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의 방계회사인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쉬핑(EPS)이 세계 최초로 발주한 극초대형 에탄가스 운반선(ULEC)을 우리나라와 중국 조선소가 나눠 가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스턴퍼시픽쉬핑은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삼호에 15만㎥(CBM)급 극초대형 에탄운반선 2척을 발주했다. 선가는 척당 2억692만달러, 총 4억1384만달러(약 5600억원)로 파악된다. 납기는 첫 번째 선박이 2027년 6월, 두 번째 선박이 같은 해 9월이다.
앞서 HD현대삼호는 정확한 선주를 밝히지 않은 채 아시아 선사에서 ULEC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ULEC는 총 8척으로 늘어났다. EPS는 지난 8월 중국선박그룹(CSSC) 자회사인 장난조선에 동형선 6척을 발주했다. 선가는 척당 2억달러, 총 12억달러(약 1조6400억원)였다. 인도 시기는 2027년 2월부터 10월까지다.
15만㎥급 에탄운반선을 신조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EPS가 최초다. 종전까지 에탄을 운반하는 선박의 최대 크기는 VLEC(초대형 에탄운반선)로 불리는 10만㎥급이었다. 장난조선소는 올해 6월 미국선급(ABS)에서 ULEC 설계의 기본승인(AIP)을 취득했다.
에탄은 천연가스 등에서 생산되는 가연성 가스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제품 원료다. 같은 탄화수소 계열인 메탄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판과 부탄은 액화석유가스(LPG) 형태로 해상으로 수송되는 데 비해 에탄은 대규모 해운 수요가 없어 그동안 대형 운반선도 지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계기로 에탄 거래가 늘어나면서 2014년 이후 영하 94℃의 액체 상태로 에탄을 대량으로 실어 나르는 VLEC가 시장에 출현했다.
EPS는 이번에 짓는 ULEC를 중국 민영 석유화학기업인 웨이싱화학(衛星化學·Satellite Chemical)과 체결한 15년 기간의 장기 운송 계약에 투입할 예정이다. 웨이싱화학은 ULEC를 이용해 미국 멕시코만에서 생산되는 에탄을 중국 롄윈강 공장으로 수입할 예정이다.
앞서 싱가포르 선사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우리나라 조선소 2곳에서 인도받은 VLEC 6척도 웨이싱화학에 15년간 장기 대선했다. HD현대중공업이 9만8000㎥급 4척, 삼성중공업이 9만6000㎥ 2척을 각각 지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EPS는 ULEC 8척을 포함해 총 159척의 신조선을 발주했다. 척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신조선들은 대부분 대체 연료를 사용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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