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17:04

창간41주년 특집 설문조사/ “해운시장 아직 불황기다”

해운물류인 절반 이상 ‘시황호전 못느꼈다’…정부지원 절실
2009년이 가장 어려워…내년 이후 턴어라운드 기대

올 한 해 선사들은 턴어라운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의지만 있다면 운임회복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정기선사들은 연초부터 잇따른 운임인상 프로그램을 전 노선에 걸쳐 실시하며 흑자경영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선사들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창간 41주년을 맞아 해운물류업계 종사자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해운물류시장의 현재 시황과 전망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들어봤다.

●●●설문조사 결과 아직까지 해운물류시장은 불황기라는 대답이 많았다. ‘현재 해운경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과반수를 넘는 응답자(56%)가 ‘아직 불황기다’고 답했다. ‘느리지만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답은 41%를 차지했다. 시황이 상승국면을 띠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시황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업계의 답답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돌입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해운물류인들이 올해 들어 시황호전을 피부로 느낀 것일까? 앞선 질문과 마찬가지로 ‘못 느꼈다’는 대답이 절반 이상(51%)을 차지했다. ‘다소 느꼈다’고 답한 사람도 45%나 돼 최근 정기선 시장의 운임회복, 건화물선시장의 운임지수(BDI) 상승 등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매우 느꼈다’고 답한 사람은 4%에 그쳤다.

1분기 경영성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비교한 해운물류기업들의 1분기 경영성적 평가’에 대해 69%의 응답자가 ‘보합세 또는 소폭 상승’을 답했다. ‘더 악화됐다’고 말한 사람도 30%에 이르렀다. 올해 시장 환경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흑자전환 또는 큰 폭으로 상생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해운물류업계가 해운경기의 턴어라운드 시점을 언제로 보고 있을 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냐 긴축이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다수의 해운물류인들은 아직까지 시황회복은 멀리 있다고 답했다. ‘해운경기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고 묻자 응답자의 64%가 내년 이후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상반기’가 34%, ‘내년 하반기’가 30%였다. 올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본 사람들은 36%였다. 이 가운데 ‘올해 하반기’라고 답한 사람은 29%인 반면 ‘2012년 상반기애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답한 사람은 7%였다.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2009년을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보고 있었다. 최근 몇 년이 해운물류 역사상 최악의 불황기란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닌 셈이다. ‘해운물류업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묻자 응답자의 39%가 ‘2009년’을 찍었다. 이어 2011년 21%, 2012년 19%, IMF시절 18% 순이었다. 결과에서 보듯 올해도 좋은 시황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황에 회사 분위기 ‘싸늘’

‘시황 불황으로 회사에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절반이 넘는 응답자(52%)가 ‘냉랭한 사내분위기’를 꼽았다. “요즘 선사 직원들은 퇴근하면 집에 가기 바쁘다”는 말을 취재과정에서 종종 듣곤 한다. 불황의 그늘에 짓눌린 해운사들의 자화상이다. ‘인력감축’이라고 답한 사람도 29%를 차지했다. ‘회식 감소’라는 응답은 18%였다.

‘시황 개선이 가장 기대되는 해운 시장’을 묻자 압도적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을 가리켰다. 무려 72%에 이른다. ‘탱커선’은 18%, ‘벌크선’은 10%였다. 벌크선 시장이 ‘혹독한 시련기’를 지나고 있음을 반증한다.

최근 시황이 다시 어려워지자 해운업계에 대한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의 선사 대상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지” 묻자 대부분의 해운물류기업 종사자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매우 필요하다’는 답은 36%, ‘다소 필요하다’는 답은 48%였다. ‘필요없다’고 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요즘 시장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에 대한 해운물류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의 원양항로 운임회복에 대해선 대다수의 응답자가 선사들의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 원양항로 운임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올랐다. 운임회복 성공 이유는?’이란 질문에 84%가 ‘선사들의 강제적인 부양’을 꼽았다. 15%는 ‘일시적인 반등’을 이유로 들었다. ‘시장여건이 개선’됐다’는 답은 1%에 불과했다.

「컨」운임 현수준 유지…BDI 마지노선 2000~2500p

향후 컨테이너 운임 흐름에 대해선 오른 운임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성수기를 맞아 성수기할증료 또는 운임인상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향후 운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라고 묻자 응답자의 40%가 ‘현재 수준 유지’를 꼽았다.
‘상승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이후 하락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각각 30%여서 향후 시장환경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올 한해 시황 개선이 가장 기대되는 컨테이너선 항로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34%의 응답자가 ‘유럽항로’를 선택했다.

