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분기 이후 미국경제의 호조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 힘입어 2012년 초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인 세계경기는 2분기 이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LTRO의 효과가 약화되는 가운데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심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최근 세계경기 둔화의 특징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경우, 재정위기가 확산되며 2분기 경제성장률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 최대의 경제국이자 상대적으로 호조를 이어오던 독일경제도 힘이 부치며 2분기 경제성장률이 0.3%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유럽경제의 부진은 교역 위축과 신뢰하락 메커니즘을 통해 전세계로 파급되고 있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선진국 경기의 부진은 다시 신흥국의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상반기 2% 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는 하반기에 1% 대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연간 2% 수준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9%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 온 중국경제마저 2012년 연간으로 7% 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저하고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던 2012년 세계경기는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상반기로 예상되던 세계경기의 저점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세계경기 상고하저
2013년에도 세계경기의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 방침으로 유럽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경제는 올해 하반기를 단기 저점으로 다소 살아나면서 올해의 3.2%에 이어 내년에는 3.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상으로는 조금 높아지지만 이는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는 점과 내년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2000년대 평균성장률에 1%포인트 이상 낮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회복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3% 대 초반은 중국 등 고성장 신흥국이 세계경제의 전면에 나서기 이전인 1980년대와 1990년대 20년 간의 평균 세계경제 성장률 수준이다.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것은 지출 측면 전반에 걸쳐 회복을 억누르는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가계부채 조정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다 소비자 신뢰가 약화되면서 소비가 활기를 띠기 어려운 형편이다. 투자 역시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부문도 주요한 수요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로존 각국이 재정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감축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미국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부진에 따라 세계교역 역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세계교역과의 관련성이 높은 선진국의 경기 위축이 주요한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세계경제의 리스크로서는 유럽사태의 급변과 미국의 극단적 재정절벽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핵심 유로국가의 구제 금융 신청 등으로 인해 유로가 분할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으며,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세계경기의 부진 양상은 2013년 뿐 아니라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대 초중반의 고성장 이후 리먼사태로 대변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올해까지 성장률이 떨어졌고, 향후 수년간 3% 대 초반에서 ‘L자형’ 경기 흐름을 보이는 저성장세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구조개혁이 부진해 유로 재정위기의 장기화가 불가피한데다, 미국도 가계부문의 부채조정이 한동안 계속되고 향후 10년간 재정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흥국 역시 대선진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완만한 성장경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은 남유럽 재정취약국들의 경기침체가 핵심국가로 확산, 전이되면서 경기하락세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중 제로 성장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는 -0.2%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3분기에는 생산 감소 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국가들이 재정긴축에 더불어 자본이탈로 인한 신용경색의 여파에 시달리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성장세를 유지해 오던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도 성장세가 확연히 낮아지고 있다. 남유럽의 경제 불안이 역내교역 위축과 소비심리 저하를 통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유럽경제는 단기 및 중장기 위기 해법이 얼마나 조기에 제시되고 실행되면서 재정불안이 해소될 수 있느냐에 따라 성장 경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로존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기존 구제금융국은 물론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단기적인 국채상환불능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필요하다. 또한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재정통합과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유로존 체제의 구조적 약점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도출됨으로써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내외의 우려가 해소되어야 한다.
최근 위기국 정부의 유동성 부족을 완화하고 단기적인 국채상환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OMT) 프로그램은 재정위기국의 국채금리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위기국의 신청을 전제로 만기 3년 미만의 단기국채를 매입하게 된다는 제약조건이 있다. 국채매입을 통해 풀려나간 통화는 불태화 작업을 통해 다시 흡수한다. 독일헌법재판소의 ESM 및 신재정협약에 대한 합헌결정으로 유로존의 영구적인 구제금융체제가 출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재정취약국이 단기적인 국채상환불능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된 셈이나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들이 변수로 남아 있다. 우선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을 요청하는 국가들은 이에 따른 이행조건이 수반된다.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수혜국이 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행조건이 따라붙는 국채매입을 선뜻 요청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5천억 유로 규모로 출범하는 ESM의 가용자금 규모가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감당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한계점도 있다. 이들 두 나라는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 등으로 외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행조건을 둘러싼 논란으로 국채매입 또는 구제금융 요청 시점을 놓치게 될 경우, 유로존 금융시장 불안은 다시 커질 수 있다.
