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21 13:31
국제유가가 급등세 속에 배럴 당 70달러에 근접하면서 고유가 파동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20일(현지시간) 전날 종가에 비해 2.3%가 급등한 배럴 당 68.35달러를 기록했다. 다음주부터 기준 가격이 될 3월 인도분 WTI 가격은 장 중에 배럴 당 69.15달러까지 치솟아 배럴 당 7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보인 유가는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여파로 국제유가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배럴 당 70.85를 기록한 직후인 지난해 9월 2일 이후 최고치로, 이번 주 들어서만 6.9%의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 국제유가 재급등 배경 =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국제유가 급등세는 현재의 수급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향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원유수요가 미국과 중국의 수요확대로 지난해 기록한 1.3%보다 높은 2.2%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핵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격하게 대립하면서 '석유무기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 결정적으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핵문제를 빌미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경제제재조치를 취한다면 '석유무기화'로 대항할 것임을 내비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란은 OPEC 내에서 사우디에 이어 두번째 산유국으로 하루 4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 이 가운데 3분의 2를 주로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무얼 보드먼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날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가해져 석유공급이 줄어들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이를 채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이 석유무기화 위협을 현실화시켜 원유수출을 중단한다면 이를 대체할 잉여생산능력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 때에는 이라크 원유수출 감소분을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증산을 통해 메웠지만 원유생산량이 이라크의 두배인 이란의 경우, 국제적인 잉여생산능력 고갈로 인해 이같은 해법을 적용하기 힘들 전망이라는 것.
여기에 하루 25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하는 아프리카 최대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가 정정불안을 겪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송유관 파열로 야기된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석유시설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나이지리아 사태는 정부의 부정부패 문제와 맞물려 악화되면서 이미 원유생산량도 10% 이상 줄어든 상태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란과 나이지리아 사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알-카에다의 추가테러 경고도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제유가 전망 = 이란의 석유무기화의 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국제원유시장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란 핵문제의 고빗길마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발표한 올해 유가전망 보고서에서 이란과 나이지리아 사태가 악화된다면 언제든지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 삭스는 원유 수요 확대로 인해 4분기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 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이란과 나이지리아 사태가 악화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서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데이비드 골드윈 전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최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를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석유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나이지리아의 석유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배럴 당 80~95달러나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석유무기화가 현실로 나타난다 해도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멕시코만 석유생산 차질 때 입증된 것처럼 원유시장이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단기적인 국제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에너지 재고 증가가 발표된 19일 국제유가가 상승했다는 것은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도 국제유가가 하락보다는 상승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 상태라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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