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 09:04

‘3년 개점휴업’ 美 찰스턴 신컨터미널 재가동

노사 레더만터미널 고용협상 합의


미국 동부 찰스턴항에 새롭게 들어선 컨테이너터미널이 3년 만에 가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항만당국(SCPA)은 동부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찰스턴항의 신규 컨테이너터미널인 휴케이레더맨(Hugh K. Leatherman) 터미널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SCPA는 20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2021년 3월 1선석 규모의 찰스턴항 레더맨 부두 1단계를 개장했다. 미국에 신규 컨테이너터미널이 개장한 건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1단계 부두는 2만TEU 컨테이너선을 수용할 수 있는 427m 길이의 선석과 인양 높이 51m, 도달 길이 69m의 갠트리 크레인 5기 등을 갖추고 있다. 화물 처리능력은 연간 70만TEU다.

레더맨 터미널엔 2선석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으로, 전체 부두가 완공되면 처리능력은 240TEU로 늘어난다. 이 터미널이 완전 개장하면 찰스턴항의 화물 처리능력이 기존보다 2배 늘어난 500만TEU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 터미널은 개장하자마자 가동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노조가 조업 할당 문제로 반발한 게 이유다. SCPA는 지난 50년간 찰스턴항에서 이른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불리는 고용 형태를 유지해왔다. 각종 크레인 운전은 자사 직원에 맡기고 항만 내 화물 운송은 ILA 노조원이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SCPA는 레더맨 터미널에도 이 같은 조업 방식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ILA는 레더맨 터미널이 신규 부두란 점을 들어 노조원이 모든 하역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ILA와 사용자 단체인 미국해운연합(USMX)이 체결한 기본계약(Master Contract)에 ‘신규 터미널의 경우 노조원이 작업하지 않으면 USMX 회원사의 이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걸 근거로 들었다. 

ILA는 급기야 2021년 4월 첫 선박인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트의 <요크타운익스프레스>가 레더맨 부두에 입항해 비노조원에게 크레인 조업을 맡기자 USMX와 하파크로이트 등을 상대로 3억달러에 이르는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USMX 회원사가 아닌 SCPA는 기본계약이 미국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맞고소했지만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신 터미널이 3년 동안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지자 SCPA는 ILA와 협상을 시도했고 지난달 25일 레더맨을 비롯한 찰스턴항 내 모든 터미널의 크레인 운전을 단계적으로 노조에 개방하는 내용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SCPA는 크레인 운전을 원하는 노조원에게 훈련과 면허 발급을 지원하고 자사 크레인 운전 인력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SCPA 직원이 퇴사하면 노조에서 담당 업무를 승계한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겼다.

SCPA는 레더맨 터미널이 정상 가동하는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 외신은 빠르면 이달 안으로 신 터미널에 선박이 입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하이브리드 고용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 내 항만은 조지아주에 위치한 서배너항 한 곳만 남게 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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