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4 15:23
손목절단 선원 미함정이 500마일 이송
태평양 해상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국내 선원이 미국 해군함정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국내 해운선사인 '창명해운' 소속 벌크캐리어(광석 운반선) 'C.로렐호'의 갑판장인 김성원(55)씨.
광석을 싣기 위해 전남 광양을 출발, 칠레 후아스코항으로 향하던 김씨는 지난 12일 오후 2시30분께(현지시간) C.로렐호가 하와이 북방 500마일 지점(북위 28°41’서경 153°43’)을 지나던 중 갑판에서 작업을 하다 계류장치의 도르레와 줄 사이에 손이 빨려들어가 오른 손목이 절단됐다.
C.로렐호는 사고소식을 본사에 알린 뒤 인근 선박과 인근 국가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응급신호를 긴급 송출했다.
오후 2시55분께 미국 연안경비대(US COAST GUARD JRCC)로부터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C.로렐호가 "환자 수송을 위해 헬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경비대측은 "사고선박이 호놀룰루 인근까지 접근해야 이송이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당시 C.로렐호는 호놀룰루로부터 500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이동시간만 36시간이 걸리는 상황임을 미국측에 알리고 "환자가 피를 많이 흘린다"면서 신속한 구조를 재차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비대측은 우선 배안에 확보된 의약품 목록을 e-메일로 알려줄 것을 요청, 이 때부터 C.로렐호와 경비대, 창명해운과 국내 병원을 삼각으로 잇는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캐나다 해안응급지원센터에서도 오후 3시13분께 구조신호에 대한 응답을 보내왔으나 C.로렐호는 미국측과 연락이 됐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오후 5시30분 미국 경비대는 "C.로렐호로부터 300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미해군 함정이 갈 것이며 환자를 헬기로 수송하겠다"고 알려왔다.
오후 5시50분께 미 해군함정(USS CHUNG-HOON)으로부터 위성전화를 통해 C.로렐호의 정확한 위치와 환자의 상태를 묻는 답신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오후 10시께 "야간이라 헬기를 띄우기가 어렵다"고 연락이 왔으나 C.로렐호는 "조명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다 환자가 위급하니 빨리 출동해달라"고 요청했고 미함정은 "13일 새벽 1시45분께 도착하겠다"고 회신했다.
예정보다 빠른 새벽 1시20분께 C.로렐호로부터 30마일 떨어진 곳에 도착한 미함정은 헬기(NO51)로 C.로렐호의 8m 상공까지 접근, 구조요원을 내려보내 김씨를 싣고 함정으로 귀환했다.
이어 미함정은 항로를 돌려 하와이로 향한 뒤 오전 11시40분께 헬기를 통해 김씨를 호놀룰루의 '퀸스 병원' 응급실로 인계했다. 구조에서 병원인계까지 걸린 시간은 10시간20분.
병원측에선 김씨에 대한 응급수술을 시도, 김씨의 손목을 봉합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손목 접합은 실패했다.
지난 17일 귀국한 김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창명해운측은 밝혔다.
창명해운의 이경재 사장은 24일 "C.로렐호로는 3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미해군의 도움으로 10시간만에 환자를 이송, 김씨가 목숨을 건졌다"면서 "미해군측이 환자이송 뒤 그냥 철수해버려 감사의 뜻을 전할 방도마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조만간 주한미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할 길이 있는지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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