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2 14:40

“케이프사이즈 시황약세 장기화된다”

철광석 수요 둔화 vs 선박량 공급 폭증
KMI, “장기운송물량 확보등 대응책 마련해야”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한 달 반 동안 브레이크 없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최근 들어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1700을 저점을 확인한 BDI는 2주간 상승 곡선을 그리며 7월30일 현재 1967까지 올라섰다. 현재의 케이프와 핸디막스 운임지수는 3년 기간용선료를 기준으로 하는 장기 추세치를 밑돌고 있어 단기적으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시황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의 시황 약세는 중국의 철광석 수요 둔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상반기동안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1년 전에 견줘 4.1% 증가에 그치면서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운임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 이맘 때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전년 대비 41.4%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면서 시황 회복을 이끈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케이프사이즈 등 대형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시황 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선사들이 장기용선 물량 확보나 계약선사의 디폴트 대비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는 중단기 벌크선 시황은 견조한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신조선 인도로 2012년 이전까지는 본격적인 시황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 건화물선 운송수요는 품목별로 변화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최근 철광석등 5대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를 8.0%로 높인 바 있다. 앞서 5.8%로 전망했다가 올려 잡은 것이다.

中 철광석 수입량 5~8로 둔화…선박량 年 20%씩 늘어

향 중국 조강생산이 안정화되고 투기적인 철광석 수입수요도 감소하면서 철광석 수입량은 전반적인 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대대적인 철강기업 구조조정으로 대형화와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어 현물시장에서의 경쟁적이고 투기적인 철광석 수입도 잦아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0년간(1999~2009) 중국 조강생산량은 연평균 16.7%의 급성장세를 보였으며, 그 결과 세계 비중은 1999년 16%에서 지난해 46%로 급증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철광석 수입 수요도 동반 급증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의 조강생산 증가율은 내년 8.1%, 2012년 8.1%로 둔화되고 중국의 철광석 수입 증가율도 같은 기간 5~8%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수입량은 6억1천만t을 기록해 지난해 6억3천만t에 비해 2.6% 감소한 뒤 내년엔 6억4천만t으로 올해보다 5.2% 늘어나고 2012년엔 7억t으로 전년 대비 8.2%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27.5%에 견줘 큰 폭의 둔화 추세다. 그 결과 2012년엔 조강 생산량과 철광석 수입량 증가세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대형 벌크선대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20%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연평균 증가율의 7.3%에 비해 3배 가량 빠른 성장속도다. 선대 증가율은 올해 29.3%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21.2% 2012년 12.2%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 결과 지난해 말 2억9천만t(재화중량톤)이었던 파나막스와 케이프사이즈 선박량은 2012년에 5억1천만t으로 확대될 보인다.

KMI 김우호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이 같은 대내외적인 여건은 중단기적으로 철광석 수송에 주로 쓰이는 대형 벌크선 시황의 약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케이프 선형과 파나막스 선형의 발주잔량 비율이 각각 80% 57%에 이르고 있어 공급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약세 시황은 장기화될 것으로 점쳤다.

철광석수송 초대형선 위주 재편…케이프 수익 악화

게다가 브라질 철광석 회사인 발레의 40만t(재화중량톤)급 벌크선대 투자와 말레이시아 환적기지 개발, 중국 칭다오 자오난(膠南)시 둥자커우(董家口) 벌크항(40만t급) 개발 등 향후 철광석 물류가 초대형선 위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하는 여러 징후들은 케이프 선형의 수익성 악화를 더욱 우려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신생 조선소를 통한 탄력적인 선박공급도 수급불균형을 부채질해 시황 상승과 수익확보를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대응전략으로 장기계약 물량 확보와 용대선 거래에 대한 신중한 접근, 틈새시장 개발 등을 꼽았다.

그는 “변동성이 큰 단기계약 물량보다는 운임이 낮더라도 장기계약 물량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신생 조선소가 상당수 구조조정돼 선박공급 능력이 상당수준 감소하는 시점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용대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영업전략이 더욱 위험해 진 상황”이라며 “용대선 거래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높아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송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용대선 거래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선사가 운영하고 있는 거래선사 리스크 프로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틈새시장을 찾아낸 캄사르막스(8만~9만t급)의 사례와 같이 선사와 화주 조선소가 힘을 모아 새로운 선형을 개발하고 원자재나 구조물 등의 프로젝트 화물 수송을 위한 전용선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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