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1 06:11

KSG에세이/ 日常 ‘우리글’ 誤用, 그 隨筆的 접근과 斷想 - (6)

서대남 편집위원
‘몇월 몇일’은 ‘몇월 며칠’로 쓰고, ‘다르다’와 ‘틀리다’ 의미 혼동 말아야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30). ‘며칠’ 인가 ‘몇 일’ 인가? / 원래 ‘몇’이란 확실하지 않은 수나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막연하게 이르는 말을 표현할 때 쓰는데 "몇 사람이 모였느냐, 몇 시간이나 걸릴까, 모두 몇이냐, 우리 몇이라도 같이 가자" 로 쓰이고 그 달의 몇 째 되는 날 즉 특정 날자를 표현하는 '몇 일'은 '몇 일' 로 적으면 '면닐' 이라는 비표준 발음을 인정하게 되므로 '며칠' 로 적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해설이다.

누구나 이를 쉽게 이해하기가 용이한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아무튼 반드시 ‘몇 월 며칠’이라고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실에 각별히 유념하고 그래서 무조건 ‘몇 월 며칠’로 적는데 익숙해야 하겠다.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 국민이 ‘몇일’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고학력일수록 더욱 어원에 충실한다는 착각으로 잘못 아는 탓인지 ‘몇일’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는게 필자가 지금까지 보아온 가장 빈번한 체험적 오류의 사례이다.

전문 교열 담당의 오탈자 교정과정을 거친후 독자와 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자유롭고 러프하다고 볼 수 있는 인터넷 누리꾼들이 쓰는 수많은 작품과 글월과 리플 및 댓글을 보면 저 정도 수준의 작품이나 내용과 논조와 어휘력으로 문장을 구사하는 가운데서 저런 오류가 나오다니 생각되는 아이러니에 필자는 아연실색할 때가 많다.

움직씨 ‘돕다 → 도와’, 그림씨 ‘곱다 → 고와’ 외엔 거의가 ‘워’

(31). ‘뱉었다, 가까워’ 인지 ‘뱉았다, 가까와’ 인지 / 전자가 맞다. 침을 ‘뱉었다’, 김치를 담가(‘담그-’+‘아’)먹다, 문을 잠갔다(‘잠그-’+‘았다’)로 적는다. ‘ㅏ, ㅗ’ 이외의 ‘ㅐ, ㅘ’ 등은 음성모음이다. 움직씨 ‘돕다’가 ‘도와’로 그림씨 ‘곱다’가 ‘고와’로 변형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가 ‘워’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게 국어원 국어생활 종합상담실의 조언이었다. 따라서 하늘빛이 ‘고와’, 학교길이 ‘가까워’, 숙제를 ‘도와’, 가을꽃이 ‘아름다워'’로 헷갈리지 않게 유념해서 맞게 잘 써야 된다. 어간이 2음절 이상인 ‘ㅂ’ 변칙 용언(‘가깝다’, ‘아름답다’ 등)은 양성모음, 음성모음 구별없이 ‘워’형으로 적는다.

(32). ‘생각건대’ 인가 ‘생각컨대’ 인가 / 무성음 뒤에서는 ‘하’가 통째로 탈락되나 유성음 뒤에서는 ‘하’에서 ‘ㅏ’만 탈락되고 ‘ㅎ’은 살아있다. 따라서 ‘거북하지/거북지, 생각하건대/생각건대, 넉넉하지/넉넉지, 섭섭하지/섭섭지, 깨끗하지/깨끗지, 못하지/못지’로 적어야 된다. 한편 ‘간편하지/간편치, 다정하지/다정치, 청하건대/청컨대, 무심하지/ 무심치, 실천하도록/실천토록, 사임하고자/사임코자’로 적어야 한다. 유성음의 모음과 ‘ㄴ, ㅁ, ㄹ, ㅇ’, 무성음의 ‘ㄴ, ㅁ, ㄹ, ㅇ’ 을 제외한 자음, 예컨데 ‘ㅂ, ㅅ, ㄱ’ 등 에서다.

