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항로는 다시 위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양국은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달 들어 합의가 유명무실해진 뒤 공습과 해상 봉쇄를 반복했다.
이란은 7월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선사인 글로벌피더쉬핑(GFS)의 컨테이너선 1척을 공격했고, 친 이란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은 7월20일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돌발 변수가 잇따르면서 선사들은 해상운임 인상과 노선 재조정에 들어갔다.
UAE 선사 에미레이트쉬핑라인(ESL)은 중동항로에 공동 배선하는 GFS의 7000TEU급 선박이 공격받으면서 선대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피격된 <지에프에스갤럭시>호는 허가를 받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뒤 UAE 제벨알리항과 코르파칸항에서 짐을 내리고 돌아오던 중이었다.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선박에는 해당 지역에 묶여있던 빈 컨테이너가 다수 실려 화물 피해는 크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게다가 ESL과 7월28일 부산항 출항 일정부터 함께할 예정이던 일본 선사 ONE의 선박까지 취항이 취소되면서 운항 일정은 연달아 변동됐다. ESL코리아는 8월 중순까지 신규 예약을 중단하고 그동안 기존 화물 처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코르파칸항을 주요 기항지로 활용하는 이 노선에는 ESL 선박 4척, KMTC 1척, GFS 1척, ONE 1척이 투입된다.
이달 중순 이후 중국발 화물 수요는 둔화됐다. 해상운임도 이를 반영해 조정에 들어갔다. 7월17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266달러로 집계됐다. 주간 운임은 셋째 주 소폭 상승했지만 이달 전반적으로 약보합세였다. 7월 3주 평균 운임은 4286달러로, 지난달 평균인 4694달러보다 9% 하락했다.
한국발 중동항로 운임(KCCI)은 이달에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발 중동행 운임은 7월20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7269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첫째 주 7000달러 선을 넘은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7월 평균 운임은 7233달러를 기록, 지난달 6373달러보다 14% 올랐다.
휴전 소식에 투입 선박을 늘리고 운임 인하를 검토하던 선사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다시 고조되자 요율을 재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은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8월1일부터 긴급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고 지난 21일 공지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전쟁 위험이 확대되고 선복 문제가 불거지면서 운임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해를 지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으로 향하던 글로벌 선사들은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 선언에 기항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현지 상황을 지켜보며 운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제다항을 통해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지역행 화물을 처리하는 선사들은 여전히 극심한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환적항인 인도 나바셰바항에서 화물을 처리하는 데 평균 2주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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