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2 10:24

논단/ 선박기간 보험에서의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와 사고와의 인과관계 및 추정전손의 성립 여부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대법원 2010년 7월15일 선고 2009다66723 판결을 중심으로
<7.23자에 이어>

(4) 나아가 원고가 그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수리비에 관해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했으면 이 사건 선박이 수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상태였음과 보험사고 후에 발생한 수리비를 입증하거나 또는 보험사고로 인해 손상을 입은 선박 부분을 특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리비를 입증해야만 하고 그 수리비의 산정을 위한 감정도 그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돼 있고 산출근거가 불분명하다면 그 자체로써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년 2월23일 선고 98다5930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들로서는

① 1996년 3월4일 대련 □□조선소 작성의 미화 631,710달러 견적서

② 대련 송□□ □□조선소 작성의 미화 569,667달러 견적서

③ 신일본 검정협회 검정인 히○○ ○○○ 작성의 수리비가 최소한 미화 50만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취지의 추가 검정보고서(갑 제5호증)가 있는 바,

첫째로 ①, ② 각 견적서는 객관적인 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감정인이나 검정인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고 선주의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많은 조선소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견적서에 불과해 그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점,

둘째로 ①, ②, ③의 견적서 및 보고서 모두 사고가 발생한 후 선박을 완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을 전제로 선박에 대한 모든 수리비를 산정한 것으로 보이고 사고로 인해 선박이 훼손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와 사고 이전부터 선박에 이미 손상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셋째로 ③의 검정보고서의 경우 검정인인 히○○ ○○○가 주로 일본에서 검정과 감정업무를 했을 뿐 중국에서의 업무는 처음으로서 작성된 보고서 자체도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피력하지 아니하고 송□ □□조선소 작성의 ② 견적서의 타당성만을 검토하고 그 중 일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후 최소 수리비가 미화 50만 달러라는 취지로 감정해 정상적인 형식을 갖춘 감정서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며 감정내용에서도 수리비의 산정은 현지 수리비를 기준으로 감정해야 할 것인데,

수리의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하거나 혹은 일본에서 재료를 가져와 수리하는 것을 기준으로 작성돼 있고 수리의 기준이 되는 중국 현지의 수리요율표와는 달리 강제수리 단가의 경우 현저히 고액인 송□□ □□조선소의 견적내용에 대해도 별다른 합리적인 설명 없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들 증거는 어느 것도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보험자인 피고가 원고 제출의 견적서와 검정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그와 현저한 격차가 있는 손해사정인 작성의 두개의 감정서를 따로이 제출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선박의 경우 이미 본 바와 같이 수리를 요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리한 흔적 없이 출항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정황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한 각 견적서와 검정보고서 등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만 달러를 초과해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점, 즉 이 사건 보험사고인 전손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5)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추정전손 여부에 대해 소 제기시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를 토대로 원고가 주장하는 수리비에 대해 더 심리함으로써 과연 이 사건 선박이 출항 전에 수리를 요하는 상태가 아니었는지, 수리를 요하는 상태였다면 그 부분과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해 발생한 수리를 요하는 부분의 특정이 가능한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은 특정이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입증방법은 없는지, 그와 같은 선박에 대한 직접수리비가 확정된다면 수리비에 포함돼야 할 부대비용을 모두 합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보험사고로 인한 수리비는 얼마인지 등을 따져 원고청구의 당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 원심은 추정전손과 위부에 관한 영국해상보험법상의 법리를 오해하고 수리비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제2점은 이유 있다.

4. 서울고법 2003년 10월10일 선고, 2002나41321 판결

가. 명시 담보 조건 불이행에 대해

(1) 갑 제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보험 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Condition Survey)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Recommendation)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 담보 조건으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그러나 갑 제8호증 내지 갑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김○○의 증언에 변론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와 같은 명시 담보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1995년 11월2일 이 사건 선박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선주 대표와 그 외 다른 담당자들이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정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은 사실, 사단법인 한국선급은 위와 같은 확인 및 검증을 거쳐 1999년 11월25일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해 나쁜 상태로 유지됐으나 지적사항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

그 지적사항으로는 1996년 5월2일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이 이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검정보고서(Survey Report)를 제출한 사실, 위 지적사항과 항해사 등 이 사건 선박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고는 1995년 11월2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산업, □□선박 공업사,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하고 해치 덮개를 용접하며 선창 격벽을 제작하는 등 합계 2,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수리를 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3)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명시 담보 조건인 현상검사를 받고 그 지적사항을 이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가 위 지적사항을 모두 이행하지 아니했다고 하더라도 위 지적사항의 이행기한(1996년 5월2일) 이전인 1996년 2월1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상 원고가 명시 담보 조건을 불이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불감항능력에 대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거의 모두 객관적인 사정들로서 선주인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선주인 원고에게 직접적인 수리요청까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감항능력의 부재에 대한 원고의 악의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해당 선박의 감항능력 부재와 피보험자인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부재로 인해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해는 감항능력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할 것인데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외판이 유빙과의 충돌로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될 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 감항능력의 부재와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감항능력 부재로 인한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보험사고가 추정전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가 미화 500,000달러를 초과해 추정전손에 해당한다는 점, 즉 이 사건 보험사고인 전손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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