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2 14:12
“유럽 경제회생, 中 美수출시장 위축 만회효과”
당분간 이어질 듯..中-유럽 통상마찰 확대 조짐
(서울=연합뉴스) 유럽 경제가 탄력을 받으면서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성장 둔화로 소비가 위축되는 미국시장에서 중국이 입는 손해를 만회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의 올 하반기 성장이 2.6% 가량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는 월가의 최신 전망이 나온 것과 맞물리면서 당분간 이어질 조짐이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또 올해 미국의 성장은 당초 예상됐던 3.5%보다 줄어든 3.3%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2.4분기 연율 기준으로 2.9% 성장했다.
저널은 유로권 12개국이 올해 평균 2.7% 성장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를 소개하면서 이것이 지난해 성장치의 근 두배 가량임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올 상반기 수입이 8천710억달러로 한해 전에 비해 18.3%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같은기간 기록된 미국의 수입 신장률 13.6%를 웃도는 것이다.
저널은 고유가가 수입 증가를 부추긴 점도 있으나 유럽 수입의 4분의 3 이상이 공산품이라면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런던법인 관계자의 분석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성장이 내년에는 2.1%로 올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나 이것 역시 지난해의 1.4%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중국의 수출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유럽 선적분이 대미 선적분을 초과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같은 기간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한해 전에 비해 26% 늘어난데 비해 미국의 대유럽 선적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고작 8% 증가했음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중국의 대유럽 수출 증가가 미국에 혜택을 주는 부분도 있다면서 중국 현지진출 미 업체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모토로라가 거명됐다. 그러나 현지 수출에 따른 파급 효과는 미국에서 직접 만들어져 선적되는데 비해 고용 등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떨어진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또 중국의 수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미국과 유럽 모두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즉 과거에는 섬유나 기술이 별로 들어가지 않는 조립품이 주력이었으나 이제는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 쪽으로 급속히 수출 품목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미제조업협회(NAM)의 프랭크 바고 부회장은 "중국 제품이 이제는 미국 (고부가가치) 제품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널은 기계류를 한 예로 소개하면서 중국이 미국, 일본 및 독일에 이어 4위 메이커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미 이탈리아와 영국은 따돌렸다는 점도 덧붙였다. 독일엔지니어링협회 수석애널리스는 "아직은 중국 기계가 내수에 치중하고 있으나 이미 유럽시장을 포함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유럽에서 중국에 대해 시장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지표도 나왔다. 미국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지난 98년 유로권 기준으로 15% 가량이던 것이 올들어 1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상품이 잠식해들어왔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도 서서히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위안(元)화 가치가 너무 낮다는 점과 중국의 수출 보조금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향후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본격적으로 가해질 것임을 예고한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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