그리스와 관련하여 구제금융 지속 여부,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재정건전화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가 자금지원이 끊기면서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더라도 그 동안 진행된 방화벽 구축 등으로 과거에 비해 그 파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인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동안 유로존의 위기대응 방식으로 미루어볼 때 새로운 위기상황이 불거질 때마다 이에 상응하는 해법이 제시되면서 전면적인 금융쇼크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로존 분열에 따른 경제적 혼란과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여 단기적인 위기대응책들의 실시와 함께 통합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들도 모색될 것이다. 그러나 유로본드 발행을 포함한 재정통합 진전 등은 단기간에 합의를 이루어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지원국가 및 피지원국가 간의 이해상충, 재정통합 진전에 수반되는 재정규율 강화 등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존이 분열 대신 통합을 강화하는 길을 택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지연되고 대증요법적인 위기대응 방식이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기의 장기화, 만성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주기적으로 금융불안이 재연되면서 소비,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 디레버리징...성장억제 요인 작용 전망
더욱이 2013년까지도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에 따른 신용축소가 이어지면서 성장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 금융기관들은 미국과 달리 구조조정의 지연과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확대 등으로 자본확충 및 위험자산 축소의 필요성이 여전하다. 당분간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능력이 제약될 전망이다. 특히 그리스, 스페인 등 고위험국가들은 내년에도 차입금 및 증권투자자금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역내시장으로부터의 자금공급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저하되어 경기부진의 심화 및 장기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났던 역내교역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효과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위기 이후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역외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동반 부진한 데다 역내교역이 감소함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계속해서 부진할 전망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각국에서는 정권 교체를 배경으로 과도한 재정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을 부추기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건전화 시한 연장을 비롯하여 장기간의 재정긴축에 따른 피로감을 완화하려는 노력들이 예상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추가적인 경기급락을 막는 요인으로는 작용하겠지만 대대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유로존 경제가 내년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하더라도 성장률은 0.2%의 미약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보다는 사정이 좋지만 여전히 불황으로부터 회복하지 못하고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 1.7%에 이어, 올해 성장률도 2.1%의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불황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금융위기는 대공황만큼 산업생산량이 감소되지는 않았지만, 1970년대 1,2차 오일 쇼크 때보다는 감소 폭이 크다. 1990년대 이후 장기간 지속된 호황기에 형성된 자산버블이 워낙 크고,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중에 유로존 위기가 불거지면서 오일쇼크 당시보다 더 심각한 불황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금본위제 유지를 위해 통화긴축과 재정긴축을 고집했던 대공황기와 달리 이번에는 통화 및 재정의 팽창기조를 지속했기 때문에 대공황 수준의 불황은 피했지만 위기의 깊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경제에서 개선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주택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2012년 공실률이 하락하고 주택가격이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의 부채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8% 대의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주도의 불황 탈출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주택시장 개선에 힘입어 내년 소비증가율은 2012년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 안정과 수요 부진으로 7월 중 근원 소비자 물가는 1.6% 정도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힘입어 S&P 500 기업의 올해 1분기 이윤이 작년에 비해 7%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위기와 재정긴축으로 2013년에도 성장률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이후 소비부진과 달러약세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개선되며 미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했지만, 2013년에는 유로존 위기와 신흥국 성장세 둔화로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경상수지가 두드러지게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기업들 역시 실적 호조로 투자여력은 늘었지만 향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감축 문제는 유로존 위기 못지 않은 내년 미국경제의 위험요인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많이 늘린 상황에서 최근 고령화까지 진행되면서 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예산통제법에는 중장기적인 재정악화를 막기 위해 내년에 재정적자를 6천억 달러 삭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만약 연방의회가 예산통제법을 수정하지 않고 예정대로 재정 긴축에 돌입하면 이른바 재정절벽이 도래하여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치권이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재정 적자 감축 폭을 축소하는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완만한 재정긴축 상황을 가정할 때 미국경기는 2013년에 2% 초반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릭스, 성장률 빠른 반등 기대 무리
