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3 07:57

중고선가 급락...선사 공급조절 차질 우려

중고선가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선사들이 고심하고 있다. 내년부터 신조 선박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운선사들이 공급조절을 위해 경쟁적으로 노후 중고선을 내다팔면서 중고선박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12일 클락슨과 마켓리포트 등 해운 시황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중고선박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0% 이상 하락했다. 10월 들어 5년 선령(배 나이)의 17만 재화중량톤수(DWT)급 케이프사이즈가 1년 전 5000만달러에 비해 22% 급락한 3900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5년 선령 7만6000DWT급도 2700만달러, 같은 선령의 5만6000DWT급은 2600만달러에 팔리고 있다. 선령 10년인 30만DWT급 초대형유조선(VLCC)은 1년만에 가격이 38% 급락해 3700만달러에 매매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선박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폭락하자 해운업계가 노후선을 해체하거나 중고선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2007년과 2008년 집중적으로 발주했던 선박들이 내년에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 STX팬오션의 경우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노후선 해체와 중고선 매각으로 2분기 523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3분기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고선 매각을 통해 일시적이나마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됐는데 가격이 장부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상황이 지금과 같이 전개되면 장부상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급히 배를 팔아 목돈을 마련하고 비싼 용선료를 물어가며 판 배를 다시 빌리는 현상도 빈번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그리스 선사 다이아나 해운(Diana Shipping)이 534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2척을 척당 3100만달러에 매입하고 다시 4년간 하루 1만6000달러에 빌려주는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그리스 선수 유로씨(Euroseas), 씨체인치(Seachange)챠코스(Tsakos) 등도 독일 함부르크 서드(Hamburg Sud)사로부터 3739TEU급 선박 6척을 척당 3300만달러에 사들이고 다시 하루 2만2500달러에 대선 해줬다.

배를 팔고 다시 용선한 쪽에서 배 값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20% 이상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비싼 용선료를 물어가면서 배를 파는 것은 유동성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국내 대형 선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거나 차입을 병행하는 것도 이같은 사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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