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9 21:27
업계리포트<러시아> - 철의 장막을 벗고, 보스토치니항(하)
철의 장막을 벗고, 보스토치니항(하)
<지난주에 이어>
러시아 수입통관
러시아 진출 한국기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러시아가 아직도 국제무역관행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까다롭고 복잡한 통관절차, 높은 수출입 관세율, 그리고 은행 신용장 개설의 어려움이 러시아 비즈니스의 심각한 장애 요인이다. 특히 한국 상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통관과 관세제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러시아 수출의 관건은 상품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신속하고도 가장 저렴하게 통관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같은 품목을 누구는 8%에 통관하는데, 30%로 통관해서는 러시아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1990년대초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여, 모든 개인이 무관세로 물품을 반입 가능토록 했었다. 그러나 98년이후 자국산 산업을 보호하고 외화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수입관세 도입, 규격인증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제 인증제도 등 각종 제도를 정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입을 위장한 외환의 불법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거래 패스포트 제도를 도입했으며, 무역업 인허가를 위해서는 다수 기관의 승인과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특정 품목에 대한 특정 수입 허가권(license)이 있는 일부 회사만 수입을 허용함으로써 외국상품의 통관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게다가 수입하는데 포함되는 수입 보증금 예치 제도도 정상적인 상품 수입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8년 모라토리엄 사태를 겪으면서 러시아정부는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서 통관을 한층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통관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통관시 세율이 과중해 품목별로 10~20%, 부가세 20%, 기타 세금 및 수수료를 합할 경우 수입가의 평균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관세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는 외환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 수입업체가 수입품이 러시아내에서 판매를 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수입 대금을 경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강화하고 있다.
보통 수입관리제도에는 수입관세에 의한 관세조치와 수입허가, 안전증명, 수입품 표시의무 등의 비관세조치로 구분된다. 수입관세에 의한 관세조치가 가장 중요한 수입관리제도로서 과도한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보호와 국가재정수입 확충이라는 두 가지 정책수단으로 활용된다.
관세제도
러시아 평균 수입관세율은 13%이다. 수입관세는 CIF가격 기준에 부과되며 통관시에는 수입관세 및 소비세와 부가가치세도 함께 납부하여야 한다. 관세부과기준은 HS상품분류에 의거한 러시아 연방 대외경제상품 코드에 의거하여 관세율을 산정한다.
수입관세율은 원료가 최저의 관세율, 반가공품은 중간관세율, 완제품은 최고의 관세율이 적용되나, 최근 들어서는 최고관세율과 최저관세율간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관세는 수입상품의 CIF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가세 부과를 원칙으로 하며, 관세납부는 경화나 납부당시의 공식환율에 의한 루블화 납부가 가능하다. 또 러시아 정부는 수입가격의 액면가 조작에 의한 관세포탈을 방지하기 위해 종량세 대상품목을 도입하고, 수입관세율로 산정한 금액과 종량세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중 많은 쪽을 적용하여 관세를 징수하고 있다. 그러나 99년 들어 러시아 정부는 빈번한 수입관세 변경으로 인한 무역업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입관세율은 6개월에 1회이상 변경되지 못하도록 제도화했으며, 수입 관세인하의 경우를 제외한 관세변경은 공포후 18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했다.
수입관련 내국세
러시아로 상품을 수출할 때는 수입관세뿐만 아니라 부가세와 물품세도 납부해야 한다. 에틸알코올 주정, 주정용액, 알코올제품, 맥주, 담배, 보석, 자동차 등 8개 품목에 대해서 10~400%의 과세가 부가된다. 98년 이후 2,500cc 이하 차량에 대한 물품세는 폐지됐으나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물품세 10~20 %가 인상됐다.
통관서류는 세관신고서(소정양식), B/L, Commercial Invoice(송장) 및 Packing List(화물포장명세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하고 이 외에 안전증명서, 원산지 증명서 등 품목에 따라 별도로 요구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통관 수수료는 루블화로 상품가격의 0.1%, 외화로 0.05%를 납부해야 한다. 관세(부가가치세 및 소비세 포함)는 기본적으로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지만, 세관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유사품목의 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할 수도 있다.
통관문제 해결 방안
러시아는 세관 규정과 세율 등이 수시로 변경되고 세관원에 따라 자의적으로 통관법을 해석하는 등 관세제도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통관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수입관세율을 비롯한 관세법령과 규정 등이 빈번히 변경되나 이러한 변경에 대한 정보입수가 어렵고, 과거에는 수입자가 수입통관을 지정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세관에서 특정세관을 지정하여 시간과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수입이 증가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시로 수입물품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여 통관을 지연시키고, 보세장 보관료가 지나치게 높아 통관 지연에 따른 부대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또 선적 서류상의 조그마한 실수도 해당 세관의 자의적 해석 및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관이 지연될 경우 현지 바이어와의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통관에 목줄을 걸고 있는 가전업체들은 러시아의 이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핀란드와 발트 국가 지역에 러시아를 비롯한 대동구권 수출교두보를 마련하는 방법과 직접 현지에 판매망을 조직하지 않고 러시아 에이전트를 통해 상품을 양도하는 방법 등을 원활한 통관을 위해 이용한다.
