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국제 해운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2023 선박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은 기존의 목표를 대폭 상향해 2030년까지 최소 20%(30%까지 노력), 2040년까지 최소 70%(80%까지 노력)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번 결정엔 해양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격을 부과하는 중기 조치의 도입이 포함됐으며 이는 2027년경 시행될 예정이다.
또 해양연료유의 전 주기 온실가스 집약도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승인됨에 따라 기존의 TtW(Tank to Wake,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배출량) 규제에서 WtW(Well to Wake, 연료 전 과정 배출량) 규제로 확대될 것이다. 이는 연료의 제조, 이송, 배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가 시행됨을 의미한다.
국가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많은 논쟁과 이슈가 아직 상존하지만 이번 결정은 2050년까지 해운업계의 탈탄소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었다. IMO의 이러한 결정은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리 해사산업의 대응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선사들은 강화되는 국제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해 다양한 기술적, 운항적 조치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저탄소‧무탄소 연료로의 전환과 그린에너지로의 확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시작했다.
아직 대세 연료(Dominant fuel)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연료의 특성, 공급 인프라, 경제성, 기술 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메탄올, 암모니아, 바이오 연료, 수소 등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연료들로의 전환은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 구축 작업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44개의 녹색해운항로 구축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이 중 23개의 프로젝트가 최근 1년 사이에 발표됐다. 녹색해운항로는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검증된 기술은 새로운 친환경 선박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도 이에 발맞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청정해운 협력을 강화하고, 부산항/울산‧마산항과 미국 시애틀‧터코마항만 간 녹색항로를 설정해 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친환경화와 관련 인프라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KR도 대체연료 기술과 온실가스 검증, 경제성 분석 등의 역량을 바탕으로 녹색해운항로 구축 연구 과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의 명확한 메시지는 단순히 내연기관의 연료 전환을 넘어 그린에너지로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각 주체 기관들의 기술 개발과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정부, 해운, 조선, 항만, 선급이라는 선진화된 해사산업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산업이 더해져 녹색해운항로를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록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으로 우리 해사산업계가 감당해야 할 변화와 준비가 적지 않지만, 유기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그린에너지 확장에 힘쓴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번 바다의 날을 맞아, 한국 해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각 주체 간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되새겨지길 기대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