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7 10:43
무모한 행위 <김현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 변호사)
■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5다3724 손해배상
【원 고ㆍ피상고인】 K
【피 고ㆍ상 고 인】 F 주식회사
【주 문】 1. 상고를 기각한다.
2.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8/27자에 이어>
1. 들어가며
운송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책임제한제도를 두고 있으나, 운송인을 보호하는 것이 지나치게 부당한 경우, 예컨대 고의에 의한 화물의 손상이라든지 운송인을 보호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이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다. 이와 같은 제도들이 조화를 이루어 책임제한제도가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지난 사례 역시 책임제한 및 그 배제 사유에 관하여 설명드린 바 있으나, 이번 사안 역시 그 중 하나로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책임제한배제사유로 확정된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한 해석상의 다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운송인인 피고는 원고의 화물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제한을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는 위와 같은 책임제한 배제 사유 중 피고의 행위는 무모한 행위에 해당되는 바, 책임제한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재판부는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바르샤바 협약에 따른 항공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사유 중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대한 판례의 입장을 정리해보고 이에 대하여 평석해보기로 한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바르샤바 협약상 규정된 항공운송인의 책임제한 규정을 배제하는 사유로서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미 소개 드린 판례에서는 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가. ‘손해가 생길 개연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라 함은 자신의 행동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결과를 무모하게 무시하면서 하는 의도적인 행위를 말한다.
나. 손해발생의 개연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한 아무리 과실이 무겁더라도 무모한 행위로 평가될 수는 없다.
다. 무모한 행위로서 책임제한배제사유라는 주장에 대한 입증책임은 책임제한조항의 적용배제를 구하는 자에게 있고 그에 대한 증명은 정황증거로써도 가능하다.
3. 평 석
사안에 대하여 재판부는 항공운송인의 책임제한배제사유로서 무모한 행위는 손해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무모한 행위로 보고 이러한 개연성이 없다면 과실이 무겁다 하더라도 무모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손해 발생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강행함으로써 화물의 손상을 입었다면 이는 예견가능성이 충분한 사고라 할 것이므로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도 책임제한제도를 인정한다면 화주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이러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판례는 ‘개연성의 인식’을 또 다른 요건으로 삼고 있다. 즉, 무모한 행위의 결과로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어느정도 알고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강행한 경우에만 책임제한제도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운송 과정은 아무래도 기상악화 등으로 인한 급박한 상황이 닥칠 수 있기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책임제한배제사유로서 무모한 행위가 되려면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운송인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무모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바르샤바 협약이나 판례는 책임제한제도와 책임제한배제사유에 대한 적절한 조화를 꾀하여 책임제한제도가 가지는 당위성에 따라 운용될 수 있도록 그 해석 규정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운송과정에서의 특징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수준인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모쪼록 책임제한제도를 이해함에 있어 무모한 행위라는 의미에 개연성의 인식이라는 또 다른 요건이 포함되어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준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러한 사정을 숙지하여 책임제한제도의 활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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