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09 10:25
기획/세계 항만물류 중국발 물량 폭증으로 ‘소화불량’
항만시설부족·배후연계수송미비…항만적체 초래
항만적체지역 향후 ‘글로벌물류’ 이끄는 핵심시장에 ‘주목’
한동안 항만적체로 호되게 몸살을 앓은 LA·롱비치항만이 지난달 중순부터 점차적으로 적체현상이 해소되기 시작해 최근 다시 정상화 됐다.
美 ‘Marine Exchange of Southern California'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7월초 시작된 LA·롱비치항의 적체현상은 10월에 가장 심각한 적체를 보여 10월 12일에는 내항에 들어온 선박과 외항에 대기한 선박까지 95척에 달하는 선박이 항만에 정박됐으며 10월 한달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항만적체가 이어졌다.
그러다 11월 들어 적체현상은 차츰 완화돼오다가 중순이후부터 외항대기선박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11월말 현재는 7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선사관계자들은 심각했던 LA·롱비치항의 적체가 이같이 일시에 완전 해소된데 대해 여러 가지 분석과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언제 다시 LA·롱비치항의 적체현상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한편 이러한 항만적체 현상의 심각성은 LA·롱비치항 뿐만 아니라 이웃 항만들과 이웃 나라들로 번짐으로써 글로벌현상으로 발전한다는데 있다. 최근 항만적체 현상은 미국 서부지역 모든 항만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항만도 미국 못지않은 적체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나 브라질 그리고 중국의 항만적체도 이에 못지않아 전 세계적으로 항만적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형편이다.
해운전문가들은 최근 적체현상이 두드러지는 이러한 항만적체지역에 대해 우리 선사나 하주들이 향후 마케팅의 핵심대상으로 삼아야 할 지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항만적체지역은 화물의 출발이나 도착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안지역, EU의 대서양 연안, 중국, 인도, 브라질, 호주 등은 컨테이너화물이나 벌크화물의 수출과 수입이 집중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비록 이들 지역이 현재 항만적체라는 고통을 겪고 있으나, 이러한 항만적체는 이들 지역이 글로벌물류의 핵심시장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현재 항만적체를 겪고 있지 않은 지역은 앞으로 글로벌물류시장에서 점점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의 항만적체는 미래의 글로벌물류지도를 암시하는 것이다.
현재 적체현상이 해소되긴 했지만 향후 항만적체의 잠재성을 갖고 있는 LA·롱비치항만에 대한 관계자들의 분석을 통해 최근 항만들이 처해있는 물류 현황을 진단해본다. 아울러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인도, 브라질, 중국 등 항만들에 대한 물류현황과 그에따른 시사점을 조명하고자 한다.
LA·롱비치항의 적체현상이 일시에 해소된 원인중 하나는 미국시장이 최근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사 한 관계자는 “11월 24,25일의 추수감사절과 12월에 있는 크리스마스시즌으로 인해 미주지역의 물량은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물동량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LA·롱비치항 올 물동량 10~12% 증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상 컨테이너 물량중 절반이상을 미 서부항만이 취급했으며 이중 70% 가량이 LA·롱비치항만의 처리물량이다.
PMA(Pacific Maritime Association)에 따르면 올해 LA·롱비치항만의 처리물량은 지난해 대비 10~12% 증가했다. 당초 LA·롱비치항만의 물동량은 4% 증가가 예상됐다.