‘거북하지 → 거북지’, ‘간편하지 → 간편치’로 활용된다

(33). ‘깨끗이’ 인지, ‘깨끗히’ 인지 / ‘ㅅ’ 받침 뒤에서 는 ‘깨끗이, 느긋이, 따뜻이, 번듯이, 빠듯이, 산뜻이’와 같이 적고 첩어 뒤에서도 ‘간간이, 겹겹이, 곳곳이, 알알이, 일일이, 줄줄이’와 같이 쓴다. 또 부사 뒤에서도 ‘곰곰이, 더욱이, 히죽이, 생긋이’로 적어야 하므로 '깨끗히' 쓰는 혼동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이며 산뜻한 글이나 문장에서 '산뜻히' 를 보이는 유식속에서 무식을 보여 낯 깎이는 식자의 흠결을 보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일이다.

(34). ‘-이에요/ -이어요, -에요/-여요’의 구분 / 이 경우 받침 있는 말 뒤에선 ‘뭣이에요, 책이에요/책이어요’로 쓰고 받침이 없는 말 뒤에선 ‘뭐예요(뭐이에요), 저예요(저이에요)/저여요(저이어요)’와 같이 쓴다.

(35). ‘아니에요’ 인지 ‘아니예요’ 인지 / 그런 말이 ‘아니에요(아녜요)’로 적는다. 표준어 규정 26항에서는 ‘-이에요’와 ‘-이어요’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요/-이어요’는 받침있는 체언 뒤에서는 아래 -1)과 같이 ‘-이에요’, ‘-이어요’로 나타나나, 받침없는 체언 뒤에서는 아래 -2)와 같이 그 준말인 ‘-에요’, ‘여요’ 형태로 나타난다. 받침없는 체언 ‘-이에요’, ‘-이어요’ 형 대신 그 준말인 ‘-예요’, ‘-여요’ 형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1). 받침있는 체언뒤라 ‘책 + 이에요/이어요’ 받침있는 체언 뒤인지라 ‘책이에요/이어요’를 표준으로 적는다.
-2). 받침없는 체언뒤라 ‘저 +이에요/이어요’(->예요/여요)로 일단 ‘저예요, 저여요’로 했다. 그러나 위의 규정은 ‘아니에요’가 맞는지, ‘아니예요’가 맞는지에 대한 답을 쉽게 알려주지 못한다고 한다. ‘-이에요’, ‘-이어요’에서 ‘-이-’는 서술격 조사 ‘이다’의 어간이므로 ‘-이에요’는 그 앞에 체언이 오게 되는데 ‘아니다’는 체언이 아니라 용언(형용사)이어서 이 규정이 바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란 게 유보적인 이유이다.
그런데 아래 -3)에서 보듯이 형용사 ‘아니다’는 서술격 조사 ‘이다’ 와 활용 양상이 거의 동일하다.

-3). ‘이다’, ‘아니다’의 활용양상을 보면 첫째 ‘책이라서’ 또는 ‘책이 아니라서’처럼 ‘-어서/-아서’ 형 대신 ‘-라서’ 형이 쓰이기도 하고 둘째 ‘책이로구나’ 나 ‘책이 아니로구나’ 와 같이 ‘-는 구나, -구나’ 형 대신에 쓰이는 예도 찾아볼 수 있다. 전자는 보통의 용언 어간이라면 ‘-어서/-아서’가 올 자리에(예: 먹어서, 좋아서) ‘-라서’가 온 예이고 후자는 보통의 용언어간이라면 ‘-는 구나’, ‘-구나’가 올 자리에(예: 먹는구나, 좋구나) ‘-로구나’가 온 예이다.

이는 서술격 조사 ‘이다’와 형용사 ‘아니다’가 어미 활용에서는 같이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기원적으로 형용사 ‘아니다’는 명사 ‘아니’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결합하여 형성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니’(명사) + ‘이-’(서술격 조사)의 구조를 가지던 말이 근대국어 말기에 형용사 어간 ‘아니-’로 재구조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니다’는 비록 체언은 아니지만 서술격조사 ‘이다’를 이미 포함하고 있는 말이므로 ‘아니다’에 <표준어 규정> 26항을 적용하면 아래 -4)와 같다.

-4). 아니 - + - 에요/-어요 ->아니에요/아니어요

‘가지다’와 준말 ‘갖다’를 분간 못 하는 지식층 많아

(36). ‘머물러, 가졌다’ 인지 ‘머물어, 갖었다’ 인지 / ‘머무르다’는 ‘머무르고, 머무르니, 머물러, 머물렀다’로 활용되고 ‘머물다’는 ‘머무르다’의 준말로서 ‘머물고, 머무니(<- 머물 - + - 으니), 머물러’로 활용되어 ‘머무르다’나 ‘머물다’ 모두가 ‘머물러’로 활용된다. 유사한 준말로는 ‘머무르다/머물다’ 외에 ‘서두르다/서둘다’와 ‘서투르다/서툴다’를 들 수 있다. 또 ‘가지다’는 ‘가지고, 가지니, 가져/가졌다’로 변형되고 ‘가지다’의 준말 ‘갖다’는’갖고’와 함께 자음어미 앞에서만 쓰인다.

