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선박을 대상으로 도입한 입항세 제재를 1년간 유예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중국 관련 선박에 입항세를 물리는 내용의 무역법 301조를 10일 오전 12시부터 1년간 유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USTR은 중국 관련 선박뿐 아니라 모든 외국산 자동차선에 부과되는 입항세도 같이 유예된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중국 교통운수부는 10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미국 선박을 대상으로 한 특별 입항세 부과 조치를 1년간 중단한다고 공고했다.
앞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30일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와 미국산 대두 수입, 미국의 대중 관세 10% 인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무역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중국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리청강 상무부 차관은 같은 달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관세 전쟁 휴전과 입항세 제도 유예 등의 광범위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입항세 유예 조치로 중국 코스코를 비롯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코스코는 미국이 도입한 입항세 제재로 내년 한 해 15억2700만달러(약 2조2300억원)의 비용을 무는 걸로 추산됐다. 전체 대중국 입항세 32억달러의 절반을 중국 선사 한 곳이 부담하는 셈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짐라인은 5억1000만달러(약 7400억원), 프랑스 CMA CGM은 3억3500만달러(약 4900억원), 일본 ONE이 3억6300만달러(약 5300억원)의 입항세를 떠안을 걸로 예상됐다.
또 중국의 미국 선박 제재로 짐라인이 가장 많은 6억달러를 물고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3억달러,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대만 양밍이 2억달러, CMA CGM과 대만 에버그린이 1억달러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고 싱가포르 해운조사기관인 라이너리티카가 분석했다.
중국이 제제 대상에 미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까지 포함하면서 미중 양국에 총 11억달러를 웃도는 입항세를 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던 짐라인은 코스코와 더불어 이번 유예 조치를 가장 반기는 곳으로 지목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 컨테이너선사인 맷슨은 연간 8000만달러(약 1100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맷 콕스 맷슨 대표(CEO)는 지난 4일 진행된 회사 실적 발표회에서 2026년과 2027년 입항세 예산을 이 같이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0월14일 중국이 입항세 부과를 시작한 이후 약 한 달간 640만달러(약 90억원)를 지불했다.
북미항로에서 철수했던 선사들이 되돌아올지도 관심이다.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한 대만 선사 TS라인은 미국의 대중 제제 대상에 포함될 걸로 우려되자 우리나라 고려해운, 싱가포르 씨리드와 공동 운항해 온 아시아-미국서안(AWC) 서비스에서 철수했다.
또 중국 허더쉬핑은 상하이와 황화에서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연결하는 HDS2를 중단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입항세 유예 조치로 해운사들의 운항 비용 완화와 선복 회전율 개선 효과가 나타날 걸로 전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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