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6 07:37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5)

서대남 편집위원
協會최조 學士여비서에‘金장군’으론 성차잖아 별넷 호칭‘金대장’으로 불러 달라 주문

서대남 편집위원

북창동 삼흥빌딩에서 서소문동 배재빌딩으로 옮겨 10층 전층을 차지하고‘사단법인 한국선주협회’간판을 걸고보니 결혼한 신혼부부가 부엌도 없는 문간방에서 살다가 전세방이지만 부엌과 냉장고에 소파라도 놓고 살게 된 기분이었다.

한층 아래엔 당시 수산업을 대표하는 재계의 거물급 심상준 (沈相俊) 사장이 경영하는 수산개발공사가 있었고 한 때 세계 해운사상 가장 폐쇄적인 운임동맹으로 악명(?) 높았던, 한국해대 8기졸업에 해운공사(KSC) 런던지점 출신으로 유명했던, 김성응(金星應) 한국대표가 이끄는 FEFC(Far Eastern Freight Conference : 구주운임동맹) 사무국이 있었고 또 추헌출(秋憲出)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원목 전용 수송선사 세양선박(주)도 아랫층에 함께 있었다. 취재차 FEFC 사무국 실무를 주도했던 한국해대 26기 유동영 국장과 통화를 하니 감격하는 음성으로 필자를 기억하고 있어 반가웠다.

이사를 한 후 인테리어와 파티션 작업을 조속히 끝낸 후 부속실을 만들고 전속 운전기사와 여비서를 채용했다. 누구의 소개로 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대학에 사진학과란 분야가 생소하여 그런 학과도 있느냐고 의아해 하던 시절에 중앙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얼굴도 예쁘장하고 아주 사교적이고 애교 만점인 20대 중반의 아가씨가 뽑혀왔다.

선주협회에 대졸 여성이란 자체가 화제였고 특히 세련된 미모나 날렵한 맵시를 회상하노라면 지금 K-Pop 전성기의 걸 그룹‘소녀시대’의‘윤아’나‘제시카’정도 또는‘티아라’나 ‘포미닛’멤버 중의 하나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40년 가까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일반 직장의 어느 사무실이건 대개의 경우 여자상고(여상) 출신이 주류를 이뤘던 것 같은데 선협 비서실에 대졸이라니 파격적이었고 더러는 신기해 하기까지 했었던 것 같다.

서울여상, 동구여상, 영등포여상 등등 여자상고 출신들이 직장의 경리를 비롯한 여러 부서에서 기초 실무를 처리하는 게 일반적 관례였다. 당시만 해도 여상 중에서도 급수가 있어 에이스격인 서울여상은 대우가 좋은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으로 많이 빠지던 때라 선주협회 대우 수준으론 동구여상이 제격으로 대를 잇던 때라 대학을 나온 여학사를 사무직 제1호로 여비서 채용을 했으니 여직원 한명을 뽑아 놓고도 화제가 만발한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김 이사장은 근무의 격식을 따지지 않는 분이라 늘 들락날락했고 자주 외근(?)으로 외출을 했으며 자리를 비우고 없으면 이를 기회로 삼아 부서장들이 무슨 연예인이라도 대하듯 호기심으로 비서실을 기웃거리며 다투어 말이라도 한번 걸어 보려고 눈독을 들이던 생각을 돌이켜 본다.

중년가수 심수봉식의 남자론,“ 남자는다그래”,“ 여자도똑같애”라던당시의시쳇말처럼 오래 묵은 과거사가 손에 잡힐 듯 웃음과 함께 클로즈업 된다. 그리고 김 이사장은 오면서부터 ‘용무(龍舞)’란 아호를 따서 스스로를‘용무장군’이라고 칭했고 부하직원들에게도 은근히 그렇게 불러주기를 원해 모두들 40여년이 된 지금까지도 당시를 추억 삼아 회상하거나 그 시절의 사실들을 화제로 삼아 묵은지 같은 옛 얘기를 나눌 땐 한결같이‘용무장군’이란 호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용 용(龍)에 춤출 무(舞)려니‘하늘을 나는 용’만 해도 가히 짐작이 가는데 하물며 그 용이 춤까지 추다니, 문자 그대로 용무장군은 춤추는 용처럼 어떤 사안을 화제로 삼아 얘기를 시작하면 숨도 쉬지 않고 일사천리로 심지어 몇 시간을 연속으로 이어가는 습관이 있었다.

또 김 이사장은‘용무장군’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되 그냥 ‘김장군’이라는 호칭은 단호히 거부했다. 장군은 별 하나 ‘준장’부터 시작해서‘소장, 중장, 대장’등 네 등급이 있는데 별의 갯수를 넣어 아래위를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인 별자리 계급의 통칭인‘장군’이란 말에는 성차지 않아 모순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혹시 필자가‘김 장군님!’하고 부를 땐‘김 대장님!’이라고 부르도록 호칭을 교정해 주기도 했다. 하긴 별자리 군계급 호칭에 별의 갯수가 포함된 개념이어야 호칭의 정확도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게다가 참모총장도 우리 군 역사상 별 둘, 별 셋의 소장, 중장 출신들도 있었고 보면‘총장님'’이란 호칭도 역시 별 둘이나 셋짜리 총장인지 별 넷짜리 총장인지 그 호칭 속에는 별의 갯수가 모호하니 그럴만도 했었다고나 할까?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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