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달 12일 미 정부가 돌연 중국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발표하면서 글로벌 해상 운임이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주 노선 운항 선박을 중동항로로 전환 배치하려던 선사들은 다시금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중국발 ‘밀어내기’ 수요가 폭증하면 선박 전배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에서는 지난달 말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
5월16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91달러로 집계됐다. 4월 넷째 주부터 1100달러대에 머물던 중국발 운임은 관세 유예가 결정되자 소폭 상승하는 모양새다. 중국 노동절 연휴로 이틀 빨리 집계된 첫째 주를 제외하고, 이달 평균 운임은 116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평균인 1257달러보다 7% 감소했지만 4월25일 이후 3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발 중동항로 해상운임(KCCI)은 전달보다 하락 폭이 줄었다. 국적선사 HMM이 스케줄 관리 차원에서 임시 휴항을 지속하면서 다른 선사까지 운임 방어 효과를 봤다. 5월 첫 주 연휴 직전에 글로벌 선사들은 화물을 더 실으려고 운임을 낮추기도 했지만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발 중동행 운임은 5월19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199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3주 평균 운임은 2205달러로, 지난달 2218달러보다 소폭(0.6%) 떨어졌다.
선사들은 당분간 중국발 북미행 수출 수요를 지켜본 뒤 선박을 대체 투입할 예정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7월 중순까지 중국에서 나가는 미주 물량이 늘고 운임도 올라가면 다들 선박 투입을 고려할 것”이라면서 “기간항로에서 선복이 부족해지면 중동항로까지 운임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동량 실적은 수출과 수입의 희비가 엇갈렸다. 4월 중동항로를 오간 화물은 총 4만8000TEU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 줄었다. 수입화물은 8000TEU 가까이 늘어 32% 증가했으나 수출화물은 6000TEU(17%)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 최대 교역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물동량도 약세에 빠졌다.
한편 지난달 26일 이란의 반다르아바스항에서 대규모 폭파 사고가 발생했다. 항만 운영은 4~5일 만에 정상화됐지만 이란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않았다. 피해 규모 또한 자세하게 파악되지 않으면서 화주들은 발을 굴렀다. 화학물질 저장 시설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추후 위험물 취급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3~16일 중동을 순방하면서 이란 정부에 비핵화 협상을 압박했다. 더불어 미 정부는 이란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주요 물자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운 중국과 이란의 개인·법인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