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9 09:42

원.엔 환율 하락으로 수출 전선에 '적신호'

원.엔 환율이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 북핵 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증가세 둔화 우려를 낳고 있는 수출 전선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원.엔 환율은 8일 100엔당 795.3원으로 마감함으로써 97년 11월14일의 784.3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원.엔 환율이 속락함에 따라 대일 수출의 감소,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산 제품의 일본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된다.

◇ 대일 수출 타격 우려 = 원화 강세로 인한 대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은 대일 수출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엔 환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대일 수출에서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라 일본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부품류와 농수산물 등은 이미 수출이 중단된 사례가 발생했으며, 환율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대일 수출중단 품목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됐다.

일부 업체는 환율하락과 더불어 유가상승,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른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율하락폭 이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일본시장 유지를 위하여 적자수출을 감수하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대일 수출기업들은 원.엔의 적정환율을 대체로 100엔당 850원에서 950원대로 보고 있어 790원대로 떨어진 환율수준에서는 적자수출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수출을 포기하는 사태가 확산될 것이라고 무역협회는 우려했다.

금년 1-8월 중 대일 수출은 전년동기비 11.2% 증가했으나 삼성과 소니의 한일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일 수출 급증, 유가상승에 따라 총 수출금액이 크게 늘어난 석유제품 수출 등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5% 증가에 불과했다.

◇ 제3국 시장에서 일본제품 대비 경쟁력 약화 = 원.엔 환율 하락은 미국, 유럽 등 제 3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수출 타격을 불러올 전망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있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 데 비해 엔화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탈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일본 제품은 달러표시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반면 한국 제품은 달러 표시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거나 인하되더라도 그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실정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재 관련 제품은 출시 후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원화 강세로 인해 한국제품의 가격인하 폭은 작고 일본 제품의 가격인하 폭은 커 일본제품에 대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 전자, 반도체, 모니터, PC부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서 나타나고 있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대일 수출 중소기업 타격 = 원.엔 환율 하락의 타격이 가장 큰 업체들은 일본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일정기간 감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그같은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대일 수출 기업 애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종이컵 자판기 및 부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A사는 금년 5월 이후 환율하락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해 결국 종이컵 자판기 및 부품 수출을 중단했다.

농산물 수출업체인 L무역의 경우 대일 김치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약 72% 급감했다.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을 일본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E사도 국내조달품을 사용한 수출은 이미 적자로 전환되었고 마진율도 전년대비 약 20% 감소했다.

전기회로기기(PCB) 수출업체인 G사의 경우, 부품 등 원자재의 수입선을 중국으로 전환하고 단가인상 등을 통해 6% 정도의 비용을 절감했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 마진율이 약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일 수출기업들은 지속적인 원.엔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출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으며 일본 국내제품에 비해서도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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