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1 12:00

이호영칼럼/ 조조할인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우리 집 길 건너에 있는 빌딩은 Zoo002다. 이 건물 8, 9층에는 Kennex10이라는 개봉관 10개가 딸린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우리 집 앞길만 건너면 바로 도착하니 비도 안 맞을 수 있고 추운 날에도 건물 사이 길만 건너면 되니 춥지 않게 영화관에 갈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위치에 영화관이 있으니 공휴일이면 우리 식구 여섯 명은 종종 영화를 보러 간다.

그런데 영화관 입장료는 평일엔 1인당 7천원, 공휴일엔 8천원이니까 우리 식구들 몫을 다 합치면 4만8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심지어 이는 가장인 내가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 영화관도 조조할인이 적용된다는 알게 됐다. 거기에 리더스클럽 회원이면 반값으로 더 할인이 되므로 공휴일이라도 아침 10시쯤 시작하는 영화를 보면 1인당 단돈 2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우리 식구들 모두는 리더스클럽에 가입해 버렸다. 이리하여 며칠 전 처음으로 우리 가족은 총 1만2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고 결국 3만6천원을 번 셈이다.

옛날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 강의가 없는 날이면 재개봉관에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보면 원래보다 반값에 영화 2편을 봤다. 영화를 보고 나와 출출한 배를 채우려 빵 한 개를 사먹고 또 한 번씩 영화를 더 보면 하루해가 다 갔다.

그 때는 시간을 땜질할 오락거리도 없었고 갈 데라고는 학교 음악실밖에 없어 종일 음악실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것 외엔 소일거리가 없었다. 거기에 휴일이 되면 그나마 음악실도 갈 수 없어 더 따분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관의 좌석도 안락하고 냉난방이 잘되므로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영화관 근처엔 공원이 있어 롤러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사이클링, 테니스, 라켓볼, 스쿼시, 수영, 농구, 축구 등의 스포츠도 맘껏 즐길 수 있다. 돈만 좀 더 있다면 골프, 승마, 모터사이클, 자동차 드라이브, 등산, 낚시 등등 맘만 먹으면 무엇인들 못하랴?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더 행복해진 것이냐’는 점에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예전엔 너도 나도 별난 것이 없었으니 ‘상대적 빈곤’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요즈음에 청소년 범죄도 부쩍 늘고 사람들이 파렴치해지는 것을 보면 여가활동이 다양해진 만큼 상대적 빈곤 역시 심화된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

상대적 빈곤을 덜 느끼려면 적은 돈으로라도 여가를 즐기거나 원하는 물건을 구하는 것이 그 해결책일 것이다. 특히 노년층은 소득이 예전 같지 않을 테니 돈 많이 들이지 않고 싸게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을 것이다. 점심값만 갖고 나가면 되는 등산이나 낚시나 변두리의 값 싸고 맛 좋은 음식점 순례 같은 것 말이다.

신도시에는 시민회관이나 문화회관도 마련 돼 있으니 염가나 무료로 스포츠와 영화를 즐기고 교육 강좌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 복리후생시설도 활용하면 이웃 친구도 사귀고 봉사까지 할 수 있다. 심지어 노인들에게는 염가로 점심을 제공하거나 무료급식도 한다는데 그 음식이 퍽 수준급이라고 한다.

조조할인을 활용하면 일류 영화관에서 4분의1 값으로 개봉 영화를 즐길 수 있듯 주위에 염가로 제공되는 시설이나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훨씬 즐거운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눈을 돌리면 우리나라도 이제 제법 복지를 생각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년의 세대가 나라를 이만큼 만들어 놓았으니 노인들은 이런 편의 시설을 당당히 이용할 수 있는 나라의 주인이라는 긍지를 가져도 될 것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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