이와관련 선사 관계자는 “이번 LA·롱비치항의 항만적체는 근본적으로는 물동량의 폭증 때문이며 당초 항만의 기대치인 4% 증가가 무색할 만큼 두 배 이상으로 뛴 물량에 대한 항만의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LA·롱비치지역 항만적체의 근본원인은 아시아발, 특히 중국발 수입물량의 급증이다. JOC(Journal Of Commerce)에 따르면 미국의 총 수입물동량 중 아시아발 화물이 910만TEU이고, 유럽 및 지중해 발 화물이 240만TEU, 그 외 남미,호주,아프리카 등에서 유입되는 화물이 260만TEU이다. 아시아 물량 중 중국과 홍콩 물량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수출 컨테이너 화물량 역시 아시아향이 50% 이상이며, 그중 중국과 홍콩행이 21%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서안항만을 통과하는 아시아발 컨테이너 화물의 79.2%가 LA·롱비치항에 집중됨으로써 항만적체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LA·롱비치항을 통과한 컨테이너화물은 850만TEU로 미국내 다른 5대 항만의 화물을 합한 것 보다 많다. 이러한 물동량 증가세는 2020년까지 지속돼 미국 서안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400만TEU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LA·롱비치항만에만 유독 컨테이너화물이 집중되는 원인은 이 지역의 내륙운임이 타 항만에 비해 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사 한 관계자는 “휴스턴, 멤피스, 아틀란타 등 미국 남부지역으로의 유입물량이 최근 많이 늘었다. 이러한 원인은 이 지역이 최근 미국 제2의 산업단지로 발전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남부지역으로의 유입물량이 많아지자 가장 가까운 항만인 LA·롱비치지역을 거치는 것이 물류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도 LA·롱비치에 물량이 몰리게 된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LA·롱비치항만이 ODCY 시설등 부대시설을 다른 지역보다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사들, 기항지 변경등 자구책 실시
이러한 이유로 인해 LA·롱비치항만의 적체현상이 지속되자 각 선사들은 LA·롱비치항 대신 미 북부지역으로 기항지를 임시로 변경하거나 선박의 사이즈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상선의 경우 이 지역의 항만적체가 정점에 이를 무렵인 10월 15일부터 아시아-북미서비스의 기항지를 일부 조정했다. 현대상선은 기존 북미서안 스케줄인 롱비치-오클랜드-타코마항 루트(PSW)에서 타코마항을 빼고, 기존 롱비치-오클랜드 루트(PCX)에 롱비치항 대신 타코마항을 기항하게 했다.
또 타코마-밴쿠버-포틀랜드항 루트(PNW)는 이미 9월초부터 포틀랜드를 빼고 운항하고 있다. 모든 아시아-북미서비스의 북미기항지를 2개항으로 축소 운항하도록 한 것이다.
한진해운도 지난 10월말부터 아시아-북미서비스인 PDE와 PNX에 할당된 선복을 일부 바꾸는 것으로 LA·롱비치지역의 항만적체에 대응했다. PDE 서비스의 기항지는 포트켈랑-옌티엔-홍콩-카오슝-부산-롱비치-오클랜드-시애틀이며 PNX의 기항지는 옌티엔-홍콩-카오슝-광양-부산-시애틀-밴쿠버-포틀랜드다.
한진해운 한 관계자는 “기존 PDE 서비스에는 5,500TEU급 선박이 12척 운항되었으며 PNX에는 4,024TEU급 선박이 4척이 운항되었다”며 “이에 LA·롱비치항만의 적체 때문에 PDE 서비스에 배정된 5,500TEU 선박 5척을 시애틀, 밴쿠버 등의 PNX 서비스로 전배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국내선사들은 LA·롱비치항만 적체 때문에 이 지역을 피해 북쪽으로 기항지 및 선복을 옮기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항지가 조정된 지 한달도 안돼 LA·롱비치지역의 항만 적체가 봄눈 녹듯 사라졌다.
이와관련 한진해운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적체해소는 이 지역이 슬랙시즌에 접어든 이유로 물량이 자연감소한 것과 각 선사들의 자구노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국발물량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향후 이같은 항만적체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내년 1월 1일부로 중국 텍스타일등의 수입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중국에선 이미 생산된 많은 물량이 내년초 선적대기중인 것을 감안할 때 1분기내 상당한 물량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사는 이미 7월부터 일부 선박의 기항지는 LA·롱비치항에서 오클랜드항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남부 캘리포니아행 화물을 파나마에 적하한 뒤 피더서비스를 통해 LA로 수송하는 방법도 이용하고 있다. 양밍사는 내년부터 신규 타코마 기항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따라 기항지등을 변경한 선사들은 항만적체현상의 재현가능성을 고려해 내년초까지 변경된 방식대로 선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LA·롱비치항만 및 미서안지역 항만적체의 또다른 원인으로 터미널의 노동력부족이 컸던 것으로 지적됐다.
