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8 15:35

해운업체, 싼 선박연료 찾아 '원정 주유'

고유가로 운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해운선사들이 보유 선박의 벙커C유를 싼 곳에서 조달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전체 선박 연료의 28%를 싱가포르에서 조달한다. 이어 로테르담(17%) 한국(16%) 롱비치(10%) 등의 순이다. 국내 벙커C유 가격이 비싸다보니 선박이 싱가포르나 로테르담을 지날 때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국내 가격이 해외 보다 높아서다. 이는 해운 업계가 정부의 도움을 바라는 이유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선주협회는 정부에 국내산 벙커C유에 대한 세제 감면 등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벙커C유가 세율이 낮은 편인 데도 국내 가격이 해외 보다 높아 수익성 악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현재 로테르담의 선박용 벙커C유(380CST 기준)는 톤당 599.5달러인 반면 국내(부산항) 가격은 657.0달러로 LA(653.5달러)와 휴스톤(617.5달러), 싱가포르(639.0달러) 등을 웃돈다.

해운업계는 국내산 벙커C유의 가격 구조를 파악하는 한편 일부에선 판매업자간 담합 여부를 의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벙커C유 판매업자들의 판매 가격이 일률적으로 비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담합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벙커C유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붙는다. 유류세율은 판매가격의 11%. 정유사에서 벙커C유를 사온 판매사업자들은 각 지방항만청에 사업자 등록을 거쳐 개별 선박회사들과 거래를 한다.

국내 항만에서 벙커C유를 파는 사업자들은 수백개에 이른다. 부산항만 해도 등록 업체가 105개다. 자본금 1억원에 선박 수와 관계없이 보유 급유선 총 톤수가 100톤 이상만 되면 등록이 가능하다.

해운업계가 수백개의 소매 사업자를 상대로 답합 혐의를 잡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유사를 몰아붙일 근거도 충분하지 못하다. 11%의 세금을 제외하면 정유사의 순수 판매가격은 국제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운업계는 정부에 벙커C유 구매시 세금감면 등 지원을 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벙커C유를 톤당 100달러 인상하면 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척당 연간 390만달러(44억원), 7만DWT(재화중량톤수)급 선박은 연간 105만달러(12억원) 추가비용 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컨테이너선은 유류할증료 조정 등을 통해 연료유 가격 인상분의 일부 보전이 가능하지만 벌크선과 유조선은 화주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고충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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