2010년 출구전략이 시작된 이후 내수 시장 위축과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가 맞물리면서, 올해 들어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자 각국 정부가 서둘러 경기 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경상수지, 재정수지, 인플레이션율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이라 지난 2009년과 같은 과감한 경기 부양책의 집행과 그로 인한 경제성장률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도 선진국들의 성장 둔화로 인한 대 신흥국 투자 감소, 브릭스 국가들의 인적 자본 투자 및 인프라 확충 부족, 소득 양극화 확대, 사회적 폐쇄성 등으로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7%대 성장에 머무를 전망이다. 2010년에 40%를 넘어섰던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7월까지 누적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에 그쳐, 이미 2011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소폭 반등함에 따라 중국의 수출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반적인 세계교역 둔화가 이어지면서 한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동안 중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투자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34%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0.7%로 둔화되었다. 국유기업의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민간기업 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민간투자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정책 당국은 에너지절약, 바이오, 신소재 등 7대 전략 신흥산업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가전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 재개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올해 말로 가면서 그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2009년의 4조 위안 경기 부양책에 비해 지출 규모가 작아 경기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중국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유동성이 늘고 주택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여전히 주택 공실율도 높은 수준이어서, 2013년에도 건설 투자는 부진할 전망이다.
다만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경기 부양 과정에서 증가한 지방정부 부채의 만기가 2012년 상반기에 집중 되었으나 대부분 상환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더구나, 2012년 중국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지방정부 지도층도 교체되면서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그 추이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브라질의 경우, 올해에 비해 내년 성장률은 다소 높아지겠으나, 의미 있는 경기 회복이라 부르기에는 미흡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브라질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각각 5.3%와 0.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모두 쌍둥이 적자, 즉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 상태이어서 최근의 급격한 성장률 하락을 반전시킬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상의 대응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인도는 소비자 물가상승률마저 10%대에 달하고 있어 물가, 금리, 경상수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트릴레마(Trillemma)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면서 상황에 따라 향후 인도 경제가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있지만, 정권 갈등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 발휘도 쉽지 않아 보인다.
브라질은 주요 수출품인 철광석, 콩 등 원자재의 대 유럽 및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 올해 상반기에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유럽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EU의 성장 부진으로 인한 자금 이탈로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에는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 실시로 성장세가 다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국제 유가 상승의 효과로 올해 상반기 4.5%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3년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원자재 의존도가 국가 경제의 20%에 달할 정도로 높아,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성장률이 급변할 수 있는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2012년 상반기에 있었던 대선으로 인한 내수 팽창효과가 사라지면서 2013년 성장률은 2012년보다 둔화된 4.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제금리, 2012년보다 다소 낮은 수준 유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주요국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내년 세계경기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뿐만 아니라 재정 절벽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는 미국, 국가 부채 문제가 심각한 일본,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브릭스 등 주요국들의 재정 지출 확대 여력이 크지 않아 여전히 통화 완화 정책 필요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2013년 중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로 금리 수준에 근접한 선진국들의 경우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거나 실물경기가 다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낼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여 2013년 국제금리는 2012년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향후 통화정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와 함께 재정 절벽의 현실화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관심의 대상이었던 3차 양적 완화(QE3)를 시행하면서, 기한을 정하지 않고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부채권(MBS)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당초 2014년 말까지로 예정되었던 초저금리(0~0.25% 수준의 정책금리) 유지 기한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했다. 