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물류 성장엔 국내 전시산업 ‘대형화·국제화·전문화’ 필수
산업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마이스(MICE) 산업이 불황 극복의 키워드로 떠오르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육성‘붐’이 일고 있다.
마이스 산업이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등을 총칭한 전시·컨벤션 산업을 말한다.
이 중 전시·컨벤션산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행사 주체, 전시물류, 개최 시설, 관광·숙박업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면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한다.
개최지역의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화획득에 기여하는 21세기형 무공해 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2015년까지 전시산업을 600억달러의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 전시서비스, ‘굴뚝 없는 황금 산업’
전시산업이 관심을 받자 국내 대표적인 전시물류 수송업체인 엑스포로지스의 김종운 사장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시산업 발전이 곧 사업 확장이기 때문이다.
엑스포로지스는 전시회에 대한 특성을 파악해 전시회에 대한 자료조사부터 운송, 포장, 통관, 보험에 이르는 물류업무를 화물특성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정부 지원 전시회, 대기업 개별 전시 및 로드쇼 물량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가장 큰 전시회 중 하나인 ‘서울모터쇼’와 ‘국제기계전’을 비롯해 해외 정보통신전시회인 ‘세빗’과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 등의 공식업체로도 선정돼 수송을 맡기도 했다. 전시품 수송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로지스팩이라는 포장전문 자회사를 두어 전시품특성에 따른 무진동차량 운송과 진공포장, 자체 훈증 검역 등 ISO 국제규격에 따른 제반포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량품의 전시장 반출입작업도 안전하게 수행하고 있다.
김종운 사장은 대기업물류회사에 입사해 처음 전시사업수송을 접한 후 근 25년간 전시물류에만 매달려왔다. 올림픽, 월드컵을 비롯해 국내외 최대 규모의 엑스포 및 전시회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엑스포로지스를 설립하고, 로지스팩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0세에 만학(晩學)을 시작해 전시컨벤션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전시서비스에 대한 열의와 관심도 남다르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전문전시회는 450회가 넘지만 전시장 규모는 총 25만㎡으로 독일의 하노버 전시장의 절반 수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 비하면 아직까지 작은 규모”라며 “전시에 관심 없던 중국이 활발한 전시유치를 시작하며 한국의 전시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완공될 일산의 킨텍스의 제2전시장도 5만4508㎡ 규모로 5만3975㎡의 제1전시장을 합하면 국내 최대 전시규모를 갖췄지만 세계 각국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 홍콩이 해외바이어 유치를 위해 2009년 13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했으며, 중국은 세계 최대 150만㎡ 상당의 전시장을 광저우에 건립 중이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 센토사섬 등에 복합 전시·컨벤션 단지를 건립했다.
김 사장은 전시회의 대형화·국제화·전문화로 세계적인 전시회로 꾸준히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모터쇼를 비롯한 기계전, 전자전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사한 전시회가 난립해 오히려 대형전시회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우후죽순 생겨나는 전시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사장은 전시물류 수송에 대해 “전시물류를 수송하다보면 신기술 제품들을 많이 다루게 되고 전시회도 많이 관람하게 돼 신지식을 많이 접할 수 있다”며 “매번 다양한 전시품을 수송하다보니 항상 새롭다”고 말했다.
항상 새로운 전시품들이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될 일도 많다.
일례로 10여년전 당시만 해도 최첨단인 L사의 60인치 디지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PDP)TV가 분실된 적이 있었다. 이 전시품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에 출품되고 인도로 수송될 예정이었으나, 공항에서 증발해버린 것이다.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전시품뿐만 아니라 기술도난까지 피해가 확대되며 전시수송업체에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전시품의 예기치 않은 도난이나 화물파손 등의 위험이 있는데 일반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에 수송을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화주들도 많다. 김 사장은 한국전시서비스업협회(KESPA)에 가입해 전시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업체들을 이용하면 문제가 생겨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KESPA의 회장을 맡고 있다.
▲ 전시서비스업協, 전시서비스 환경 개선 나서
KESPA는 2008년 전시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서 창립됐다. 협회에는 전시품을 운반하는 운송업체부터 통역 행사 도우미, 부스설치, 청소, 보안 등 전시회의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입돼 있다. 전시운송업체들은 60~70곳이 참여하고 있다.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던 엑스포로지스의 김 사장은 6월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전시운송협회(IELA) 총회를 유치하며 그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IELA는 국제적인 전시운송 업체들로 구성된 단체로 현재 70여개국의 200여개 회원사가 가입해 각국의 전시품 통관에서부터 운송,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지역에서만 열리다 이번에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개최하게 됐다. 총회는 회원사 간의 교류를 통해 각국의 물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로, 전시수송업체로서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는 교류의 장이기도하다.
iela 총회의 서울 개최가 확정되기까지는 김 사장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KESP 사무국 공간으로 엑스포로지스 사무실 한 쪽을 내줬을 정도다. 정부의 지원 없이 뜻 맞는 2~3개의 회원사가 함께하면서 2년전 총회유치를 신청했던 방콕과 두바이를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전시산업 육성과 등록된 서비스업체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전시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렸던 하도급구조 개선을 위해 힘써 왔다. 그간 대형규모의 전시회가 개최되면 대형기획사가 일괄 수주해 중소기획사에 하도급을 줬고, 중소기획사는 전시설치업체, 행사 도우미, 경비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보안요원의 경우 1인당 용역비가 하청을 거치면서 반 이상 줄어들어 아르바이트 인력을 채용하게 되고 결국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협회는 하도급구조를 개선해 업체들이 나눠서 수주토록 계도하고 있다.
전시화물수송 한 우물만 열심히 파오며, 전시물류시장에서 견실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는 ‘이 시장에서 잘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으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을 맺었다.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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