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0 07:36
북한이 부산~나진 운항 노선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9일 밝혀졌다. 북한이 부산~나진 항로에서 챙기는 운송료는 40ft(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1800달러인데, 이는 국내 해운회사가 부산~나진과 비슷한 거리인 부산~상하이 구간에서 받는 150~410달러에 비해 4.4~12배쯤 비싼 액수다. 부산~나진의 14배 거리인 부산~LA 구간의 운송료 1100~240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8월 일방적으로 40ft 컨테이너 운송가격을 1500달러에서 1800달러로 20% 올렸다. 정부 관계자는 "북은 개성공단의 임금 인상 요구처럼 사전 협의 없이 맘대로 운송료 인상을 결정해 통보했다"고 말했다. 월 3~4회 부산~나진을 오가는 북한 배 '단결봉호'(강성무역 소속)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300만달러, 올해 상반기에만 155만달러를 벌었다. 올 상반기 남북 교역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줄었지만 단결봉호의 수입은 운송 독점 덕분에 줄지 않았다.
선박 운송 수입이 짭짤하자 북한은 올해 5월부터 인천~남포 구간에 '동남 1호'를 투입했다. 월 4회 운항하는 이 배는 두 달간 20만달러를 챙겼다. 북한은 이들 선박 외에 부정기적으로 농수산물과 지하자원 등을 남한으로 운송해 작년에만 45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북한은 '원산지증명서'를 이용해 남측 교역업자들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북측 선박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교역하는 우리 기업들이 민족 내부 거래에 따른 무(無)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북한의 대남사업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발급하는 원산지증명서가 꼭 필요하다. 또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보다 비싸게 팔리는 북한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북한의 원산지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경련은 우리 기업들에 "북한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한다는 것이다.
부산~나진을 운항하던 우리측 선박 '츄싱호'는 이런 불리한 경쟁조건속에 악전고투하다 지난 3월 사실상 강제 퇴출됐다. 1996년 이후 운항해온 '츄싱호'측은 2007년 6월 통일부를 통해 북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묵살되자 채산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올해 13년간의 운항을 접은 것이다.
현재 남북을 정기 운항하는 우리 선박은 인천~남포 간 '트레이트 포츈호'(주 1회)가 유일하다. 남한 모래 운반선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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