첫번째 방법은 가전제품의 경우 대부분은 핀란드와 발트 국가내 창고에 일단 하역했다가 수요에 따라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이고, 후자는 물건은 러시아 가까운 국경에서 인도하고 그 물건의 통관 및 판매 일체는 러시아 에이전트에 넘겨버리는 것이다.
해운항만 현황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환태평양 경제권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그에 따른 해상운송과 항만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자연적 조건으로 극동의 남부지역에 위치한 항구는 쇄빙선이 필요없이 전천후 운행이 가능하지만 항만의 60%정도가 낮은 수심으로 대형선박을 처리할 수 없는 것은 불리한 점으로 지적된다. 해상운송 화물 취급 종류는 단순해 전체 해상물량의 38%가 원유이며 그 다음은 곡물이 차지하고 있다. 또 컨테이너 및 일반화물은 보스토치니항과 블라디보스톡항 위주로 전체 해상물동량의 18% 정도를 차지하며 처리되고 있다.
특히 보스토치니항은 TSR의 출발역으로서 부상하며 우리나라와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그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 회복에 따른 가전제품 수요의 증가와 화학제품 원료인 레진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산항을 통해 보스토치니로 들어가는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보스토치니항의 처리물량은 2001년 5만7천TEU에서 지난해엔 7만2천TEU로 늘어 십년간 보였던 부진을 모두 털어버렸다. 올해엔 10만TEU이상의 물량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의 P&O 포트와 미국의 CSX 월드 터미널사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VICS(Vostochny International Container Service)사가 집계ㆍ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보스토치니항 처리물량은 6월까지 누계는 총 7,860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9.8%가 증가했으며 상반기동안 총 컨테이너 취급량은 8만 3,128TEU로 나타났다. 이같은 물동량은 이 터미널이 운영되기 시작한 지난 95년에 비해 150%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8월 한달동안 물량은 2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해 전년동기 대비 80%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VICS측은 밝혔다.
보스토치니항은 컨테이너 터미널 경우 총 1,284m규모로 4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CY(컨테이너장치장)는 46만4천㎡정도의 규모다. 또 현재 35톤규모의 갠트리크레인 6기가 설치돼 입출항하는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다. 접안능력은 10만DWT급 선박까지 입항이 가능하며 연간물량처리능력은 30만TEU정도까지 가능한 것으로 공식발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100만TEU이상도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2개의 부두와 길이 600m이상의 창고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낮은 토지비용과 싼 노동력으로 적은 비용의 투자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러시아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는 오는 2006년에 보스토치니항은 2,500만톤 규모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으로 거듭나게 된다. VICS측과 러시아 정부는 현재 TSR루트의 개발을 통한 보스토치니 항만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경우 원양해상운송보다 TSR로의 운송이 트랜짓타임과 운임면에서 경쟁력을 가진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TSR을 경유하는 유럽향 화물의 경우 부산~핀란드간이 평균 20~25일이 소요(보스토치니~핀란드는 15일)돼 원양해상운송의 35일정도보다 최고 15일 가량 짧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최근 원양항로의 잇따른 운임인상으로 TSR이 운임경쟁력 또한 갖추게 돼 한층 메리트가 높아졌다는 게 러시아 정부측의 설명이다.
보스토치니항은 특히 마산항과 2000년부터 자매항 결연을 추진해 지난해 11월 공식 결연을 체결함으로써 마산~보스토치니간의 정보 및 물적교류에 대한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등 항만물동량 증대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스토치니간 서비스 현황
현재 부산~보스토치니간을 운항하는 선사는 총 4개업체로 현대상선과 페스코의 합작인 동해해운과 러시아선사 SCF의 대리점인 신한상운, 러시아선사 현지법인인 MCL코리아, 합작이나 대리점형태를 띄지 않고 단독으로 취항하고 있는 동남아해운 등이다. 이중 동해해운은 한소해운부터 시작해 가장 오래된 한국~러시아간 취항 역사를 자랑하는데, 현재 부산~보스토치니간은 640TEU급 1척과 1000TEU급 1척 등 총 2척을 운항하고 있으며, 마산~보스토치니 구간은 주 1항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신한상운은 취항 2년을 맞았으며 현재 부산~보스토치니간 금요일 1항차 서비스와 마산~보스토치니간 1항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주해운이 대리점을 맡아오던 MCL서비스는 지난해 하반기 현지법인 MCL코리아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한국~러시아 서비스선사로 부상했다. 특히 수ㆍ금 2항차 서비스와 상해를 경유하는 토요일 서비스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러시아향 가전제품 수출과 맞물려 하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동남아 해운은 올 7월경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한편 포워더는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 천지해운, 범한종합물류, 세계해운항공, 대아트란스, 그린로지스틱스, 이글쉬핑 등 10여개사가 부산~핀란드, 부산~CIS(독립국가연합), 부산~러시아내륙 등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우진글로벌과 천지해운은 대형가전3사의 물량을 주도하면서 보스토치니를 경유한 TSR 복합운송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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