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7 11:00
논단/ 편의치적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법인격부인, 가압류가능성 및 관세법상의 문제에 관한 판례를 중심으로
<10.17자에 이어>
다. 적용범위와 요건
(1) 요건
법인격부인이론을 어떠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가, 즉, 어떠한 요건이 있을 때에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을 부인할 수 있는가에 관해는 각국의 판례와 학설상 아직 정설이 없는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채권자사해행위, 계약상의 의무위반행위, 탈법행위, 신의칙위반 내지 권리남용행위에 이 이론이 적용되고 있고 그 요건으로서는 회사와 사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서로 혼동돼 있거나 사원이 회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을 것,
예컨대 회사를 위해 따로 회계가 구분돼 있지 않고 주주총회·이사회 등 회사법적 절차가 무시되고 있어서 회사가 사원의 개인기업인 실질을 띠고 있을 것(일본판례가 말하는 법인격이 전혀 형해에 불과한 경우), 회사의 자본액이 그 경영하려는 사업의 규모와 성질에 비추어 현저하게 부족한 것(독일유한회사법상의 자기자본 보충적인 사원소비대차의 경우), 법인격이 법률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남용됐을 것 등을 들고 있다.
사원에게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려는 고의, 즉 주관적 요건이 있어야 하는가에 관해는 과거에는 이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 법인격부인이론의 보충성
각국의 판례를 보면 법인이 무대에 등장하기만 하면 곧바로 법인격부인이론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어 법인격부인이론이 지나치게 널리적용되는 감이 있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반동으로서 법인격부인이론은 사실인정, 계약의 해석, 법규의 해석 등 기존의 법이론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판례와 학설의 입장이며 이를 법인격부인이론의 보충성이라 한다.
이에 의하면 종래의 사법이론으로서 정말해결할 수 없는 경우란 회사와 사원사이의 재산과 업무의 상호혼동과 회사의 자본부족의 경우라고 좁게해석해야 할 것이다.
라. 법인격부인의 효과
(1) 일반적 효과
특정한 경우에 문제된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면 그 회사의 독립성이 부정되므로 회사와 사원은 법적으로 동일한 실체로 취급된다. 법인격부인의 효과는 회사의 독립성이 부정되는데 있고 이것은 회사와 사원의 분리원칙이 부정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분리원칙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하므로 그 효과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2) 실체법상의 효과
법인격부인이론이 적용되면 그 특정한 당사자간의 법률관계에 한해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이 일시적으로 부인되므로 회사는 그 배후에 있는 사원의 결합으로 보게 돼 회사와 사원이 동일한 인격으로 취급된다.
그러므로 회사의 채무는 바로 사원의 채무로 돼 회사가 채무를 갚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원이 그 개인재산으로 회사의 채무에 관해 책임을 지고 회사가 파산한 경우에는 사원이 회사에 대여한 금전은 채권으로 인정되지 않고 회사에 대한 자본의 출자로 인정돼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3) 소송법상의 효과
법인격부인이론이 소송법상으로 기판력과 집행력의 확장까지도 가져오는가에 관해는 다툼이 있다. 즉 회사에 대한 채무명의를 가지고 사원의 개인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절차의 형식성·명확성·안정성을 위해 이를 부정하는 견해가 많고, 우리나라 대법원과 일본최고재판소의 판례도 같다(대법원 1995년 9월12일 선고, 93다 4453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회사가 전혀 형해에 불과해 배후자에게 독자적인 소송수행을 허용해 그의 절차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는 경우에는 그 판결의 기판력이 타방에게도 미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제3자 이의의 소는 민사집행법에 규정돼 있지만,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리하는 판결절차에 속하므로 이 경우에는 법인격부인이론의 적용을 긍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마. 관련 판례
(1) 대법원 1977년 5월24일 선고, 76다1688, 1689 판결
위 대법원판결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법인격부인이론을 적용해 해결한 사건에 관해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법인격부인이론의 당부에 관해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1인회사에 있어서는 1인주주가 결정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
(2) 대법원 1977년 9월13일 선고, 74다954 판결
위 사건 판결요지는 피고가 소외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절차에 의해 회사 운영상 필요로 하는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무시하고 등한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 위 회사를 ‘형해’에 불과하다고 해 그 법인격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3) 대법원 1995년 5월12일 선고, 93다 44531 판결
위 사건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갑회사와 을회사가 기업의 형태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갑회사는 을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서 갑회사가 을회사의 채권자에 대해 을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그 신속 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해 절차의 명확 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을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갑회사에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3. 편의치적과 선박가압류
가. 편의치적선에 대한 가압류 가능성
편의치적선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법원은 명목상의 갑회사 소유로 등록된 선박에 대해 실제소유자인 을회사를 채무자로 해 가압류를 한 경우 을회사가 위 선박이 갑소유의 선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해, 등록선주가 아닌 채무자를 상대로 선박가압류를 한 경우에도 등록선주가 채무자와 사실상 동일한 회사로 판명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하 대표적인 판례들을 살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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