아시아발 물동량의 급증에 대해 선사들이 신규선박 투입 등 비교적 신속한 대응을 한 것과 달리 미국 서안 항만당국은 항만시설 확충이나 노동력 증강을 등한시했으며, 도로당국이나 철도당국 또한 연계운송 인프라 확충에 소홀했다는 것. 즉 화물과 선박의 증가에 항만, 도로, 철도, 물류인력 등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LA·롱비치항만의 체선은 곧바로 체화로 이어졌다. LA·롱비치항의 경우 보통 하역된 화물은 24시간 내에 연계운송망을 이용해 야드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당시에는 물량이 많아 3~4야드 등에 방치됐던 것이다.
트럭 운전사 수백명이 7시간씩 화물하역을 기다리다 지쳐서 빈 트럭으로 그냥 항구를 빠져나가는 일도 허다했다는 것이 당시의 적체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체선, 체화로 인해 선박이 입항 후 화물을 내리고 다시 항만을 빠져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9~10일로 평소의 두 배 이상 소요됐던 것이다.
그러나 항만을 빠져나간 화물이 이번에는 도로망 및 철도망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또다시 붙잡히는 등 체선, 체화에 이어 항만 주변의 도로 체증이 항만적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선사 관계자들은 “LA·롱비치항만 근처 복합운송연계망의 패턴이 개선되어야할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항만 → 내륙운송 패턴 개선 시급
철도운송의 경우 인력의 부족은 물론이고 엔진 등 동력도 넘치는 물량을 여유롭게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특히 해상운송의 컨테이너와 같은 개념인 ‘화차’의 절대부족으로 인해 철도물류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 선사관계자는 “철도운송이 엉망이 되자 미국 철도운송업체들의 화차운영 회사인 TTX社가 항만적체의 해소를 위해 추가로 화차를 구입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였다"며 “TTX는 이들 철도운송업체들의 화차를 전체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으며 각 회원사가 소유한 화차를 서로 맞바꾸어가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이야기한 LA·롱비치항만의 인력부족현상은 미국 항만노조의 강성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갠트리 크레인 운전원 등 고급 기술직에 종사하는 항만의 노동자들이 주말에는 휴가를 가는데다 주 4일제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항만적체를 더욱 야기 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크레인 운전원의 기술은 임시 임용직을 충원시킨다해도 그들이 단기간내 익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즉각적인 물량처리 및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JOC에 따르면 항만당국은 6월중순부터 노동력 부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1,000여명의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대응책을 서둘렀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처방으로 신규 투입된 노동자들은 임시 자유노동직 출신이므로 크레인 등 장비운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대해 선사 관계자는 “이들 비숙련 임시 노동자들이 크레인 등 고급 장비의 운영을 능숙하게 운영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들이 물량처리를 신속하게 하기까지 최소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미서안 및 유럽지역의 항만적체는 선사들은 물론 하주들에도 소화불량에 걸린 물류 때문에 납기일 지연이라는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
중국발 물량의 파도가 거세게 밀려왔던 것이 심각한 항만적체로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하주들이 겪은 항만적체현상에 특히 주목하게 된다. 왜냐하면 국내외 많은 하주들이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시켰고 그에따른 중국발 물량 폭증으로 항만적체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생산비 절감을 위했던 것이 납기지연이라는 치명적 상황을 만나게 돼 하주들은 다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운송비를 두배로 들여야 했던 것이다.
국내 하주 한 관계자는 “항만적체로 인해 납기지연이 예상되자 그나마 물류가 원활할 것 같은 지역으로 운송루트를 전환해야 했으며 내륙운송에선 트럭커 섭외가 힘들어져 운송비가 배로 들어갔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한 해운전문가는 “하주들의 주문-생산-납품의 리드타임이 길어짐으로써 자금회전속도가 느려지고, 이로인한 자금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며 “선사 또한 선하증권상의 인도시기를 맞추기 어렵게 됐으며 장기적으론 선박의 회전율이 떨어져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서안지역 못지않게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등 캐나다 서부지역도 항만적체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화물이 밴쿠버항을 통과하는 데 예년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철도연계운송 역시 평소보다 10일 이상 더 소요되면서 하주들의 납기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이와관련 하주 한 관계자는 “이번 LA·롱비치항만 적체로 인해 밴쿠버, 시애틀 등으로 기항지가 변경된데 따른 물량증가도 일부 원인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전체적으로 수출물량이 모두 늘어난 것이 사실이며 중국이 대서양과 태평양 양방향으로 물량을 퍼다 나른 것에 따른 전세계적 현상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하주들, 납기일 맞추기 위해 안간힘
한편 유럽항만의 적체현상은 서유럽 지역 항만의 적체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적체가 심한 항만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국의 사우스햄턴, 프랑스 르아브르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테르담항은 입항대기 시간이 2~3일에 이르고 있으며, 바지선을 포함한 내륙운송 모드로의 환적도 1~2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 항만이 적체되고 있는 원인도 LA·롱비치항만과 닮아있다. 우선 폭증되는 물량을 처리할 만한 인력이 부족한 것과 바지선이나 피더선등의 확보가 어려운 점이 적체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로테르담항은 항만인력을 300명정도 투입했으며 올해 말 갠트리 크레인 4기를 투입할 예정이며 2006년까지 6기의 크레인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영국의 사우스햄턴항은 유럽항만 중 가장 심각한 적체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특히, 사우스햄턴항의 항만적체는 제때에 항만개발을 하지 못한 점에 일부 기인한다”며 “이 항만의 개발계획이 영국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10월부터 사우스햄턴항 대신 템즈항을 기항하고 있다.
