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화물 LCD·휴대폰 주도 어두운 터널 지나나
●●●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항공화물시장은 작년 12월 최고 고비를 맞은 뒤 점차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올 1월 인천공항 수출물동량은 3만6천t에서 6월 5만2천t으로 상승곡선을 그렸으며 수입은 1월 2만7천t에서 6월 4만2천t으로 56% 증가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이후 인천공항 수출은 10월 85억달러에서 12월 48억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교역량이 늘면서 올해 6월 들어 77억달러까지 회복했다.
월별로 보면 서서히 시황이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한 실적을 놓고 봤을 땐 침체기를 벗어났다고 보기엔 아직 이른 듯 하다.
인천공항의 상반기 전체 화물처리량은 101만9천t으로 전년동기대비 17% 감소했다. 상반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30만1천t으로 9% 감소했으며, 수입은 21만3천t으로 28% 감소했다. 노선별 실적에선 중남미지역의 감소세가 가장 컸다. 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인 IATA코리아의 CASS(화물정산시스템) 통계에 의하면 올해 1~7월 한국발 항공 수송물량은 34만4,305t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5만4,078t에 비해 3% 감소했다.
1~7월 수송량 주요지역감소…중동등은 증가
이 가운데 한국발 중남미행 화물 수송실적은 3,768t으로, 작년 5,179t에서 27% 감소했다. 항공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지역 실적은 지난해 9만9,166t에서 9만3,600t으로 5.6%의 감소를 보였고, 북미지역실적은 7만6,226t에서 6만9,890t으로 8.3%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대비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은 각각 15%의 증가세를 보였고, 아시아지역은 미미하지만 1%의 물량 증가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프리카는 작년 2,947t에서 3,387t으로, 중동지역은 6,212t에서 7,153t으로 각각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은 700t 가량 늘어난 5만8,675t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전반적으로 물량이 줄어든 지역은 운임매출도 같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 반면 중미와 한일노선에선 물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임 매출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들 노선은 항공사들의 운임 인상으로 물량 감소분을 상쇄한 것으로 보여진다.
IATA관계자는 “1,2월 항공시장 전체화물은 30% 정도 감소했고, 7월부터 거의 정상수준으로 돌아왔다. 7월은 비수기임에도 물량이 전년대비 회복되진 않았지만 운임이 올라서 그런지 정산금액은 오히려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기업 물량이 어느 정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대 항공사별 실적에선 대부분의 항공사가 실적 감소세를 보였으나 대한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일본항공 등은 오히려 수송물량이 더 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캐세이패시픽은 20%에 육박하는 수송실적 증가율로, 항공시장 불황을 무색케 했다.
화물수송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의 같은 기간 수송량은 15만59t으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이와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은 0.2% 감소한 7만6,582t을 수송해 뒤를 이었다. 3위에 오른 캐세이패시픽항공은 1만1,586t으로 작년대비 19.9%의 증가를 보였고, 일본항공은 1만475t을 실어 지난해 대비 17.6% 증가했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의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들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동남아 시장의 노선을 바꾸면서 스페이스가 부족하게 됐다”며 항공사들의 노선 조정을 실적 증가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지난해 항공수송실적 3위를 기록한 폴라에어카고는 8,149t으로 작년동기대비 59.7%의 감소세를 보여 6위에 머물렀다. 7위에 오른 루프트한자는 8,087t을 수송해 작년대비 27.8%의 감소를 보이며, 작년 순위에서 3계단 내려왔다.
LCD, 어느 때보다 효자노릇 톡톡히
올해 들어 항공수송실적이 대체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휴대폰과 LCD(액정표시장치)의 선전은 항공화물업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LCD비중이 작년 13%에서 올해 15%로 늘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자제품 메이저인 삼성전자나 LG전자 물량이 두자리수로 줄었지만 LG디스플레이는(LCD) 58%, 노키아 물량은(핸드폰) 31% 증가했다”고 말했다.
캐세이패시픽항공도 전자품목과 LCD와 휴대폰 물량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현재 가장 많이 수출 되고 있는 품목은 휴대폰과 LCD다. 1~2월엔 화물량이 15% 정도 줄었지만 3~5월엔 작년과 비교해 -6~-7% 정도로 나아졌으며 7월의 경우 작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핸드폰 강세에 대해 업계는 풀터치폰, 메시징폰 등 프리미엄급 신모델 출시가 실적 상승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LCD의 경우 작년 10월 이후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급감하다 하반기부터 재고조정으로 패널 공급이 안정되면서 올해 2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리점 실적에서도 LCD 물량에 따라 희비가 교차했다. 항공화물 대리점들도 전반적인 화물감소세에 허덕인 가운데 범한판토스는 급증세의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범한판토스는 상반기 3만5,216t을 취급해 작년동기 2만9,141t 대비 20.8% 증가했다. LCD가 효자 노릇을 했다. 범한판토스의 관계자는 “상반기 물량의 증가는 LCD 물량의 증가 원인이 가장 크고 자체 영업으로 인한 물량의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라이벌인 삼성전자로지텍은 작년 상반기 2만5,498t에서 2만3,083t을 수송해 9.5% 감소했다. DHL글로벌포워딩코리아의 수송실적은 지난해 대비 31.5%나 줄어 1만3,395t을 유지했고, 쉥커코리아의 경우 작년대비 36.5%가 줄어 8,678t을 기록했다.
항공콘솔 전문업체인 코스모항운은 작년 1만6,621t에서 올해 1만4,498t으로 12.8% 감소했다. 이에 대해 코스모항운 관계자는 “상반기 물량감소는 있었지만 물량이 점차 늘어나 1월부터 7월까지 봤을 때 자체 목표대비 90%의 물량을 채웠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 항공사 긍정적 vs 포워더 부정적
전통적인 성수기로 분류되는 하반기 항공시장에 대해선 많은 운송기업들이 현저한 오름세를 보이는데 회의적이었다. 항공사들은 하반기 수요전망을 크게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항공은 각 지역의 경기 회복 추세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수요를 낙관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로 인해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의 LCD모듈 공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수출물량은 늘고 있어도 수입물량이 없다면 항공사는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다”며 “수출물량은 작년 동기 수준을 거의 회복할 것이며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및 공장 투자가 늘어나 수입물량의 증가가 있을 때 회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포워더의 경우 항공사들의 운임인상을 의식해 하반기 항공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하반기는 성수기라고 해도 물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는 미주노선에서 물량의 증가가 있었던 반면 하반기에는 구주노선이 약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물량수준과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스모항운은“항공시장은 대기업내지 환적화물이 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은 항공사가 오히려 유리하다”며“하반기는 항공물량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긍정적으로 시황을 기대하지만, 하반기 항공운임 인상으로 화주들이 항공운송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망했다. <정지혜 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