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동안 항만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한 지 3일 만에 노사 협정이 이뤄지면서 혼란은 일단락됐다.
미국 동안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지난 3일 단체(마스터) 계약을 2025년 1월15일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사용자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파업이 조기 종료되면서 선사들은 항만 파업에 맞춰 부과할 예정이었던 할증료를 철회했다.
사측과 협상을 벌여온 항만노조는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9월까지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자 10월1일부로 파업에 들어갔다. 북미 동안에서 파업을 단행한 건 1977년 이후 47년 만이다.
노사 간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인 부분은 임금 인상률이었다. ILA는 임금의 77% 인상을 요구한 반면 USMX는 32% 수준 인상을 제안하면서 좀처럼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결국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소매협회(NRF) 등 화주 단체들은 백악관에 조정을 요청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태프트·하틀리 법을 시행할 의사가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 법은 노조 활동이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활동을 제한하고 강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노사관계법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행정부는 강제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1일 파업이 시작되자 “선사가 팬데믹 이후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고 언급하며,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공정한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의 성명이 발표된 뒤 사용자 단체가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약속하면서 파업 3일 만에 노사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6년 간 임금 61.5%를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시급을 4달러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미 동부·멕시코만 연안의 36개 항만은 4일부터 순차적으로 작업을 재개했다. ILA와 USMX는 항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 남은 문제를 협의하고자 다시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편 9월 말 들어 항만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선사들은 항만 혼잡에 따른 할증료 부과를 발표했다. 또한 항만 적체 등이 극심해질 것을 대비해 북미 서안인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 향후 2개월 간 약 28척의 선박을 추가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파업이 단기에 그치면서 선사들의 운임인상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는 미 동안을 오가는 모든 화물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수수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존에 예약한 내륙운송을 진행하는 대신 동안 항만에서 화물 운반을 마치고자 하는 경우 예약을 취소한 데 대한 수수료를 면제했다. 각각 8일, 11일부터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던 이스라엘 짐라인과 프랑스 CMA CGM 또한 계획을 철회했다.
파업은 3일로 끝났지만 북미 지역 36개 항구를 정상화하는 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해운 전문가들은 당분간 항만 적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항만이 하루 중단되면 복구하는 데 5~7일이 걸린다. 이번에 쌓인 물량을 처리하는 데 약 3주가 소요될 예정이다. 파업 종료가 선언된 당일인 3일 오후엔 약 60척의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대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셧다운 기간이 짧았던 만큼 이번 파업이 선사들의 4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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