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9 16:04

기획취재/“경제위기 웬말” 아시아 항공시장 전망 밝다

항공화물시장 45% 점유, 美·유럽 앞서 시장 주도
글로벌 특송기업, 中·印 중심 시장 공략 강화

●●●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모든 산업들이 전방위적인 후퇴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항공화물수송시장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글로벌 특송시장의 선두주자인 페덱스나 UPS, TNT 등은 아·태 지역을 세계항공화물시장에서 성장동력의 핵심지역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8.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시각은 UPS 에임스 고흐 부사장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흐 부사장은 ITJ를 통해 “세계 물량 흐름에서 아시아 항공화물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은 지각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세계무역의 40% 이상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원국들 사이에서 처리되고 이런 급속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최근 경제위기로부터 빠른 회복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저력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항공시장 매년 6%가까이 성장

보잉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24회 국제항공화물포럼에서 전 세계 항공운송 물량은 향후 20년 이상 매년 5.8% 가량 성장해 2027년에는 현재의 3배 수준에 이를 것 이라고 발표했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2001년 일어난 9·11사태와 2002~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와 같은 경제 침체요인에서도 항공 산업이 빠르게 회복된 사실을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보잉사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장과 항공기 재개발, 적정수준의 연료 가격은 항공화물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긍정적인 전망들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관계없이 우세하다. 전체적인 GDP(국내총생산)는 매년 3%씩 증가할 전망이고 아시아의 풍부한 원자재 공급과 낮은 임금을 포함하는 생산능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은 산업화와 그에 상응하는 투자로 강력한 경제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이를 배경으로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은 전 세계 수송 물동량보다 더 견고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중국과 아시아항공 시장은 해마다 9%와 8.1% 씩 성장할 것”이라며 “임금수준의 상승과 소비시장의 확대로 아시아 지역은 최근 20년 동안 연 평균 10.3%의 경제성장을 이어왔다”고 말해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의 향후 전망을 밝게 평가했다.

페덱스 익스프레스의 아·태지역 사장인 데이비드 커닝햄은 “아시아의 물류산업은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을 두고 발전을 거듭해온 이 지역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TATA)에 따르면 아·태지역은 국제 항공화물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현재 경제 침체에 상관없이 미국과 유럽에 앞서 항공 산업의 성장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커닝햄은“여러 지표로 볼 때 아·태 항공화물 시장은 곧 침체를 딛고 회복세로 전환한 뒤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UPS의 포워딩·계약물류 부문 세바스티안 찬 총괄부사장은 “미국의 경제침체, 아시아역내 시장의 가능성에 근거한 중소기업들의 낙관적인 전망 등을 토대로 아시아는 세계 항공화물 산업에서 성장지역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TNT 아시아지역 사장인 오노 부츠는 “우리는 아시아가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는 TNT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 성장지역중 하나”라며 “아시아에서 안정세를 구가하는 여러 시장들을 확인하고 있다. 도전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송기업들, 중국과 인도 공략 집중

아시아 항공시장은 2500km가 채 안되는 비교적 짧은 수송거리와 한국이나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의 경제강국들이 포진해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당장 일본 기업들만 하더라도 자국의 높은 1인당 소득을 배경으로 세계 무역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과 인도가 그 뒤를 이어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태지역 기업의 98%가 중소기업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기업은 일자리의 3분의 2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지역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들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열쇠가 된다고 볼 수 있다.

페덱스의 커닝햄 사장은 페덱스의 아·태지역 공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선 “이 나라는 1984년 이래 페덱스의 핵심 시장이 돼 왔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세계 전체 교역을 이끄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또 “페덱스는 한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태지역내 최대 경제권의 교역 파트너라”라며 “내년부터 발효될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4조4천억달러의 GDP와 18억의 인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무역 지역이 탄생할 것”이라고 향후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페덱스는 중국 광저우에 새로운 아·태지역 물류 거점(허브)을 오픈했다. 1억5천만달러가 투자된 이 시설은 30년간 페덱스의 중추적인 물류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광저우 허브는 220개국에 달하는 페덱스 물류네트워크와 연결하기 위해 시간당 2만4천개의 소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주당 136편의 항공편이 취항하고 있기도 하다. 광저우 허브는 페덱스의 ‘아시아원’ 네트워크 물류센터 역할도 맡게 된다. 아시아원 네트워크란 아시아 주요 22개 도시가 참여한 항공시장 최대 지역 네트워크다. 페덱스는 중국 현지기업 양쯔강익스프레스와 제휴해 본토내 항공화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UPS의 찬 부사장은 중국과 인도 시장의 물동량 성장을 말하는 것으로 아시아 항공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PS는 올해 1분기 동안 중국과 인도에서 10%, 5%의 수출물동량 성장세를 거뒀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 UPS의 핵심 시장으로 많은 투자를 한 곳들”이라며 “작년에 중국에 상하이 국제허브를 오픈했고, 선전 아시아 허브가 내년께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TNT의 부츠 지역사장도 “인도와 중국 모두 우리에겐 중요한 지역들”이라며 “우린 중국내 최대 국제특송 기업으로, 경쟁사보다 많은 1,500곳의 지사를 중국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TNT는 지난 2006년 중국 최대 운송업체 호아우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시장에 대해선 “호아우 인수를 하던 해 인도의 스피디지사를 인수했으며 현재 인도 내 193개의 물류거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 맞아 비용절감에 주력

이들 특송기업들은 최근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반영해 물류비 절감을 앞세워 아시아 항공화물 시장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아시아 역내 중소기업들을 위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UPS는 물류비 절감 프로세스로 공급망 정비를 진행중이다. UPS 찬 부사장은 “고객들에게 유리한 가격에 제공하고, 그들의 공급망을 재조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에서 일반 서비스로 전환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UPS가 강세를 띠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경우 올해 들어 매출액이 작년과 비교해 30.4%가 감소했으며 제조산업 분야의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찬 부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역내 교역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의 성장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아시아-유럽간 교역량 성장 폭이 (아시아 역내시장보다)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페덱스는 지난해 선보인 저가 상품인 국제이코노미서비스를 고객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커닝햄 사장은 “우리는 아시아 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작년 1월 선보인 국제이코노미 서비스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TNT는 아시아육상네트워크(ARN)와 항공화물수송네트워크 확대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TNT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허브를 오픈해 국제특송 화물처리 능력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TNT의 부츠 지역사장은 “현재는 현금이 제일이다. 기업들은 투자한 자본이 빨리 회수되기 바란다”며 “항공은 최근 운임 하락으로 매력적인 수송수단이 됐다. 많은 기업들이 신속한 배송을 통한 빠른 결제를 위해 이 수송 모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RN은 비용절감효과가 크다”며 “해상 운송과 비교해 운송 기간이 3배 이상 빠른 반면 가격은 항공에 비해 30% 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부츠는 “하이엔드 테크놀로지, 자동차와 의료기술 부문, 보건 산업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며 “우린 장기적으로 아시아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TNT가 특화해서 서비스하는 생물공학 물류분야는 이번 경제위기에 영향을 적게 받아 올해 2배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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