계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와 Non Big3 조선사별 양극화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한편 2012년 들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7월까지 누계기준으로 상선부문은 6억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해양부문이 59억달러를 수주함으로써 신규수주의 90%를 해양부문에서 거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해양 중심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Big3의 2012년 신규수주는 70% 이상이 해양부문에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시황을 좌우하고 있는 선복량 과잉 우려와 선박금융 기능저하, 이 두 가지 요인중 시황 해소에 있어 장시간이 소요되는 선복량 조절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시간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박금융시장의 정상화 여부는 하반기 조선시황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만일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로 선박금융시장의 경색 국면이 심화 내지 장기화된다면 계약취소와 선박인도 지연 등 2009년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신규수주 부진과 결제 방식의 헤비 테일화, 이로 인한 운전자본 부담 가중, 저선가 매출반영에 따른 수익성 저하, 해양부문으로의 시장중심 이동, 선박금융시장 경색 지속 등 조선업체들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결국 2012년 하반기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한 업체별 대응력에 대한 테스트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Big3의 경우에는 저선가 수주물량 건조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나, 해양플랜트 등 비상선부문에서 일정 수준 완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상선 중심 사업구조를 보이는 비 Big3의 손익 부담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신용평가 관점에서 2012년 하반기는 사업적 역량보다는 재무적 역량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면서 “운전자본 부담 가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요자금 조성능력과 재무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사업장 조성 등으로 상당 수준의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현재 추진 중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의 성과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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