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31 14:04
미국이 30일 유럽연합(EU)과 공동으로 중국의 자동차부품 수입관세 문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착수함으로써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의 파고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이 WTO규정을 위반했다며 중국에 대해 WTO제소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WTO 제소 절차에 착수함으로써 중국은 열흘 이내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30일 이내에 협상에 나서야 하고, 이후 60일 이내에 협상을 통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WTO가 이 문제를 심판하게 된다.
만일 중국이 미국과 EU의 주장대로 국제 무역규정에 어긋나는 높은 관세를 매겼다면 WTO는 이에 상응한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이나 EU 모두 중국에 대해 WTO제소 절차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은 2004년 6월 중국의 반도체 세금 리베이트문제를 들어 WTO제소를 추진하고 나섰으나 협상 과정에서 풀린 적이 한 번 있었으며, EU가 중국을 상대로 WTO제소 절차에 착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미국과 EU의 이번 대중국 WTO 제소절차 추진은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법대로' 해결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쌓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놓고 양국간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취해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2천20억달러에 달한 기록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해결하라는 의회와 업계의 강력한 압박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위안화의 변동폭을 확대하라고 중국측에 연일 촉구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지적재산권 단속을 강화하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이 이번에 카드로 꺼내든 자동차 부품시장 개방 문제는 미중간의 무역분쟁 현안 중 비교적 비중이 낮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대중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5억1천만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2천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해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단 자동차 부품 수입규제 문제로부터 꺼내든 대중 강경 카드를 다른 현안들로 더욱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행정부는 우선 4월 중으로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또 만연하는 중국 내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의 WTO제소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미 의회는 중국에 대해 27.5%의 환율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강경법안의 표결 처리를 일단 미뤄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오는 20일께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 이에 앞서 11일 개최되는 양국 고위경제관리 회담을 앞두고 중국측에 보낸 강력한 문제해결 촉구 메시지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회담과 고위 경제회담을 통해 무역적자 문제에 대한 원만한 진전이 없을 경우 대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이 EU와 공동으로 WTO제소를 추진하고 나선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미국 혼자서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EU와 연대함으로써 대중국 무역분쟁에서 우세한 입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EU도 다음주부터 중국산 가죽신발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대중국 무역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부터 특별팀을 구성해 대중 무역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USTR의 포트먼 대표는 30일 "협상이 생산적이지 못할 경우 법적 대안 추구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책임과 개혁을 증진하는데 우리 무역 파트너들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해 EU 등과의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설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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