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적 외항선사 영업성적표는 참담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힘든 한 해를 보냈던 2009년에 비해 더 악화됐다는 게 해운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2일 본지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148개 외항화물운송기업의 2011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76곳의 해운사가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 2곳 중 1곳이 적자를 본 것이다. 2009년엔 전체 선사의 30%가량이 적자를 낸 바 있다.
매출액도 선사별로 변동이 심했다. 148개 해운사 중 68곳이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 가운데 상위 50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3.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아래 표 참조)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대양상선 창명해운 등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액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선사 순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상위 4곳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 유코카캐리어스는 전년도 순위를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5위였던 대한해운은 법정관리의 후유증으로 순위가 3계단이나 하락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매출액이 3분의1 토막나는 수모를 겪었다.
자동차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자동차를 전문으로 실어 나르는 선사들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완성차를 수송하고 있는 유코카캐리어스와 현대글로비스가 나란히 두 자릿수의 외형 성장을 일궜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8년 완성차해상운송사업에 뛰어든 뒤 모기업 물량을 위주로 한 실적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엔 해운 부문 매출액이 46% 성장하며 순위가 3계단 뛰어올랐다.
근해항로 컨테이너선사들도 비교적 매출액 성장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고려해운 흥아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등이 나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특히 고려해운은 최근 몇 년 간의 괄목할만한 매출액 성장에 힘입어 올해 1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발레의 철광석 물동량을 장기 수송하는 폴라리스쉬핑은 매출액이 2배 가까운 신장을 보이면서 순위도 19위에서 12위로 7계단이나 상승했다. 삼목해운도 50%가 넘는 외형성장을 일구며 큰 폭의 순위 상승을 맛봤다. 하나로해운도 매출액이 2.5배 성장한 결과 순위가 무려 31계단이나 뛰어오르며 50위권에 진입했다. 해운시황이 어려울수록 대선보다는 화물 중심의 영업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STX그룹이 지난해 설립한 STX마린서비스는 16위로 신규 진입했다. 그룹사의 선박관리를 주요 수익원으로 해 지난해 3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거뒀다. 하지만 외항선사로서의 매출액이라 할 수 있는 실제 운항수익(나용선운항수익)은 83억원에 불과해 순위를 놓고 이견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이밖에 2010년 21위였던 삼호해운이 법정관리로 순위에서 빠진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삼호해운은 현재 회생계획안 제출을 준비 중이지만 2번에 걸친 제출기간 연장으로 법정관리 취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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