‘갖지 않고, 갖고 가는, 갖는 마음’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와 인연이 깊어 가까이 지내는 몇몇 인사는 평생을 ‘갖이고’와 ‘갖이는’의 함정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해 멋지고 번듯하게 잘 나가던 문장 군데 군데에 옥에 티로 먹칠을 한다. 그런데 필자가 애용하는 말 중의 하나인 ‘갖은’은 물론 ‘가지가지’의 준말 ‘갖가지’와 유사한 의미인 줄은 알고 있으나 ‘갖은 자(字), 갖은 색떡, 갖은 양념, 갖은 고생’으로 두루 쓰이는 뜻으로 봐서 그 어원이 ‘갖다’인지 아니면 ‘갖추다’에서 왔는지 궁금한데 이 역시 다음 기회에 다시 연구를 더 해 독자들에게 알려 드리기로 하고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37). ‘바람’ 인지 ‘바램’ 인지 / 전자 ‘바람’은 ‘희망하다’의 뜻 ‘바라다’의 명사형이고 후자 ‘바램’은 색깔이 ‘퇴색하다’ 의 의미 ‘바래다’의 명사형으로 서로 다르다. “우리 겨레 최대의 ‘바람’은 남북통일이다.”와 “저고리 색 ‘바램’의 원인은 잘못 된 염색 탓이다.”로 구분될 수 있겠다.

수공업자 → 미장이, 땜장이 / 속성표현 → 겁쟁이, 떼쟁이

(38). ‘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분 / 단어 자체가 구분하기 힘들거나 까다로운 어휘는 아닌데도 대개가 주의해서 구분하지 않거나 습성화 되어 오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겠다. 우선 ‘같지 않다’라는 뜻으로 '틀리다' 를 쓰면 그건 틀린다. 이를테면 “이론과 현실은 ‘틀린다/틀립니다’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의 경우 ‘틀린다’는 ‘같지 않다’는 뜻으로 쓰였기에 당연히 ‘다르다’로 맞게 써야한다.

“선생님 제 생각은 틀립니다” 도 ‘다릅니다’로써 써야한다. 동사로서 계산이나 셈이 ‘틀렸다’나 정답이 ‘틀렸다’ 즉 셈이나 사실 따위가 ‘맞지 않다’는 의미로 쓴다. 간혹 어떤 일이나 사물이 예정된 상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의 형용사로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혹은 “이곳은 분위기가 확실히 틀리지요?”라고 쓸 수도 있다.

(39). ‘빌다’와 ‘빌리다’의 구분 / 전자 ‘빌다’는 ‘구걸하다, 간청하다, 애원하다, 기도하다’의 의미로서 밥을 ‘빌어먹다’, 잘못 했다고 ‘빌다’,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와 같이 쓴다. 후자 ‘빌리다’는 “돈을 ‘빌려주다’, 술의 힘을 ‘빌려’ 사랑을 고백하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는 곧 책임을 수반한다고 한다.” 등과 같이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40). ‘멋장이, 중매장이’ 인지 ‘멋쟁이, 중매쟁이’ 인지 / 전자는 ‘미장이, 유기장이, 땜장이, 양복장이’처럼 전통적인 수공업에 종사하는 기술자 또는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전문가라는 뜻일 때에 쓰고 후자는 ‘겁쟁이, 욕심쟁이, 떼쟁이’와 같이 어떤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이란 뜻으로 쓴다고 한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상담실에 그럼 제법 전문성이 있어 보이는 몇몇 업종(?)에 대해서도 문의를 한바 ‘중매쟁이, 요술쟁이, 점쟁이’로 해야 맞다고 했다. 신분(?)의 차이를 가리는 듯한 ‘장이’와 ‘쟁이’도 한글 맞춤법에 의해 결정되는 같아 역시 우리글이 위대한 힘(?)을 가졌구나 싶어 의미 심장한 웃음이 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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