르아브르항의 적체현상은 물량증가에 따른 단순한 적체현상이라기 보단 크레인의 고장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10월중순 컨테이너 크레인 5기가 고장을 일으켜 항만의 생산성이 60% 이상으로 뚝 떨어지면서 항만의 적체가 심화됐던 것.
이에대해 선사 한 관계자는 “르아브르항의 크레인고장은 지난해에도 전력이 있으며 일부 수리가 됐으나 또 말썽을 일으켜 이번에 다시 수리에 들어간다고 항만당국은 밝혔다”며 “이 지역의 항만적체도 장기화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항만적체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는 함부르크항과 앤트워프항도 입항 대기시간이 1~2일까지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서도 항만적체가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어 항만의 적체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해운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항만적체현상은 아시아지역 컨테이너항만을 비껴가진 않았다.
현재 아시아지역 항만중 가장 심각한 적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곳은 인도의 뭄바이항이다.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인도의 컨테이너 화물중 60%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뭄바이항의 2개 컨테이너 터미널인 나바쉐바와 자와하랄 네루의 화물적체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인도 터미널의 항만적체는 늘어난 물량에 효과적으로 대비할만한 인프라가 확충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사 한 관계자는 “인도 항만의 적체현상은 항만의 인프라 부족과 함께 최근 물량이 폭증함에 따라 물류의 차질을 빚자 인도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손을 댔기 때문”이라며 “인도 정부는 나바쉐바항에서 내륙으로 진입하는 화물의 개수를 각 선사에 따라 제한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화물 할당제에 대한 효과는 아직까지 보지 못한 것으로 선사관계자들은 보고 있으며 실제로 인도항만 이용 선사와 하주들은 이러한 할당제에 대해 반발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인프라가 제때에 확충되지 않는 한 인도의 항만적체도 단시간내 해결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인도항 적체현상 장기화 예상
KMI에 따르면 인도 항만들의 적체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비효율적인 통관체계, 장비부족, CFS의 부족, 철도, 도로 등 배후 수송인프라 부족 등이다.
이처럼 항만적체가 일시적인 물동량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제3의 컨테이너항만이 개장하기 전까지 적체현상이 1~2년 정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도와 함께 브릭스 효과로 대변되는 브라질의 항만적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브라질 산토스항의 적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곳의 적체현상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신흥공업국가들에서 나타나는 항만의 인프라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관련 선사 한 관계자는 “산토스항만의 수준도 증가하는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임에 따라 이같은 적체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원인으론 선박의 기항 스케줄이 늦어져 브라질의 다른 항만을 기항하지 않고 이곳 산토스항에만 물량을 쏟아내기 때문인 것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싱가포르항의 컨테이너 적체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항은 특히 환적물량이 많은 항만으로서 최근 아시아발 물량 증가와 함께 더욱 적체현상이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선사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PSA 터미널이 항만적체에 대해 신속한 물량 처리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우리의 부산항이나 항만적체를 겪고 있는 타 항만들이 모델로 삼을만한 내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선사는 올 여름 싱가포르항의 항만적체가 심각했을 즈음 PSA 당국에 이에 대한 불만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대해 PSA는 적게나마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보내왔다고.