올해 들어 3배 이상 운임을 끌어올린 데 따른 시황 개선 효과를 많은 해운물류인들이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아시아역내항로’ 24%, ‘북미항로’ ‘중남미·아프리카항로’ 각각 21% 등으로 조사됐다. 선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불황 이후 갑작스런 컨테이너 장비난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올해는 심한 부족현상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 같다. ‘컨테이너 장비 수급은 원활한가’에 대한 질문엔 응답자의 65%가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으며, 32%는 ‘장비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 ‘매우 부족하다’는 답변은 3%에 그쳤다.

컨테이너선에 비해 벌크선 시장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이 올해 하반기 벌크선 시황은 침체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벌크선 시장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의견을 묻자 63%의 응답자가 ‘공급과잉으로 시황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느린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답은 33%로 뒤를 이었다. ‘성수기 도래로 시황이 빠른 상승’을 보일 것이란 견해는 4%에 머물렀다.

벌크선운임지수(BDI)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선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필요한 BDI 하한선은 몇 포인트로 보는가’란 질문에 절반의 응답자(50%)가 ‘2000~ 2500포인트’를 꼽았다. ‘2500포인트’라고 답한 사람도 35%나 됐다. ‘1500~2000포인트’란 답은 15%였다. 최근 BDI가 1000포인트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설문조사 결과에 비춰 선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BDI 수준은 아직도 멀리 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해운물류인들이 벌크선 시장 부진의 원인을 공급과잉에서 찾고 있지만 해법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벌크선 시장 업황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제유가 하락’과 ‘공급축소’가 36%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수요상승’은 28%였다.

포워더 대다수 오른 운임 제대로 못 받아내

국제물류기업(포워더)들은 최근 원양항로의 운임회복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다수의 포워더들이 오른 해상운임을 화주들에게 모두 청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원양항로 운임회복 이후 포워더들은 화주들에게 오른 운임을 반영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91%에 달했다. ‘오른 운임을 전액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은 3%에 불과했다. ‘전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6%로 나타나 최근 선사들의 운임회복이 포워더들에겐 큰 수익악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제물류주선업계에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37%가 ‘대형화주들의 물류자회사 확산’을, 33%가 ‘업체수 난립에 따른 덤핑영업’을 각각 꼽았다. ‘선사들의 해상운임 인상’ 이라고 답한 사람도  26%에 이르러 포워더들은 최근의 컨테이너선 시장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수금 문제’를 꼽은 사람은 4%에 그쳤다.

항만하역시장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산항 덤핑 하역료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운영사간 클린협정 체결’이 가장 많은 44%의 지지를 받았다. 현재 클린협정 체결은 업체간 이해관계에 얽혀 표류 중이다. ‘북항부두 운영사 통합’ ‘북항 일부부두 조기 폐쇄’는 각각 36% 20%의 득표를 얻었다. 보기로 제시된 3개 방안들이 모두 부산항의 하역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들이라는 데 이견은 없는 셈이다.

최근 발효된 한·미 및 한·EU FTA에 대해선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58%의 응답자가 한·미 및 한·EU FTA는 ‘자동차등 일부 부문에서 해운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영향이 미미하다’는 의견도 31%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시황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는 가장 낮은 11%였다.

IMO와 EU가 해운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 방안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시장기반조치(탄소세 또는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 또는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녹색해운 등 순기능이 크다’고 답한 사람이 44%로 가장 많았다. ‘더 강력한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24%)까지 포함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대해 해운물류업계 종사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비용부담만 커져 반대한다’는 의견도 32%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 개막해 3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정작 해운물류인들은 여수박람회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은 것 같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우리나라 해양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6%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8%는 ‘다소 기여한다’고 말했으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아라뱃길 물류효과 여전히 부정적

지난 5월25일 정식 개통한 경인운하인 아라뱃길에 대해선 대다수의 해운물류인들이 물류적인 측면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7%의 응답자가 경인아라뱃길은 ‘물류효과가 없다’고 못 박았다. ‘활성화될 경우 효과를 볼 것’이란 다소 유보적인 의견이 32%로 뒤를 이었다. ‘비용절감 등 효과가 크다’는 의견은 1%에 그쳤다.

한중항로의 개방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가 서로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로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았다. 수교 이후 해운물류 분야에서도 양국간 교류는 크게 확대됐다. 개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중항로 개방’과 ‘항로 진입장벽 강화’란 답이 각각  44%로 동률을 이뤘다. 선사들 사이에서도 한중항로 개방에 대해선 서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중 카페리 무비자 입국 허용’을 요청한 의견은 12%였다.

한중항로 개방 시기에 대해선 5년에서 10년 사이가 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을 넘는 54%의 응답자가 ‘5~10년 사이 개방’을 꼽았다. 서로 상반된 의견이라 할 수 있는 ‘개방해선 안 된다’와 ‘1~2년 내 개방’의 비율은 각각 24% 22%로 한중항로 개방에 대한 의견과 마찬가지로 팽팽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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