특히, 향후 고용 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동시에 또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향후 추가적인 양적 완화 조치 시행 여부는 주택금융 활성화로 대변되는 금융시스템의 기능 회복, 투자 및 고용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극단적 재정 절벽이 현실화되어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고조된다면, 초과지준율 인하 등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우, 정책금리 추가 인화와 유럽 중앙은행의 취약국 채권 매입 등을 통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미 0.75%까지 인하된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들의 신용위기 및 민간부분의 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유동성 공급의 신용창조 기능도 매우 저하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브릭스 국가들 역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 역시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를 크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경향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하 시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신흥국들의 금리 인하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가치 회복
2013년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반면, 금융위기 이후 지난 수 년간 강세를 띠어 오다가 2012년 약세를 보인 신흥국 통화가치가 부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당분간 달러와 같은 안전통화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호주 달러나 한국 원, 노르웨이 크로네 등 대체 안전자산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가별로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해야 될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가간 환율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고, 그리스의 유로 이탈을 비롯해 유로체제가 급변할 경우 환율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통화 별로 살펴보면, 달러는 현 수준 내외의 강세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세계경기 둔화 압력 속에서도 미국경제의 여건이 유럽경제 및 일본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통화완화 정책과 그로 인한 금리하향 압력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혼란이 확대될 경우, 일시적인 달러 약세가 예상되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화의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지역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위기 극복을 위한 금리인하와 통화완화 압력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 결정을 비롯한 정책대응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내 유로존 재정통합의 획기적 진전 등으로 위기가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그리스의 유로 탈퇴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불안심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엔화는 지난 수 년간 안전통화로서 선호되어 왔지만 일본의 무역흑자가 줄어들면서 엔화강세 압력이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 2012년 상반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실물경제가 서서히 둔화하는 가운데, 양적완화를 비롯한 통화완화 압력이 커지면서 엔화는 내년에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는 중국의 수출위축과 경기급락에 대한 우려로 절상 폭이 크게 축소되어 내년에 연간 1% 내외의 절상에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안정되나 농산물 가격 불안 예상
2013년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110 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석유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세가 낮아지는 등 석유 수요 둔화는 유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 그러나 이란 제재 관련 리스크, OPEC 국가들의 산유량 조절 등 공급 측면의 제약 요인으로 인해 유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비OPEC 국가들의 석유 공급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산유국들은 사회 불안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해 고유가 유지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2000년대 나타났던 국제 유가의 장기 상승(Super Cycle) 현상은 재현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통석유(Oil Sand, Tight Oil)를 중심으로 한 석유 공급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선진국의 경기 부진, 연비 규제의 강화, 하이브리드차(HEV) 등 에너지 절약 기술의 확대 등으로 석유 수요의 성장 탄력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에너지 가격 추이와 관련하여 셰일가스의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연가스의 공급이 늘면서 복합화력발전, 중장비 및 선박 연료 등 일부 석유 수요가 대체되겠지만, 설비 및 인프라 교체 필요성 등으로 인해 석유 수요 대체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가스의 석유 대체 뿐만 아니라,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비전통석유 공급 증가 역시 유가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국제 가격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천연가스 발전비용이 석탄 발전비용보다 저렴해지자 천연가스의 석탄 대체가 진행되고 있다. 셰일가스 공급이 북미 이외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 가스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석탄 대비 경제성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 가격은 세계 수요 둔화로 안정될 전망이다. 내구재 등 제품 수요가 줄고, 설비 투자가 둔화되면서 올해 들어 구리,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대비 20% 내외 하락했다. 최근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금속 가격은 수요 제약으로 인해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속 원자재에 대한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은 강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미국, 러시아, 남미 등 주요 곡물 생산국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로 인한 생산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며, 일부 생산국의 경우 자국 사정으로 인한 곡물 수출 제한 가능성도 있어 곡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일부 신흥국에서는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불안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자료제공: LG경제연구원]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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