이 선사 관계자는 “컴플레인 보낼 당시만해도 큰 기대를 안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며 “PSA가 선사 및 고객들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PSA는 이밖에도 효과적인 물량 처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빠른 선박회전율을 위해 시간제한을 둔 인센티브제를 시도하고 있다. 즉 24시간내에 화물작업을 마치는 선사에게는 터미널 요율의 20%를 인하해주며, 48시간이내의 경우 15% 할인 그리고 72시간내 완료하는 선사에게는 요율 그대로 적용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에대해 선사 한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의 터미널의 경우 이런 성격의 인센티브가 제공되긴 하지만 화물유치를 위한 경쟁때문이지 PSA와 같이 화물처리의 효율성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동남아지역 터미널 중 이러한 인센티브제를 제공하여 항만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곳은 PSA 한 곳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PSA가 올해 내놓은 터미널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중 2개의 선석을 추가로 늘릴 예정이며, 갠트리 크레인도 3기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세계항만의 적체현상과 함께 일부 선사관계자들은 국내 최대항만인 부산항의 미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부산항의 최대 문제는 배후부지의 부족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특히 부산항의 요율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이 상해항과의 화물유치경쟁력면에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무엇보다 부산항의 항만처리가 보다 유연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1개 터미널 당 선석의 개수가 최소 5개 이상은 돼야한다는 것이다. 터미널 당 선석의 개수가 적을수록 당연히 처리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어 효율성이 훨씬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 선사관계자는 부산항이 환적화물의 허브포트가 되기 위한 요건에 대해 싱가포르 PSA 터미널을 모델로 해 요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선박대형화도 항만적체 부추겨
특히 화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선 대형선 및 피더선박이 지체없이 접안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선석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환적화물의 허가를 위한 신고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이를 폐지하기 위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물량증가와 함께 가속화된 선박의 대형화현상이 항만적체를 야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유럽항만의 적체는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항로 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선박규모와 물동량 규모에 맞는 시설, 장비, 인력 그리고 내륙운송 모드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럽항만들은 이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KMI에 따르면 유럽항로는 2003년 12월 기준으로 총 24개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투입선박 규모는 213척, 120만8,787TEU에 달하고 있다. 이를 1999년 12월 현황과 비교해 보면, 서비스 수는 큰 변화가 없으나 투입선박의 규모는 15척, 40만1,744TEU로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유럽항로는 북미항로와는 달리 신규 서비스의 개설보다는 기존 서비스 패턴의 변경, 선형대형화를 통한 서비스패턴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항로의 경우, 1999년 12월에서 2003년 12월까지 동안의 서비스 수는 22개, 투입 선박 수는 110척, 선복 규모는 약 62만TEU 증가했다. 즉 이 항로는 신규서비스의 개설과 기존서비스의 개편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선박의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선박의 운항은 선사들이 기존에 운항하던 기항지를 축소하는 효과를 가져와 항만적체를 야기시켰다는 분석이다. 예를들어 기존에는 5000TEU급 선박이 10개 항만을 기항했다면 새로운 7000TEU급 대형선박은 7개 항만에만 기항하게 된 것.
이들 대형선박들은 몇몇 항만에서 화물을 선적하게 되지만 하역을 하는 항만은 한 두 항만으로 축소하게 돼 선박의 제항시간(항만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어져 화물이 한 항만에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서안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항만적체현상의 원인은 역시 ‘중국’발 물량 폭증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효과에 대응하려는 선사들의 선박대형화도 항만적체를 심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해상운송의 구조변화에 대한 수입국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에 항만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적체는 도로운송 및 철도운송의 적체로 파급되고, 이러한 파급효과가 다시 항만적체를 심화시키는 부메랑효과 마저 연출되고 있다고 해운전문가들은 귀띔한다.
따라서 이러한 항만적체가 해소되려면 항만시설, 도로, 철도 등 물류인프라의 확장투자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항만적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항만적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고, 세계 각 지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선사와 하주들은 이러한 사실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역발상의 자세로 이에 대응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대안을 해운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예를들어 우리기업의 센젠-시카고 화물을 수송하는데 있어서 미 서부항만으로 가는 태평양항로만 고집하지 말고, 뉴욕항으로 가는 대서양항로를 이용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선사가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멕시코나 파나마 항만을 이용해 철도나 피더선박으로 수송하는 새로운 항로체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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